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페넌트레이스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하여 치닫고 있다. 정규시즌 순위경쟁만큼이나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MVP 레이스 역시 치열하다.

올 시즌은 어느 때보다 수상자를 예측하기 어렵다. 여러 명의 선수가 각 부문 타이틀을 고르게 나눠가지는 판도속에서 확실한 독주체제라기보다는 엇비슷한 선수들간의 집단 경쟁 구도에 가깝다.

현재로서 가장 강력한 MVP 후보로 부상한 것은 역시 최정(SK)이다. 올 시즌 125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3할2푼4리 134안타 46홈런 113타점 88득점 출루율 4할3푼5리 장타율 7할7리 OPS 1.142를 기록하며 '홈런군단' SK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시즌 5경기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2년연속 홈런왕'과 장타율까지 2관왕은 이미 확정적이다.

최정은 지난해 40홈런에 이어 다시 한번 자신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미 2002년 역시 SK 소속이던 호세 페르난데스(45개)가 기록한 KBO리그 역대 3루수 최다홈런 기록도 경신했다. 내친김에 4개의 홈런만 더 추가하면 이승엽(1999,2003), 박병호(2014-2015), 심정수(2003)에 이어 KBO 역대 4번째(횟수로는 6번째) 50홈런 타자에 이름을 올릴 수도 있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최근 10경기에서만 7개의 홈런을 터뜨릴 만큼 몰아치기에 강한 최정인 만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KBO에서 홈런왕은 MVP의 보증수표로도 꼽힌다. 지난 35시즌간 홈런왕 출신이 MVP까지 오른게 무려 18차례가 절반이 넘을 정도로 홈런 타이틀이 주는 상징성은 다른 기록보다 좀더 크다. 여기에 만일 50홈런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할 수 있다면 최정의 MVP 대세론은 굳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변수는 소속팀 SK가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지 못했다는 점이다. SK는 현재 6위 LG에 불과 1.5게임차로 앞서있지만 LG의 잔여경기가 SK보다 2배 이상 많은 12경기를 남겨두고 있기에 아지 안심할 수 없다.

아무리 MVP가 개인 기록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국내 정서상 팀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다. 역대 KBO 사상 포스트시즌 탈락팀에서 MVP가 배출된 경우는  2005년의  손민한(롯데), 2012년의 박병호(넥센) 두 명 뿐이다. 당시에는 상위권 팀에서 이들을 능가하는 개인기록을 보여준 선수가 없었던 점도 한몫을 담당했지만, 올해 최정의 경우 홈런을 제외하면 그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다.

리그 선두팀답게 기아에도 우수한 MVP 후보가 즐비하다. 타격왕을 예약한 김선빈은 126경기 타율 3할8푼3리 168안타 출루율 4할2푼9리를 기록중이다. '9번 타자'로는 사실상 최초인데다 유격수로서는 팀 대선배인 1994년의 이종범(3할9푼3리) 이후 무려 23년 만의 타격왕 도전이라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으기 충분했다. '야구계의 메시'라는 별명처럼 165cm의 왜소한 체격조건에 수비부담이 큰 유격수로 활약하면서도 엄청난 공격생산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MVP 후보에 걸맞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선수로 꼽힌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꼽히는 4번타자 최형우는 비록 출루율(,462)을 빼고 타이틀 수위는 없지만 131경기에서 타율 3할5푼5리 26홈런 120타점을 기록하며 도루를 제외하면 타격 전부문에서 1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리며 기아 이적 이후에도 첫해부터 변함없이 고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MVP 레이스의 가장 큰 변수는 타점왕인데 경쟁자인 다린 러프(삼성. 121개)와의 격차는 불과 1개라서 충분히 뒤집기를 노려볼만하다.

기아의 원투펀치 양현종(18승5패 평균자책점 3.61)과 헥터(18승 4패. 3.44)는 나란히 동반 20승 도전을 노리고 있다. 특히 양현종은 1995년 LG 이상훈 이후 명맥이 끊긴 '토종 좌완 선발 20승'에 무려 22년만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양현종과 헥터 모두 승수에 비하여 자책점이 3점대 중반으로 다소 높은게 아쉽다. 다승 외에는 크게 내세울만한 기록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MVP 수상 가능성은 타자들에 비하면 떨어지는 편이다.

'제 3의 후보'를 찾는다면 손아섭(롯데)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커리어하이'시즌을 보내고 있는 손아섭은 최다안타(185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자신의 개인 최다인 2016시즌(186개)의 기록에는 1개만을 남겨놓고 있다. 6경기를 남겨둔 현재 '꿈의 200안타'는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이지만 손아섭은 개인 첫 20-20(홈런-도루)을 비롯하여 타율 3할3푼8리 20홈런 75타점 111득점의 눈부신 활약으로 이대호와 함께 롯데를 후반기 승률 2위로 이끌며 5년만의 가을야구를 바라보게 한 일등공신이었다.

현재로서 확실한 것은 올시즌은 외국인 선수보다는 국내 선수 MVP가 탄생할 것이 유력하다는 점이다. 올해는 에릭 테임즈처럼 독보적인 성적을 올린 외국인 선수는 보이지 않는다. 피어밴드(KT, 평균자책 3.04, 1위)나 러프(타점 1위), 로사리오(한화. 홈런 2위, 타점 5위) 등은 우수한 개인성적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팀성적 때문에 크게 주목을 받지못하고 있다. 헥터(다승 1위)는 이미 팀내에 다른 경쟁자들이 너무 많다.

아쉬우 부분은 8월 중순 이후 대기록 문턱에서 고비를 넘지못하고 주춤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2015년 에릭 테임즈의 40-40, 서건창의 사상 첫 200안타, 2016년 더스틴 니퍼트의 최다 22승처럼 확실한 임팩트를 남길 수 있는 기록이 아쉽다. 최정의 50홈런 도전, 김선빈의 4할 타율, 손아섭의 200안타, 양현종의 좌완 20승 등 산술적으로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는 대기록 도전중 과연 누가 성공할수 있을지도 남은 MVP 레이스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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