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에 열리는 대구 서문시장 축제

매년 가을에 열리는 대구 서문시장 축제ⓒ 대구광역시 중구청


아직도 열정 페이…대구시 축제, 지역 음악인은 '들러리'(2017년 8월 20일 경북일보)
예술인 열정페이 강요 근절…대구시, 표준계약서 의무화 (2017년 8월 25일 영남일보)
"공연 기회 턱없이 부족한데 '재능기부' 요구받으면 힘들죠"(2017년 4월 26일 부산일보)

얼마전 대구지역 음악인을을 분노하게 만든 일이 발생했다.

국비 및 시비 1억9500만 원이 지원되는 "서문시장 글로벌 대축제"(9월 21~23일) 행사 주관 대행사 측이 공연에 참가할 음악인들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상상 이하의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제시된 금액은 고작 두당 2만원이었다.

해당 섭외 전화를 받은 음악인들 입장에선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는 노릇. 이 내용은 SNS 등을 통해 전파, 지역 언론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뒤늦게나마 진상 파악에 나선 대구시 측은 사과와 동시에 100만원 수준으로 공연비를 조정,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향후 행사 진행시 표준계약서 도입 등을 약속하면서 사건 진화에 나섰다.

이와 같은 사례는 비단 서문시장 축제만의 일은 아니다. 지금도 전국 어딘가에서 열리는 축제, 행사 중에는 이런 식의 섭외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좋은 취지면 무조건 공짜로 해줘야 합니까

유명 인기 가수들은 한번 행사에 출연할 때 몇백~몇천만원대의 출연료를 받지만 이는 일부에 국한될 뿐이고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무명 음악인들은 훨씬 열악한 대우를 받기 일쑤다.

최소한 합당한 수준의 출연료를 받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당신들 홍보할 수 있는 기회니까 이것만 받아라", "좋은 취지의 행사이니 재능기부 차원에서 해달라"는 식의 상식을 벗어난 섭외, 공연비 제시 등은 여전히 공연시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들이다.

최근 들어 활성화되고 있는 일부 초대형 유명 야외 음악 공연의 사정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무명의 음악 밴드, 음악팬들에게 공연+홍보+자원봉사 등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출연료+시간당 최저임금에 준하는 인건비 대신 해당 행사 입장권, 기념품 지급으로 퉁치는 건 과연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해당 행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줄 이들을 제대로 대접 못해줄 바엔 애초에 그런 무대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게 낫다.

여유 없는 이들에게 요구하는 재능기부...이건 갑질

 지난해 10월 6일 열린 대구 서문시장 글로벌 대축제.  최근 열정페이 수준의 공연비 섭외로 논란이 빚어졌다

지난해 10월 6일 열린 대구 서문시장 글로벌 대축제. 최근 열정페이 수준의 공연비 섭외로 논란이 빚어졌다ⓒ 대구광역시 중구청


최근 들어 논란이 되는 부분은 서문시장 축제처럼 국가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최, 후원하는 각종 행사다.

언제부터인가 음악인, 미술인 등에게 무료, 무보수로 일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게 "재능기부"라는 명목으로 당연시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예술인들이 적지 않다.

힘없는 몇몇 이들 중에선 이러한 제의를 거절했다가 자칫 안 좋게 소문이 날 것 같아, 눈꼽 만큼의 홍보 기회마저도 아쉬운 실정이라 마지못해 섭외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SNS에 토로한다.

다른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음악인들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의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무대 마련이다. 무명의 음악인들일수록 이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도 병행하면서 몇 안 되는 행사 출연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열악한 환경의 젊은 창작가들에게 "재능 기부"라는 명목의 무보수 수준 출연 섭외는 예술인들에 대한 갑질이자 강요다.

재능기부는 어디까지나 당사자 스스로 순수한 마음에서 행하는 봉사의 일환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를 강요하는 건 칼만 안들었을 뿐 날강도짓과 다를 바 없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사라면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열정페이"로 출연자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식의 섭외를 해선 곤란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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