공동 1위를 확정짓는 승리 이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두산 베어스 선수 및 코치 일동

공동 1위를 확정짓는 승리 이후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두산 베어스 선수 및 코치 일동 ⓒ 두산 베어스


두산의 기세가 심상치가 않다. 전반기만 해도 선두 KIA와 13경기 차 5위에 머물던 두산은 후반기 7할대 승률의 맹렬한 기세로 어느덧 KIA와 선두 자리를 공유하게 됐다. 만약 두산이 역전 우승까지 일궈낸다면, 종전 최고 기록인 6경기를 넘어 전반기 가장 많이 벌어진 승차를 극복하고 역전 우승하는 팀이 된다. 속단은 금물이지만, 전반기를 선두와 13경기 차 5위로 끝낸 두산의 후반기 엄청난 질주를 보면 역전 우승 시나리오도 무리는 아니다.

두산의 필적할만한 질주를 했던 팀은 KBO에는 없다. 과연 메이저리그에는 이런 추격본능을 보여준 팀은 어디가 있었을까? 우선, 가장 많은 경기 차를 뒤집은 팀은 1914년 보스턴 브레이브스(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였다. 당시 7월 4일 67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1위인 뉴욕 자이언츠(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15경기 차 뒤진 내셔널리그 8위(최하위)에 쳐졌던 그들은, 이후 68승 19패(승률 0.781)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10.5게임 차로 리그를 마무리하며 우승했다.

물론 당시 브레이브스는 엄청났다. 그러나 다른 리그 팀에 비해 해당 기간 30경기를 더 이기는 상황은 상당히 극단적인 사례다. 7할 승률을 기록 중이지만 이제야 겨우 역전을 노리는 두산임에도 감히 비교가 어려울 정도의 성적이다. 또, 기록이 세워진 지 100년이 넘은 예전 리그라 지금 시대의 야구와도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가까운 과거에 지금 상황과도 더 유사한 사례가 존재한다. 바로 2012시즌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그 기적의 주인공이다.

 우승 확정 이후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선수단

우승 확정 이후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선수단 ⓒ MLB.com


오클랜드 애슬래틱스는 6월 30일까지의 기준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위, 1위인 텍사스 레인저스와는 13경기 차였다. 성적도 37승 42패로 5할 승률에 5경기나 모자랐다. 특히 당시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4연전 시리즈였는데, 3연패 중이었다. 사실 6월 당시 이 3경기를 제외하면 15승 10패로 4월과 5월 부진을 뒤로 하는 훌륭한 성적이었는데 깔끔한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서 기세가 끊길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상대 에이스인 다르빗슈를 잡고 3연패를 끊은 그들은, 7월에만 19승 5패를 기록하며 한 달 만에 10경기 차를 줄여버렸다. 하지만 3.5경기 차까지 줄어든 승차는, 좀처럼 그 이상으로 줄어들지 않았다. 결코 오클랜드가 못한 결과가 아니다. 8월에도 18승 10패로 기세를 올렸지만, 텍사스도 7월의 부진을 떨치는 기세를 보여주며 오클랜드보다 1승을 더 거두고 8월을 마감했다. 사실 월 말을 7연승으로 마무리지었기에, 6경기에서 더 벌어지지 않게 되어 오클랜드의 추격전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9월에도 오클랜드의 기세는 그치지 않았다. 직전 달까지 합해 9연승을 거뒀고, 곧 이은 3연패로 꺾이는 듯 했지만, 연패 직후 6연승으로 악순환을 확실히 끊었다. 하지만 4경기 차에서 만난 텍사스와의 중요한 4연전을 2승 2패로 아쉽게 마무리지으며 잔여 6경기를 남겨두고 경기 차가 유지됐다. 텍사스는 거의 우승을 잡은 듯 보였고, 오클랜드는 와일드카드로 만족해야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텍사스와의 4연전 마지막 경기가 오클랜드의 마지막 패배였다. 시애틀을 3연승으로 패퇴시키며 날을 한껏 갈아놓은 그들은 4일 만에 장소를 자신들의 홈인 O.co 콜리세움으로 옮겨 텍사스와 리턴 시리즈를 가졌다. 그리고 그들은 기적을 완성했다.

에인절스와의 시리즈를 1승 2패로 마무리지으며 확실한 마침표를 찍지 못했던 것이 두고두고 땅을 칠 일이 될 줄 텍사스는 알지 못했다. 오클랜드는 1차전과 2차전 선발인 제러드 파커와 트레비스 블랙클리(전 KIA)의 QS 역투와 불펜의 힘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두 팀은 동률. 마지막 3차전, 선발투수들의 부진 속에 5-5로 오클랜드가 4점을 쫓아간 4회말 일어난 한 장면이 결정적으로 승패를 갈랐다.

중견수 해밀턴이 그만 플라이볼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며 1루 주자와 2루 주자 모두를 홈으로 들여보낸 것이다. 이로 인해 3회 5점으로 분위기를 가져온 텍사스는 일순간 흐름을 잃어버렸고, 앞서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온 불펜진의 역투와 5회 데릭 노리스의 적시타로 추가점도 착실히 냈다. 8회에는 알렉시 오간도(현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추가 4득점까지 뽑으며 쐐기를 박았다. 당시 마무리 그랜트 발포어는 이전 2경기와 달리 큰 점수 차로 편하게 경기를 끝냈고, 오클랜드의 스토리는 화려한 결말로 막을 내렸다.

텍사스는 마무리 지을 타이밍에 끝을 못내면서 그렇게 무너져내렸고, 최종일을 포함해도 단 3일간 2위였고 나머지는 쭉 1위였음에도 우승컵을 눈 앞에서 빼앗겼다. KIA 또한, 부진으로 계속 추격을 당해왔다. 텍사스보다도 더 빨리 선두 자리를 허용했다. 과연, KIA는 텍사스가 겪었던 압박감과 떨어진 페이스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우승을 굳힐지, 아니면 두산이 기세를 이어 2012년의 놀라왔던 오클랜드처럼 추격전을 마무리할지. 앞으로 1주일, 운명의 여신은 어떤 팀을 한국시리즈 직행으로 이끌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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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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