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정상화 시민행동과 KBS-MBC노조 조합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정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 원문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KBS-MBC정상화 시민행동과 KBS-MBC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국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정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 원문 공개를 촉구하던 모습. ⓒ 이희훈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대통령 재임시절 MBC와 KBS의 정권 비판적인 시사 프로와 일선 언론인들을 좌파로 규정하고 '환골탈태'라는 미명하에 인사 등에 구체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18일 <한겨레> 보도로 드러난 가운데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아래 국정원 개혁위)가 18일 오후 해당 문건의 일부를 공개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아래 국정원 개혁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향',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이라는 제목의 두 문건은 각각 2010년 2월과 2010년 5월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와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돼 청와대에 보고됐다.

당시 국정원과 청와대는 MBC와 KBS를 노조가 운영하는 일종의 '노영방송사'로 규정하고, 좌파세력에 영합하는 편파보도와 프로그램을 방송하거나 일부세력의 사유물이 됐다고 판단했다.

3단계로 나눠 진행된 MBC 길들이기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향'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좌편향 인물 퇴출로 악순환 고리 차단, 노영방송 척결을위한 근본적 해결책 강구, MBC 정체성 확립 논의로 파행방송 행태에 경고 등 3가지를 MBC에 대한 기본전략으로 세우고 이에 대해 총 3단계의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제시했다.

1단계에는 김재철 당시 MBC 신임 사장 취임에 맞춰 지역MBC 및 자회사 사장단의 재신임을 검토하도록 하는 등 인적 쇄신 내용이 담겼다. < PD수첩> < MBC스폐셜> <후플러스> <시사매거진2580>의 제작진과 진행자를 교체하고 프로그램 명칭과 형식도 변경하도록 압력을 넣었다.

인적 쇄신엔 간부급 인사는 물론이고 제작본부 산하 부서와 논설위원실 인원까지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출연해온 손OO씨, 김OO씨 등을 비롯해 작가들의 실명까지 적시해 대대적 물갈이를 시도했다. 대외적으로 성장세였던 < PD수첩>에 대해 국정원은 '상징성으로 당장 폐지가 어렵기에 사진심의 확행과 책임자 문책으로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MBC PD-기자 제작거부 선언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경제매거진 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을 제작하는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32명이 제작 중단을 선언하며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 사퇴와 PD수첩 이영백 PD 대기발령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세월호’ ‘4대강’ ‘국정원’이 금기어가 되었고, 세월호 참사 직후 프로그램에서는 유가족들이 우는 장면을 빼라는 지시를 받는 등 언론사가 지켜야할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왔다고 밝혔다. 송일준 MBC PD 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MBC PD-기자 제작거부 선언 지난 8월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앞에서 ’PD수첩’ ‘시사매거진2580’ ‘경제매거진 M’ ‘생방송 오늘 아침’ ‘생방송 오늘 저녁’을 제작하는 시사제작국 소속 PD와 기자 32명이 집회을 열던 당시 현장. ⓒ 권우성


2단계는 노조 무력화와 조직 개편이다. 사규에 따라 노조의 파업 등의 행위를 징계하고, 단체협약 개정 등을 추진하게 했다. 여기엔 '공정방송노조를 통해 좌파정부시절 비리의혹과 노조 배후 인물의 비리를 폭로 독려'라는 계획도 적시돼 있었다. 즉, 언론노조가 아닌 MBC 내 다른 노조를 이용해 정권 차원으로 노조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MBC 공정방송노조는 박근혜 정권 아래에서도 이른바 '태극기 부대' 인원과 연계해 집회를 여는 등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3단계로는 이OO 노조위원장(이근행 당시 MBC언론노조 본부장) 임기만료를 계기로 건전성향의 노조위원장 당선을 지원하도록 했으며, MBC 스스로 민영화를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담겨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다공영-1민영 체제'를 '1공영-다민영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 

KBS엔 '좌편향 간부 인적쇄신' 대대적 주문

 MBC 이영백, 조윤미 PD 등 <PD수첩> 제작진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MBC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을 노동문제관련 취재 불허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로 검찰 고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MBC 이영백, 조윤미 PD 등 제작진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MBC 김장겸 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을 노동문제관련 취재 불허에 대한 부당노동행위로 검찰 고발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은 좌편향 간부 색출 등에 집중됐다. 이미 2010년 6월 조직 개편을 예고했던 당시 KBS에 대해 국정원은 면밀한 인사검증으로 좌파성향의 부적격자를 퇴출하도록 주문했다. '좌편향, 무능, 비리 연루 여부 기준으로 인사 대상자를 색출하되 최소한의 기준만 제시하고 KBS에 일임'이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이미 당시 정권은 어느 정도 KBS를 장악했다는 판단이 깔려 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점 고려사항에선 MBC와 마찬가지로 이OO씨(좌편향 PD들과 편파방송 획책), 용OO씨(언론노조 KBS본부 비호, 반정부 왜곡보도 혈안) 등 간부의 실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좌편향 간부', '무능-무소신 간부', '비리 연루 간부'로 나눠 특별히 관리 감독할 것을 주문했다.

이 외에도 특정 인원들의 실명과 국정원의 감시 계획이 담겨있었으나 국정원 개혁위는 검찰 수사가 우선이라는 방침이다. 개혁위는 "적폐청산 TF에 공영방송 장악 관련 추가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 사실관계 등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여 국민들 의혹해소에 적극적으로 임해 줄 것을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국정원 MBC PD수첩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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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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