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크다 커…' 23일 충주세계무술축제 스타디움서 있었던 로드FC 042 무제한급 매치를 지켜본 팬들은 시합이 펼쳐지기도 전부터 입이 떡 벌어 질 수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를 가진 심건오(28·김대환 MMA)와 김창희(33·GEEK GYM)는 둘의 몸무게를 합치면 300kg에 이르는 거한들이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 전체를 봐도 흔히 볼 수 없는 사이즈였다. 그런 만큼 둘의 모습은 화면을 꽉 채웠고 격투기를 잘 모르는 팬들의 시선까지도 잡아끌 수 있었다.

둘의 경기는 아쉽게 끝난 1차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결착매치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심건오와 김창희는 지난 6월 로드FC 039대회서 맞붙었지만, 심건오가 김창희의 헤드 버팅에 눈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발생하면서 경기가 무효 처리된 바 있다. 주최측은 곧바로 재대결을 추진했고 빠르게 2차전이 치러지게 되었다.

 한때 헤비급의 기대주로 불렸으나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위기에 몰렸던 심건오는 김창희전을 계기로 반전의 찬스를 마련했다.

한때 헤비급의 기대주로 불렸으나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위기에 몰렸던 심건오는 김창희전을 계기로 반전의 찬스를 마련했다. ⓒ 로드FC


발전한 심건오, 예전보다는 나아졌다!

2차전의 주인공은 심건오였다. 그간 심건오는 레슬링 베이스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것을 비롯 타격전시 지나치게 흥분해서 막무가내로 들이대다가 낭패를 보는 등의 플레이로 말미암아 팬들에게 실망을 줬다. 동양권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전형적 헤비급 체형(신장 188cm·평균체중 130kg 이상)을 갖춘 데다, 레슬링 경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중량급 기대주로 관심을 모았으나 경기를 거듭하면서 기대치가 현격하게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김창희와의 2차전에서 심건오는 나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김창희의 묵직하고 날카로운 타격을 맞아 침착하게 대응한 것을 비롯 그라운드로 상황이 전개되자 레슬링을 활용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경기를 잘 끌고나갔다. 계속적으로 포지션 압박을 전개해나갔으며 매서운 파운딩 솜씨까지 뽐냈다. 결국 2라운드 1분 18초 만에 TKO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제껏 로드FC에서 펼친 승부 중 가장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건오는 XTM 격투 서바이벌 프로그램 <주먹이 운다 시즌 4-용쟁호투>에 출연하면서 격투 팬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방송 당시 건들거리면서 대기실 문을 박차고 들어와 호기를 부리던 참가자를 가볍게 제압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시선을 끌었다. 상대 역시 결코 작지 않았음에도, 상당한 차이가 느껴질 정도였다.

손혜석을 묵직한 타격으로 몰아붙이더니 이후에는 차정환을 상대로 난타전을 벌이며 강한 투지와 맷집을 과시하는 등 방송 당시에 보여준 임팩트도 상당했다. 양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헤비급 자원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뜨거운 기대가 쏟아졌다.

프레드릭 슬론(35)과 데뷔전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심건오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슬론의 타격에 엄청나게 얻어맞았지만 맷집으로 버티어내며 결국 그라운드에서 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데뷔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잘했다"는 얘기도 많았다.

하지만 이후 심건오의 시련이 이어졌다. 주짓떼로 루카스 타니(34·브라질)전에서는 다 이긴 경기를 어설픈 운영과 집중력 부족으로 내어줬다. 타격이 강한 카를로스 토요타(45·브라질)와는 스탠딩 공방전을 피하는게 중요했으나 외려 잔뜩 흥분해 난타전을 벌이다 TKO패 당하고 말았다.

매 경기 이해하기 힘든 운영과 좀처럼 나아진 점을 찾아보기 힘든 심건오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어느덧 희미해져갔다. 외려 실망의 목소리만이 커져갔다. 직전 경기에서 호우전린(33·중국)에게 3-0으로 판정승했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김창희전 승리는 최초의 연승 등의 의미를 넘어 향후 행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창희 자체는 종합 무대에서 강자가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이 심건오에게 기대하던 방식대로 경기를 이겼다는 부분이 중요하다. 초반 흥분하지 않고 타격을 견디어낸 것을 비롯 레슬링, 더티복싱 등을 적절히 활용한 것은 내용 면에서 아주 좋았다.

 김창희는 거대한 체구(188cm·160kg)에도 불구하고 날렵하고 탄력넘치는 타격이 가능한 뛰어난 스트라이커다.

김창희는 거대한 체구(188cm·160kg)에도 불구하고 날렵하고 탄력넘치는 타격이 가능한 뛰어난 스트라이커다. ⓒ 김종수


신체능력 좋은 김창희, 케이지에서 생존 가능할까?

김창희는 격투 무대에서 유명한 선수는 아니다. 자신이 현재 활동하고 있는 MMA는 물론 이전 무대였던 입식에서도 이름값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창희를 매우 아까운 선수로 평가하기도 한다. 신체능력이 매우 좋은 야수 스타일인지라 발전 여하에 따라서는 충분히 좋은 파이터로 성장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겉모습만 보면 김창희는 격투기 선수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인상은 강한 편이지만 지나치게 비대한 체구(188cm·160kg)는 무제한급임을 감안해도 운동을 하기에 적합지 않아보일 정도다. 많은 체중을 반영하듯 겉으로 보기에도 이곳저곳의 살이 늘어져있어 운동과는 관련 없는 덩치 큰 일반인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좀 더 체중을 감량하고 몸 관리를 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 임은 분명하겠지만 현재로서도 상당한 신체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체격대비 빠르고 정확한 타격을 자랑한다. 복서를 연상케하는 날카로운 펀치 연타는 물론 미들킥, 하이킥 등 여러 가지 킥 기술을 쓰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다. 반사 신경과 회피능력 또한 수준급이다. 단순히 타격능력만 놓고 보면 로드FC 전체를 통틀어서도 수준급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창희의 타격은 국내 최대 입식단체 맥스FC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익산대회서 '그리즐리' 이용섭(28·대구 Team SF)과 맞붙은 바 있는데 비록 컨텐더리그이기는 했지만 완승을 거두며 입식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당시 김창희는 승리를 넘어 다양한 쇼맨십까지 펼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 중간 노가드 형태로 이용섭의 펀치를 안면으로 받아내는가 하면, 괴상한 기합 소리와 함께 묻지 마 돌격을 감행하며 관중들의 함성을 끌어냈다. 이날 이용섭은 철저하게 김창희를 빛나게 하기 위한 조연에 불과했다.

이용섭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절치부심한 이용섭은 이후 김창희와 비슷한 외모(?)와 스타일을 가진 민지원(32·한미체육관)을 넉아웃으로 무너뜨리며 맥스FC 헤비급 강자대열에 이름을 굳혔다. 만약 김창희가 계속해서 맥스FC에 남아있었다면 동체급 최강자 '백곰' 권장원(20·원주청학)과의 좋은 승부도 기대되었던게 사실이다.

어쨌거나 김창희는 종합무대를 선택했다. 타격이라는 확실한 장점이 있는 이상 자신의 특기를 살려 케이지에서 살아남아야한다. 심건오의 그래플링에 일방적으로 당한지라 향후 그와 맞서는 선수들은 이같은 약점을 적극 공략할 것이 분명하다. 김창희로서는 그래플링은 몰라도 테이크다운 디펜스라도 철저히 다듬지 않는 이상 타격 맹수로 발돋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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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희 타격맹수 무제한급 파이터 헤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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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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