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집 스타>에서 톱스타 혜미 역의 배우 한채영이 2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채영이 모처럼 밝은 캐릭터로 돌아왔다. 이번엔 영화다. ⓒ 이정민


국내 톱스타 배우 중 하나인 한채영이 톱스타를 연기했다. 그가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 <이웃집 스타> 속 주인공 한혜미가 바로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톱배우 캐릭터. 자칫 최루성 신파 드라마로 예상하기 쉽지만 의외로 유쾌하고 가볍다.

실제로 결혼 11년 차에 아들까지 뒀기에 여러 모로 한채영에게 적격일 수 있는 역할일 법 했다.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채영 역시 "좋아하는 장르의 영화였고, 꼭 하고 싶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욕심났던 캐릭터

"엄마 역할이다 보니 엄마 감성을 쉽게 표현할 수 있지 않냐는 얘길 듣긴 했다. 저도 아이가 있다 보니 소은(진지희)과 함께 나오는 장면에서 훨씬 감정적으로 공감되는 게 있더라. 분명 머리로 하는 것과 이해하고 하는 거랑 다른 부분이 있으니까. 

근데 엄마 역할이 있다고 해서 이 작품을 한 건 아니다. 엄마 캐릭터가 아니었어도 유쾌하고 재밌는 시나리오라 했을 거다. 제가 엄마 역할이 처음도 아니지 않나(웃음). 스물여섯 때 <온리 유>라는 드라마에서 이미 엄마 역을 했었다."

그의 말대로 <이웃집 스타> 특유의 경쾌함에 끌린 셈이다. 여러 광고, 드라마에서 대부분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로 나온 터라 한채영 스스로 그에 대한 갈망이 컸던 터. "그런 유쾌한 역을 하고 싶었다"며 한채영은 "그럴 기회가 적어서 사람들이 절 도도하게 보시는 거 같은데 본래 성격이 단순하고 긍정적"이라 밝혔다.

"사람 성격이 잘 변하지 않지! 일부러 그런 면을 가린 건 아닌데 보여드릴 기회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로 보여드리려 한 건데 우연찮게 예능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하게 돼서(웃음). 본래 고민이 있어도 오래 고민하지 않고, 안 좋은 이야기는 빨리 잊는 편이다. 친구들에게도 '나 우울증이야!' 이래 놓고 3일 이상 안 간다. 한혜미 역을 하면서 제 모습을 많이 반영한 것 같다." 


배우와 자연인 사이

아무래도 영화 자체가 배우로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혜미의 모습과 그가 딸을 보듬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갈등을 다뤘기에 한채영 스스로도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 볼 법했다. 올해로 데뷔 17년 차인 그도 사실 데뷔하자마자 주목을 받으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 속 이야기는 흔한 건 아니잖나. 숨겨둔 딸이 있다든가 하는 설정도 있고, 소은이가 엄마를 저격하며 쓴 댓글에 충격받기도 하지만 영화적으로 느껴져 재밌게 했다. 실제로도 제가 배우로 살면서 일상에 부담을 갖고 있던 건 아니다. 나 자신 보단 오히려 가족들이 조심하며 지내는 면이 있지.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꼈다. 

영화 속 혜미처럼 저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다른 분들이 쉰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한국에서 작품 안 할 때 중국활동을 했으니. 이번 영화로 연예인 가족으로 사는 게 힘들다는 걸 새삼 느꼈다. 물론 배우 일을 하며 일상에 일부 제한을 받는 아쉬움은 있었다. 

지금은 크게 인식하지 않고 있다. 그게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조차도 생각하려 하지 않고 그 안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 알만한 걸 모를 때도 있다. 엄마로서 알고 아들에게 알려줘야 할 게 있는데 나도 모르는 게 꽤 있더라(웃음)."

오래 달려왔지만 한채영의 시작점은 길거리 캐스팅이었다.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대학에서 비즈니스학과 진학 예정이던 그가 우연히 한국에 놀러왔다가 개그맨 전유성에 눈에 띄어 연예계에 데뷔한 건 이젠 유명한 일화다. 혹시 한채영이 연기를 택하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음, 피겨스케이팅은 고1 때 그만둬서…. 아마 경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어떤 일이든 하고 있을 것 같다. 전업 주부도 물론 나쁘지 않다. 하지만 분명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한 번도 이 일을 그만둘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용기가 필요하지."

 영화 <이웃집 스타>에서 톱스타 혜미 역의 배우 한채영이 2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본래 한채영은 경영학도를 꿈꾸던 대학생이었다. ⓒ 이정민



진짜 용기

일이 없을 때면 최대한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그는 전형적인 좋은 엄마다. 촬영이 있다고 해도 최대한 시간을 일찍 잡는다. 그래야 가족과 보낼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들이 아직 엄마가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인지 못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던 한채영은 "한 살 한 살 먹다 보니 아이와 같이 있는 게 참 행복하더라"고 고백했다.

"어렸을 땐 욕심도 많았고, 뭔가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냥 평온한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 지금 행복하면 된다는 주의다. 이제야 일을 즐기며 하는 기분이랄까. 나이? 누구나 그렇겠지겠만 나이는 안 먹고 싶지. 해외 나갔을 때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스물 넷! 이런다. 재밌으라고 그러는 거고, 나이를 먹는 게 매우 좋아! 이건 아니지만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없다. 오래 일을 하고 난 뒤에 큰 행복감을 느끼기에."

따지고 보면 이렇다 할 풍파 없이 잘 견뎌올 수 있는 비결은 바로 가족에 대한 믿음 덕 아닐까. <이웃집 스타> 홍보 일정이 끝나고 추석이 되면 한채영은 가족과 함께 친지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와 함께 가족여행을 다녀올 것 같다"고 그가 살짝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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