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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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음원 깡패'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 순위를 석권하는 가수, 팀들을 가리켜 대중들은 '음원 깡패'라 부르면서 그들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곤 했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아이유다.

어떤 이는 "아이유는 이젠 음원 깡패쯤은 거뜬히 잡는 음원 검찰이다"라며 그녀의 위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아이유라는 이름은 대중들이 믿고 듣는 '상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선공개 곡 '가을 아침'의 뒤를 이어 지난 22일 주요 음원 사이트를 통해 소개된 아이유의 두 번째 리메이크 음반 <꽃갈피 둘>은 예상대로 기존 인기 가수들을 가볍게 제치고 순위 상위권을 가볍게 장악했다.

대부분 신작 발매를 할 때 의례 병행되는 쇼케이스, V라이브 같은 일상적인 홍보 활동이 전혀 없었지만, 여전히 대중들은 그녀의 음악을 반갑게 맞아줬다.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선택

 아이유의 두번째 리메이크 음반 <꽃갈피 둘>의 재킷 이미지.

아이유의 두번째 리메이크 음반 <꽃갈피 둘>의 재킷 이미지.ⓒ 페이브엔터테인먼트


애초 수록되기로 했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급히 음반에서 제외되면서 CD 발매가 10월 중순으로 연기되는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꽃갈피 둘>은 1970~2000년대를 아우르는 나머지 6곡만으로도 듣는 이들의 귀를 즐겁게 만든다.
그런 점에선 <꽃갈피 둘>은 가장 아이유다운 음반이다.

신작의 선공개곡이자 1991년 발매된 < 1991 양희은 >의 수록곡을 재해석한 '가을 아침'은 원키를 아이유의 목소리에 맞춰 살짝 올려줬을 뿐 기존 편곡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무반주 아카펠라 형식의 전반부와 후반부, 그리고 곡 중간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정성하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 구성은 이병우의 원작 그대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유의 보컬은 26년 전의 감성과 요즘 2017년의 느낌을 잘 섞어 맛깔나게 곡을 살려낸다.

이와 달리 가장 최근 곡인 '비밀의 화원'(2003년 이상은 발표)은 원곡의 투박한 보컬과 대비되는, 아이리시 팝 음악 같은 편곡이 의외의 듣는 즐거움을 준다.

본의 아니게 타이틀 곡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1992년 김건모 발표. 이 곡 역시 1989년 박광현 작곡+이승철 노래 '잠도 오지 않는 밤에'를 일부 리메이크했다)는 원곡이 주는 중압감을 일렉트릭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등 간단한 구성의 밴드 조합이 들려주는 인디 팝 형태의 재해석으로 이겨내는 모양새다.


물론 <꽃갈피 둘>엔 아쉬움 역시 공존한다.

1980년대의 대표적인 댄스곡 '어젯밤 이야기'(1987년 소방차 발표)는 마치 그 시절 인기가수 김완선의 분위기를 녹인 아이유가 요즘 홍대 밴드들과의 협연으로 노래하는 듯한 방식으로 재조합을 시도했다.

초창기 컬러 TV 속 화면처럼 원색의 조합으로 찍은 4:3 비율의 뮤직비디오에선 아이유가 모델로 활동하는 소니 신제품 헤드폰 PPL임을 대놓고 소개하는 부분 등, 예상외의 잔재미도 선사한다. 하지만 기존 곡의 재기발랄함에 맞서기엔 다소 힘겨워 보였다.

'개여울'(1972년 정미조 발표, 2016년 재녹음), '매일 그대와'(최성원 작곡, 1984년 강인원-1985년 들국화 발표) 역시 워낙 존재감이 강했기에, 아이유로선 리메이크 시도 자체만으로 위안으로 삼아야 할 곡들이다.

아이유는 이제 '장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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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2000년대 초반에 걸쳐 이른바 '리메이크 앨범' 제작 붐이 일던 시기가 있었다. 조성모, 이수영 등의 음반들은 기록적인 판매량을 올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다수의 리메이크작들은 음악적인 고민 없이 상업성만 앞세웠다. 그 때문에 어느 순간 썰물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데 아이유는 좀 달랐다. 조영철 프로듀서와 작곡가 이민수-지고릴라 등 기존 아이유의 음반을 책임지던 제작진이 회사를 떠난 이후 사실상 첫 홀로서기였던 2014년 <꽃갈피>를 리메이크 작품으로 꾸미는 의외의 방법을 택했다.

1990년대생 답지 않은, (좋은 의미에서) '애 어른' 같은 아이유의 감성을 잘 녹여낸 이 음반은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 되었다. 연기-음악 활동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아이유는 몇몇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특별한 요행수 없이 음악 하나로 밀어붙인 정공법은 자신을 '장르'로 만들어냈다.

복고가 음악계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등장했지만, 아이유만큼 마치 최근 드라마 인기 소재인 타임슬립 마냥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듯한 작법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이는 거의 없었다.

훗날 어떤 음악적 발걸음을 내딛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좋아는 대중들이라면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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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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