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6년 만의 남북전을 승리로 가져갔다.

홍성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20일 태국의 나콘빠톰 경기장에서 열린 2018 세계 여자배구선수권대회 아시아 예선전 첫 경기에서 북한을 세트스코어 3-0(25-17, 25-23, 25-19)으로 꺾었다. 한국과 북한의 통산 전적은 7승2패(한국 우세)가 됐다. 1승을 먼저 챙긴 한국은 하루 휴식을 가진 후 오는 22일 이란과 대회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한국이 북한에 대해서 가장 경계했던 부분은 국제대회에서 거의 만난 적이 없다는 '낯섦'이었다. 국가대표 경력이 10년 이상 되는 김연경조차도 북한을 상대한 적은 단 한 번뿐이다. 하지만 국제경기가 낯선 것은 북한 쪽이 훨씬 더 심했다. 2, 3세트에서 북한 선수들의 투지에 다소 고전하긴 했지만 북한은 세트 후반 실책을 연발하며 자멸했다. 애초에 북한은 2016년 리우 올림픽 8강, 올해 월드그랑프리 2그룹 준우승에 빛나는 한국의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김연경은 썩 좋지 않았던 컨디션에도 꾸준한 활약으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연경은 썩 좋지 않았던 컨디션에도 꾸준한 활약으로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 한국배구연맹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북한의 투지를 노련함으로 제압

대부분의 분야에서 그렇듯 북한은 스포츠에서도 대단히 폐쇄적인 나라다. 당연히 여자배구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한국과 북한은 이번 대회 전까지 휴전 후 국제대회에서 총 8번 밖에 만나지 않았다. 한국은 1963년 도쿄 올림픽 예선(0-3 패)과 1972년 뮌헨 올림픽(0-3패)에서 북한에게 패한 후 최근 6번의 맞대결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1992년 일본에서 열린 NHK대회(3-0승리) 이후 19년 간 상대하지 않았던 남북한의 여자배구는 지난 2011년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여자배구 선수권에서 19년 만에 격돌했다. 당시 김연경이 포함된 한국 대표팀은 북한을 3-1로 꺾은 바 있는데 당시 북한의 주공격수 정진심에게 무려 30득점을 허용하며 고전한 바 있다. 당시 약관의 신예였던 정진심은 이제 명실상부한 북한의 에이스가 됐고 '제2의 정진심'을 노리는 어린 선수들이 북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주장 김연경을 비롯해 박정아, 김희진, 김유리, 김수지, 조송화 세터, 나현정 리베로가 선발 출전했다. 한국 선수들은 남북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긴장한 듯 경기 초반 실책을 연발하며 북한과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국은 노련한 김수지의 서브 차례에서 연속 10득점을 올리며 여유 있게 리드해 나갔다. 북한은 과감한 강공작전으로 추격을 했지만 한국은 착실하게 득점을 쌓으며 어렵지 않게 1세트를 가져 왔다.

한국은 2세트에서 조송화 세터가 흔들리며 초반 북한에게 리드를 내줬다. 한국은 김연경의 3연속 서브득점으로 리드를 찾아왔지만 북한도 끈질긴 수비와 과감한 공격을 앞세워 야금야금추격하다가 세트 후반 역전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22-23으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정아의 연속 득점과 김수지의 블로킹으로 25-23으로 힘들게 2세트를 따냈다.

3세트에서 조송화 대신 이고은을 투입하며 변화를 준 한국은 '북한의 김연경' 정진심을 앞세운 북한의 파상 공격에 세트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한국은 하혜진의 서브득점과 이고은의 2단 공격, 박정아, 김수지의 블로킹으로 경기를 접전으로 만들었다. 한국은 황민경을 원포인트서버로 투입한 후 연속 4득점을 올리며 역전에 성공했고 세트 후반 김연경의 연속 공격으로 스코어를 벌리며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한국은 주전 센터 양효진이 허리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서 빠졌고 소집이 늦어지면서 선수들이 손발을 맞출 시간도 부족했다. 대회 첫 날 첫 경기에 남북전이라는 부담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국제대회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북한을 상대로 고전한 가장 큰 원인이다. 하지만 한국은 월드스타 김연경을 앞세워 북한에게 무실세트 승리를 거두며 세계 선수권 본선티켓을 향한 첫 걸음을 무사히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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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예선전 북한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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