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심판들을 돌려막기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제라도 분명하게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K리그 심판들의 판정 수준이 얼마나 부끄러운가를 말해주는 명장면이 한 경기에서 두 차례나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에 대구 FC 선수들과 어웨이 팬들은 분루를 삼키며 돌아서야 했다.

안드레 감독 대행이 이끌고 있는 대구 FC가 24일 오후 6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17 K리그 클래식 31라운드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두 차례나 득점이 취소되는 악재 속에서도 1-1로 비겼다.

최강희 감독의 200승 기록은?

홈 팀 전북 현대는 레전드 '최진철, 조재진, 김형범' 선수를 초청하여 현역 선수들과 홈팬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강등권에서 흔들리고 있는 대구 FC를 압도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경기 시작 후 20분만에 대구 FC가 먼저 웃었다. 오른쪽 측면 역습을 빠르게 전개하며 김진혁의 크로스로 주니오의 왼발 선취골을 만들어낸 것이다. 내년에 다시 2부리그로 강등당할 수도 있는 하위권의 대구 FC가 1위 전북 현대의 뒤통수를 제대로 친 셈이다.

선취골 이후에도 대구 FC는 '세징야-주니오-에반드로' 외국인 공격수 트리오가 전북 현대 수비 라인을 크게 흔들었다. 지난 라운드 상주 상무와의 경기에서 퇴장당한 센터백 김민재의 빈 자리를 좀처럼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1위 전북 현대로서는 다행스럽게도 37분에 이승기의 오른발 중거리슛이 대구 FC 수비수 머리를 스치며 굴절되어 빨려들어가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한교원을 빼고 에두를 들여보내 이동국과 투 톱 시스템을 가동하는 공격적인 결단을 내렸다. 최강희 감독의 200승 대기록을 이 경기로 만들고 싶은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 전주성을 찾아온 1만654명 축구팬들은 후반전에 환호성보다는 탄식을 더 많이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후반전 중반에 김신욱과 로페즈가 추가로 교체되어 들어가면서 대구 FC를 충분히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대구 FC의 역습에 크게 흔들린 것이다.

공정함으로 포장된 VAR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7월 1일부터 VAR(비디오 판독 심판) 시스템을 K리그 클래식에 도입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동안 의심해왔던 공정성이 보증되는 제도로 보이지만 실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몇 개월 사이에 확인할 뿐이었다.

이 경기에서 대구 FC는 후반전에만 전북 현대의 골문을 두 차례나 더 열었다. 박필준 주심이 중앙선 방향을 가리키며 득점을 인정하는 손짓을 했으니 대구 FC 선수들은 골 세리머니까지 기쁘게 마친 뒤였다. 하지만 두 골 모두 VAR에 의거하여 취소시켰다.

58분에 첫 번째 논란의 장면이 벌어졌다. 대구 FC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올라온 공이 선취골 주인공 주니오를 겨냥했다. 이 순간 주니오는 자신의 마크맨 신형민을 뿌리치고 공을 확보해 미끄러지면서도 오른발 끝으로 공을 밀어넣었다.

하지만 박필준 주심에게 무전기로 VAR 판독 요청이 이어졌고 그는 다녀와서 주니오의 밀기 반칙을 선언하며 골 판정을 뒤집었다. 그런데 그 몸싸움이 벌어진 순간 박필준 주심은 10미터 가량 떨어져서 이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더 심각한 순간은 86분에 이어졌다. 대구 FC의 빠른 측면 공격이 전개되면서 세징야가 날카로운 얼리 크로스를 보내주었고 에반드로가 이 공을 멋지게 밀어넣은 것이다. 역시 주심의 골 사인이 있었고 에반드로는 탄력 넘치는 몸을 자랑하는 공중 회전 세리머니를 펼쳤다.

하지만 다시 경기장에는 침묵이 흘렀고 박필준 주심이 양 손으로 크게 네모를 그리며 대기심 자리로 달려갔다. VAR이 다시 가동된 것이다. 세징야의 크로스 타이밍이나 에반드로의 득점 순간 모두 오프 사이드나 몸싸움 반칙 상황이 보이지 않았기에 더욱 의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필준 주심은 또 다시 골 판정을 뒤집고 말았다.

골 판정 취소 사유가 황당했다. 대구 FC의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 골키퍼 조현우가 찬 골킥 상황에서 공이 라인 위에 정지하지 않고 굴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대구 FC의 억울함 이전에 이해하기 힘든 심판들의 무능력을 입증하는 점이다.

축구 규칙에 따라 골킥은 공이 멈춘 상황에서 시작되어야 옳다. 조현우가 급한 마음에 구르는 공을 골킥으로 연결했다면 가까이에 있는 부심이 깃발을 들어 다시 시작하라는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 주심도 당연히 집중해야 하며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상황은 대기심과 반대편 부심이 주시해야 하는 것이다.

공식적인 네 명의 심판 모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경기를 진행시켰고 대구 FC는 중요한 시간에 추가골을 넣었다. 그런데 58분에 이어 두 번째로 득점 판정이 취소된 것이다. 이 정도라면 주부심의 시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한 판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VAR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축구장 안에서 실제 경기를 운영하는 심판들의 무능력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두 번째 득점 취소 판정에 억울한 대구 FC의 에반드로는 3분 뒤 전북 수비수 조성환에게 거칠게 밀기 반칙을 저질러 경고를 받았고, 쓰러져 있는 조성환 옆에서 대구 FC 세징야와 전북의 신형민이 곧바로 충돌하며 나란히 경고 카드를 받았다. 이 경고 카드가 두 번째였던 세징야는 퇴장당하면서 심판들을 조롱할 정도였다.

이대로 무능력한 심판들을 돌려막기하다가는 VAR 시스템 자체까지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2018 시즌부터는 2부리그 K리그 챌린지에도 도입한다고 하지만 여러 대의 모니터 앞에 앉는 비디오 판독 심판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그라운드에서 뛰는 주심, 부심의 능력이다.

10월 8일에 정규 라운드(33R)가 끝나고 스플릿 라운드가 각 팀당 5경기씩 이어진다. 거기서 우승 팀과 다음 시즌 2부리그 강등하는 팀들이 결정되기에 이렇게 애매하고도 까다로운 장면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냉정한 검증 시스템을 통해 무능력한 심판들을 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 골 라인 바로 뒤에서 중요한 순간을 판정하는데 도움을 주는 추가 부심 제도까지 전격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겨울 휴식기에 뼈를 깎는 반성과 판정 능력 향상을 위한 특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축구장 신뢰 회복은 또 다시 구호에만 그칠 것이고 조롱을 또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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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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