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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씨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피해자 조사 받는 'MB국정원 블랙리스트' 피해자 문성근 이명박 정부 국정원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배우 문성근씨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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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부당한 방송 퇴출 피해를 입은 배우 문성근씨가 18일 검찰에 출석했다. 구체적 피해 사례를 진술하기 위해서다. 다음은 문씨가 검찰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이다.

- 검찰 조사 임하는 심경 한 말씀 부탁드린다.
"첫 번째는 경악스럽고 두 번째는 개탄스럽다. 국정원이 내부 결재를 거쳐서 음란물을 제조·유포·게시했다. 이명박 정권 수준이 일베와 같은 것 아니겠는가. 세계 만방에 국격을 있는대로 실추시킨 것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 국정원에서 블랙리스트 명단과 직접 공작한 부분을 발표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그 블랙리스트가 여러 경로 통해 내려갔고, 그것이 실행됐다. 예컨대 문체부를 거쳐 영화진흥원, 문화진흥원, 문화콘텐츠 진흥원 등 여러 경로로 내려갔고, 한편으로는 KBS, MBC 등 공영방송으로 내려갔고, 한편으로는 SBS나 CJ나, 영화 투자사, 영화제작사 등 민간 영역에 까지 리스트가 내려가서 실행됐다. 그리고 분명히 보고를 받았을 거다. 그 전 과정에 대한 문건까지도 밝혀서 국정원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줬으면 좋겠다.

블랙리스트는 국민 세금이 그다지 많이 탕진되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화이트리스트 지원된 돈이 훨씬 더 클 것이다. 어버이연합 비롯해서 여러 극우단체들이 한 행사에 대해 어떤 지원이 있었는지, 혹시 일베 사이트 등에 직간접적 지원이 있었던 건 아닌지, 예산이 낭비된 부분에 대해서도 밝혀주셨으면 한다.

저는 지금 중앙지검 공안2부가 음란물 제조 유포에 대해 피해자 진술을 해달라고 해서 나온 것이고, 민변의 김자연 변호사가 동행했다. 일단 검찰에 올라가면 피해자 조사를 충분히 받고, 이것뿐 아니라 제 주변에 있었던 공작 의혹들이 있었다. '늦봄 문익환 학교' 사찰했고, 공작을 펼친 의혹이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다이야기 부분, 세 번째는 제 주변의 광범위한 세무조사 역시 국정원 공작이 아닌가 싶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의할 예정이다.

또 하나 더는, 국정원이 블랙리스트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했다는 게 확인됐다. 그렇다면 사건 전모를 밝혀내면서 동시에 이명박 전 대통령도 소환조사할 필요 있다는 점도 강조할 계획이다.

하나 더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 블랙리스트 발표된 다음에 곰곰이 명단 들여다봤다. 이 안에 최대 피해자는 김민선 배우다. 왜냐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영화감독이 42명인데, 그들은 투자 받지 못하면 저예산 독립영화 만들면 된다, 각오만 있으면. 가수와 개그맨은 방송 출연이 막히면 콘서트를 하면 된다. 배우는 혼자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배우의 일생을 보면, 20~30대 연기력도 키우고 자기를 알리며 입지를 키운다. 그렇게 마흔까지 생존하면 그 다음부터는 저절로 생존이 가능하다. 50~60대에는 대체불가능한 배우가 된다.

그런데 김민선 배우는 한창 자신을 키워갈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배제 불이익을 받았다. 이미 세월은 흘러갔고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피해를 받았다. 어제 통화해보니 피해 상황에 대해 증언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국정원 공격조가 그를 공격했던 논리가 일반 누리꾼에게 아직 남아서 여전히 공격받고 있다. 그러니까 두렵고 힘들어서 나올 생각을 못한다. 그동안 오래 활동을 못했는데 앞으로는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길 바란다. 피해여성에게 따듯한 격려를 해주시길 바란다. 악성 댓글은 폭력이다. 멈춰주시길 부탁드린다."

"블랙리스트, 저항 없이 실행됐다는 측면에서 큰 충격"

- 본인이 왜 블랙리스트 올랐다고 생각하나
"제가 연기 생활을 시작한 게 5공 때다. 그때 배우 생활 시작해서 블랙리스트는 제게 익숙하다. 과거 정부에서 블랙리스트는 늘 존재했지만,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서 없어졌던 게 다시 복원됐다. 이런 블랙리스트를 지시하고 실행한 사람 모두 불법 행위라는 걸 잘 알고 있음에도, 저항 없이 실행됐다는 측면에서 큰 충격이다. 사건 전모를 밝히자고 하는 이유는, 국가가 지시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양해는 민주정부 이후에는 통하지 않는다. 법적인 처벌보다도 인간적으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기에 역사적으로 기록해야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다."

-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에게 한 말씀해주시라.
"(잠시 뜸들이다) 적폐 청산TF가 열심히 활동하는데 내적 저항 있는 걸로 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국가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국정원으로 다시 태어나려면 과거 잘못을 청산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아픔을 견뎌 국민의 국정원으로 재탄생하길 바란다."

- 고소 준비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진행 상황은?
"일단 SNS에 알렸고, 그래서 지금까지 5~6명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그래서 김용민 변호사와 김자연 변호사, 그리고 채동욱 변호사도 의사를 밝히긴 하셨는데 사적으로 연락이 와서 확실한 건 아니다. 그 분들 중심으로 이번 달 안으로 피해 사례 수집해 다음 달에는 고소하도록 하겠다. 문화부 안에 블랙리스트 조사위원회가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고, 참여연대 올해부터 열심히 활동했다. 모두 힘을 합해서 다음 달에는 소장을 내도록 하겠다."


태그:#문성근, #이명박, #블랙리스트, #국정원,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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