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유망주 백승호(지로나)와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사상 첫 성인대표팀에 발탁되는 모습을 볼수 있을까. 다음 달 러시아, 튀니지와 원정 평가전을 앞둔 신태용호에서 백승호-이승우의 대표팀 차출 여부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신태용호 출범후 첫 유럽에서 치러지는 이번 원정 평가전에서는, 지난 최종예선에서 희생한 K리그를 배려하여 국내파 선수를 발탁하지 않고 최대한 해외파 위주로 빈 자리를 채우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유럽 현지에서 열리는 만큼 유럽파들의 대거 합류는 기정사실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거나 경기력 문제로 제외됐던 선수들도 이번에는 최대한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

백승호와 이승우의 성인대표팀 합류 여부와 시기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들은 유럽 최고의 명문클럽을 바르셀로나 유소년팀 출신으로 이미 10대 시절부터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특히 이승우는 이미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부터 공공연하게 A대표팀 조기 합류에 대한 야심을 여러 차례 드러내기도 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미 백승우-이승호와 지난 U20 월드컵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두 선수는 신태용호의 주축으로서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부족한 실전감각과 경험문제로 재능을 다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한국축구의 또래 세대 중에서는 역시 기술과 개인 능력에서 한 차원 높은 수준을 증명했다는 평가였다.

재능있는 유망주들을 10대 시절부터 일찌감치 성인대표팀에 발탁하여 경험을 쌓게하는 것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 일이다. 고종수, 이동국, 이천수, 기성용, 손흥민 등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두 '될성부른 떡잎'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성인무대를 누비며 그 실력을 증명했다. 마커스 래쉬포드(잉글랜드), 킬리앙 음바페(프랑스), 잔루이지 돈나룸마(이탈리아), 마틴 외데가르드(노르웨이), 가브리엘 제주스(브라질) 등 백승호-이승우와 비슷한 연령대에 일찍 프로에 데뷔하여 벌써 성인대표팀에서까지 자리를 잡은 선수들로 수두룩하다.

당장의 성적을 보면 아직 대표팀에 뽑힐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대표팀은 현재 못지않게 미래도 고민해야 한다. 대표팀은 기성용, 구자철, 손흥민이 주축이 된 88~92년생 세대 이후로 그 뒤를 이어가야할 다음 세대가 정체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황희찬, 권창훈, 김민재 정도를 제외하면 최근 A대표팀에서 중용할만한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세대교체 차원에서 내년 이후를 감안하여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의 기량을 미리 점검해둘 필요도 있었다.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진출을 갓 확정짓고 유럽 원정 평가전을 통해 첫 선수점검에 나선만큼 경기 결과에 대한 부담없이 마음껏 선수를 차출할수 있다는 점에서도 지금이 이승우-백승호를 확인해볼 최적의 시기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높은 관심을 받는만큼 이승우-백승호의 차출이 아직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유럽파들을 폭넓게 점검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문제는 과연 이들이 성인대표팀에 승선할 정도로 '최소한의 자격'을 스스로 보여줬느냐하는 의구심이다.

앞서 언급한 손흥민이나 이동국·기성용같은 선수들의 경우, 당시 나이는 어렸어도 엄연히 성인무대에 데뷔한 프로선수였고 소속팀에서 확실한 재능을 증명하며 대표팀에도 승선할만한 명분을 갖추고 있었다.

이에 비하여 이승우와 백승호는 바르셀로나 2군에서도 자리를 잡지못하고 출전기회를 확보하기 위하여 최근에야 이적을 단행하여 아직은 프로 데뷔전조차 치르지못한 '늦깎이' 유망주들이다. 백승호가 그나마 1부리그로 아닌 지로나 2군에서 경기에 나서는 정도고,  이승우는 아직 베로나에서 공식 경기 출장이 전무하다.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재능을 보여줬다고 하지만, 냉정히 말해 성인무대에서의 실적은 아직 제로(0)에 불과한 선수들이다. 유망주 시절의 이름값과 기대치가 있다고 해도 엄연히 성인무대에서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검증된 최고의 선수들만 승선해야할 A대표팀에 굳이 무리해서 성급하게 기용할 필요가 있는지는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특히 여론이 좋지않은 것은 이승우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시절 '코리안 메시'라는 별명을 얻으며 한때 팬들의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이승우는, 최근 몇 년간 성장세가 정체된 데다 잦은 구설수까지 겹쳐 이미지가 많이 깎인 상태다. 한창 주목받던 시절에 보여준 튀는 언행들도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차라리 지금은 섣부른 대표팀 발탁보다는, 이승우가 소속팀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면서 대표팀에 승선할만한 자격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게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태용 감독으로서도 러시아-튀니전은 평가전이라고 마냥 여유를 부릴수 있는 상황은 안다. 최근까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졸전과 히딩크 복귀설 등의 논란으로 홍역을 겪으며 팬들의 비판여론에 시달렸던 신 감독으로서는, 이번 유럽 원정을 통하여 경기력으로 불리한 여론을 어느 정도 반전시켜야할 필요성이 있다. 이승우-백승호같이 성인무대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을 기용하여 얼마나 과감한 실험을 할수 있을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신태용 감독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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