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널티킥 신경전'에서 비롯된 네이마르와 에딘손 카바니(이상 PSG)의 갈등이 며칠째 유럽축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구단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두 선수간의 심상치않은 기류를 둘러싼 소문들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파리 생제르망은 올 여름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라는 거물급 스타들을 영입하며 단숨에 유럽축구계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프랑스 축구에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절대강자의 위상을 자랑했다. 하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반복했다면, 올 시즌에는 그야말로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며 챔피언스리그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될만큼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PSG는 예상대로 시즌 초반부터 막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새롭게 가세한 네이마르와 음바페가 빠르게 팀에 녹아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고, 기존의 에이스이자 지난 시즌 리그앙 득점왕 카바니의 득점력도 건재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균열이 발생했다. 올림피크 리옹의 리그앙 6라운드, PSG가 페널티킥을 얻어낸 상황에서 키커 자리를 놓고 네이마르와 카바니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나왔다. 기존 PSG의 페널티킥 키커는 카바니가 맡게 돼 있는데 이적생인 네이마르가 이의를 제기한 것.

스타급 선수들이 PK를 놓고 경기중 논쟁을 벌이는 경우는 축구에서 종종 벌어지는 장면이다. 멀리볼 것도 없이 한국스타 손흥민(토트넘)도 지난 시즌 자신이 직접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 역할을 놓고 팀동료 에릭 라멜라와 논쟁을 벌여 화제가 된 바 있었다. 당시 손흥민에게 끝내 PK를 양보하지 않았던 라멜라는 국내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정작 손흥민은 경기 후 라멜라와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며 뒤끝없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이처럼 보통은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만한 사건이었지만 네이마르와 카바니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경기 후 네이마르가 우나이 에메리 감독에게 PK 키커 변경을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내용이 나오는가 하면, 카바니가 경기종료후 팬들에 대한 인사와 믹스트존 인터뷰까지 거절하고 불편한 심기를 노출한 듯한 모습도 보도됐다.

네이마르와 카바니가 경기후 라커룸에서 다시 충돌하여 언쟁을 벌였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페널티킥 처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팀의 주도권을 두고 벌어지는 간판 선수들의 기싸움이라는 평가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현지 축구 언론에서도 이 사건을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을 '1인자' 역할에 집착하는 네이마르의 야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마르는 올여름 리오넬 메시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꿈꾸며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메시-루이스 수아레스와  소위 'MSN 트리오'를 결성하며 눈부신 성적을 거뒀지만 어디까지나 팀의 에이스는 메시였고 네이마르는 바르셀로나에서 2, 3인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네이마르는 PSG에서 메시나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처럼 선수로서 매년 발롱도르에 도전할 정도의 위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득점 기록을 위해서는 페널티킥 전담 역할을 소유하는 데 좀 더 유리하다. 페널티킥 키커는 보통 팀 내에서 가장 득점력이 좋은 선수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네이마르가 페널티킥만이 아니라 각종 세트피스를 모두 전담하는 것을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의 1인자 등극에 걸림돌이 되는 카바니의 이적까지 구단에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팬들과 언론의 시각은 대체로 비판적인 반응이 많다. 네이마르가 팀내 1인자가 되기에 충분한 능력을 지닌 선수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팀 분위기나 동료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부족한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모든 팀에는 약속된 규율과 순서가 있다. 카바니가 페널티킥 전담 키커로 나서는 것도 이미 충분한 합의를 거쳐 감독이 결정한 내용이다. 네이마르가 아무리 대단한 스타라고 해도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이미 약속된 룰을 깨고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않는다. 만일 네이마르의 요구만을 일방적으로 수용한다면 이는 과도한 특혜로 장기적인 면에서 팀 내에서 위화감만 조성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카바니는 유럽무대에 검증된 정상급 공격수다. 그동안 소속팀과 우루과이 대표팀에서는 각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유)-루이스 수아레스같은 걸출한 선수들의 그늘에 가려져있다가 지난 시즌 모처럼 '홀로서기'에 성공하며 득점왕까지 올랐다.

하지만 올시즌 다시 네이마르와 음바페의 영입으로 팀의 공격전술이 바뀌면서 카바니의 팀 내 비중이 다시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카바니로서는 가뜩이나 이런 상황에서 PK까지 양보를 요구하는 네이마르의 행태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PSG는 올 시즌 프랑스를 넘어 유럽정상에 도전하는  팀이다. 네이마르가 PSG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아무리 1인자가 되더라도 뛰어난 팀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마찬가지다. 우승트로피는 혼자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우수한 동료는 많을수록 좋다.

특히 PSG처럼 고액연봉을 받는 자존심강한 스타들이 즐비한 구단의 경우, 개인의 활약보다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이 하나의 팀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느냐는 문제다. 현명한 1인자라면 아군을 적으로 돌릴수 있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는다.

네이마르가 PSG의 메시가 되고 싶다면 개인 기록이나 특별대우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더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메시는 자신이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고도 수아레스와 네이마르에게 패스를 내주며 득점 찬스를 양보하는 보기드문 장면을 연출한 일도 있다.

메시가 오랜 세월 그토록 엄청난 업적을 쌓으면서도 적어도 그라운드에서 팀 동료와 대놓고 얼굴을 붉히거나 이기적인 모습으로 팀을 분열시키는 행동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중요한 순간에 팀동료들이 서로를 신뢰하고 희생하지 못한다면 그 팀은 절대 강해질 수 없다. 때로는 동료를 살리는 길이 곧 자신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오랜 세월 숱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거느리면서도 선수가 감독을 넘어서는 권력을 휘두르거나, 라커룸에서 동료들을 분열시킬 수 있는 행위를 하는 선수는 아무리 중요한 스타라고 해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네이마르 같은 행동이 만일 퍼거슨 시절의 맨유에서 벌어졌을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유다.

네이마르는 PSG에서 꿈에 그리던 1인자가 될수 있는지는 몰라도, 아직 팀을 아우를만한 '리더'의 자질은 부족해 보인다. 수십 골을 득점하거나 주장 완장을 찬다고 해서 모두 리더로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리더는 동료들이 자발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네이마르는 지금은 1인자보다 진정한 리더가 되는 법부터 먼저 깨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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