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타이어뱅크 KBO 리그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15-7로 패한 LG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타이어뱅크 KBO 리그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15-7로 패한 LG 선수들이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하늘도 쌍둥이의 역전패를 막아주지 못했다. 한때 '강우 콜드'를 기대했던 경기가 최악의 역전패로 마감됐다. 가을 야구를 향한 실낱같은 희망도 한 발 더 멀어졌다. 경기 자체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명승부였지만 정작 주인공은 LG가 아니었다.

LG는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7-15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데이비드 허프의 7이닝 1실점의 역투도, 이형종의 드라마틱한 3점 홈런도 불펜의 '대재앙'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6회까지 허프의 호투에 밀려 무득점으로 꽁꽁 묶였던 kt는 마지막 3이닝 동안 15득점을 몰아치는 가공할 화력을 과시하며 경기를 뒤집었다. 이중 14점이 허프가 내려간 이후 마지막 2이닝간 LG 불펜을 상대로 뽑아낸 것이었다.

kt 타선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8회였다. LG는 3-1로 앞섰던 8회 초에 불펜진을 가동하며 진해수와 신정락, 정찬헌, 김지용 등 무려 4명의 투수를 잇달아 올렸지만 기세가 오른 kt 타선을 막지 못하고 순식간에 5점을 내주며 3-6으로 역전당했다.

이날 경기 후반의 변수는 우천이었다. LG로서는 중반까지 리드를 잡고 있었기에 조금만 비가 일찍 쏟아졌더라면 강우 콜드도 기대해볼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박경수의 적시타로 3-3 동점을 이룬 시점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거세지며 경기가 중단됐다. 이대로라면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될 수도 있었다.

천둥번개 동반한 폭우... LG에게 '최악 시나리오' 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LG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왔다. 빗줄기가 돌연 가늘어지며 그라운드 재정비를 거쳐 경기는 약 1시간 만에 재개됐다. 경기가 중단되기 직전 LG의 투수는 정찬헌, 이미 진해수-신정락을 소모한 데다 동점 상황에서  양상문 감독은 경기 재개 이후에도 투수교체없이 정찬헌 카드를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패착이 되고 말았다. 이미 우천 중단전부터 불안한 피칭을 보였던 데다 경기 지연이 길어지며 어깨가 완전히 식어버린 정찬헌은 이진영에게 적시타를 내주며 역전을 허용했다. 양상문 감독은 뒤늦게 김지용으로 투수를 교체했지만 이미 흐름은 kt쪽으로 넘어간 뒤였다. LG로서는 차라리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뜬금없는 천둥번개와 빗줄기는 LG의 8, 9회 비극을 예고하는 복선이었던 셈이다.

LG에게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었다. 8회 말 이형종의 극적인 3점 홈런이 터지며 4득점을 뽑아낸 LG는 다시 한번 9-7로 리드를 뒤집으며 역전승의 희망을 살렸다. 하지만 LG에게 9회는 더 잔혹한 엔딩이 가다리고 있었다. 김지용이 첫 타자 주니어에게 3루타를 맞았고, LG는 다급하게 이동현을 마운드에 올렸지만 연속 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여기에 1사 1, 2루에서 이동현이 병살타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진영의 유격수 앞 땅볼로 2루수 손주인이 공을 놓치는 실책까지 더해지며 이닝을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리고 이 장면이 결국 이날 승부의 결정타가 됐다. 불펜에 대기하고 있는 다른 투수가 없었던 LG는 어쩔 수 없이 이동현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리며 정신적으로 흔들린 이동현은 연속 안타에 이어 로하스에게 만루홈런까지 맞으며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LG는 이날 홈팀 9회 최다 실점(9점) 역전패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세우게 됐다.

가을야구 점점 멀어지는 LG

LG에게 이날의 패배는 1패 이상의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매우 크다. 가을야구에 진출 갈길 바쁜 LG는 65승 3무 65패로 6위에 머물며 이날 기아를 잡은 5위 SK와의 승차가 2.5게임으로 벌어졌다. LG는 SK보다 훨씬 많은 잔여경기(SK 4경기, LG 11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SK가 반타작 이상만 해도 LG는 최소한 7할 이상의 승률을 거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LG는 올 시즌 SK와의 상대전적에서도 7승 9패로 열세다. SK가 만일 잔여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면 LG는 남은 11경기 모두를 이겨야 자력으로 역전이 가능하다.

현재 시즌 막판 LG의 분위기는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다. SK가 9월 들어 9승 6패로 선전하고 있는데 비해, LG는 7승 1무 8패로 5할에도 못미치는 승률에 그치고 있다. 특히 꼴찌 kt에게만 최근 일주일 사이에 3연패를 당한 것은 LG 선수단에게 상당한 정신적 내상을 안길만하다. LG는 8월까지만 해도 KT에게 상대전적 10승 2패로 극강의 천적관계를 유지해왔으나, 하필 시즌의 가장 중요한 막바지에 kt표 고춧가루에 잇딜아 눈물을 흘리며 가을야구를 향한 희망에 치명타를 맞게 됐다.

여기에 에이스 허프의 등판과 불펜 필승조를 총동원했음에도 역전패를 당하면서 선수단의 사기가 크게 꺾였다는 것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후유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올 시즌 계약만료를 앞두고 가뜩이나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양상문 감독의 입지도 더욱 위태로워지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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