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의 새 카스 광고 모델로 발탁된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이미지.

오비맥주의 새 카스 광고 모델로 발탁된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이미지. 독설로 유명한 그는 광고 속에서 '카스'의 맛을 칭찬한다. ⓒ 오비맥주


평생 하나도 받기 힘들다는 미슐랭 스타를 16개(세계에서 3번째로 많다)나 받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슈퍼스타 셰프 고든 램지. 그는 <헬스키친> <키친 나이트메어> 등의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요리사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지난 15일, 오비맥주의 '카스'에 광고모델로 출연했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건 '티저' 뿐이었지만, 온라인상 반응은 뜨거웠다.

"위하여!" "이모!"를 외치며 카스를 들이키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생소하다. 오비맥주는 '한국 맥주가 맛없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이런 강수를 둔 듯하다. 평소에도 거침없는 심사평과 독설로 유명한 고든 램지의 영향력 덕분일까? 인터넷상에서는 온갖 패러디물이 난무하며 자본주의에 굴복한 고든 램지를 규탄하는 목소리와 사실은 한국 맥주도 맛있다는 목소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고든 램지의 통장 내역이나 한국 맥주의 맛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고, 대립하고 있는 각 누리꾼 진영의 주장을 옮겨보았다.

* 아래에 등장하는 인물과 단체, 정보 등은 재미를 위해 창작한 허구입니다.

[카스는 맛없다] 거짓된 맥주에게 죽음을!: 수입맥주제국 총통의 연설

 SNS에서 자주 패러디 용으로 활용되는 <먼 나라 이웃 나라> 이미지를 재가공했다.

SNS에서 자주 패러디 용으로 활용되는 <먼 나라 이웃 나라> 이미지를 재가공했다. ⓒ 김영사/김정재


국민 여러분, 맥주란 무엇입니까? 보리로 만든 귀한 술입니다. 하지만 보리차에 알코올을 넣는다고 그것을 맥주라고 부를 수 있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맥주란 무엇입니까? '맥아, 홉, 물' 이 세 가지의 재료로 빚어야만 순수하고 진정한 맥주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입 맥주야말로 맥주의 표본이며, 위대한 수입 맥주가 모든 맥주 위에 군림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은 참으로 축복받았습니다. 편의점, 마트, 그 어느 곳에서도 쉬이 훌륭한 맛의 수입 맥주를 즐길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저 대한민국의 불행한 시민들을 보십시오! 저들이 아는 맥주란 소량의 맥아와 홉, 물, 물, 물 그리고 많은 물을 넣은 '술의 탈을 쓴 물'에 불과합니다. 한국 맥주는 청량감과 목 넘김이 맥주의 참맛이라는 거짓되고 허황한 선동으로 국민을 선동하며 세뇌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우리 수입 맥주의 선전을 음해하며 한국의 맥주 문화를 저속하고 천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악독한 자는 고든 램지라는 요리사로서,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여 한국 맥주를 광고하는 부끄러운 짓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맥주를 마시고 "이모"라니? 고든 램지는 미각을 상실한 것이 분명합니다. 저 꿀꺽거리는 목젖을 보십시오. 자본에 스스로 존엄성을 판 수치스러운 자의 모습입니다! 저 저열한 '맛알못(맥주 맛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국인을 처단하여 통장 내역을 공개하고 국내 맥주계를 정화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국민 여러분, 모두 캔을 드십시오! 캔을 들고 진격하여 퇴폐 맥주를 시장에서 몰아내고 수입 맥주의 맛을 유지하여 수입 맥주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지킵시다!

[카스는 맛있다] '맛알못' 선언: 칼 맛스

 오비맥주의 새 카스 광고 모델로 발탁된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이미지.

ⓒ 오비맥주


친애하는 동지들에게, 우리는 왜 맥주를 마시는가? 훌륭한 음식에 곁들이기 위해? 샤워 후의 상쾌함을 위해?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백만 명의 인민이 있다면 백만 가지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 잔학무도한 미제(미식 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만이 진정한 미식가라고 주장하며 자신들과 다른 맛을 추구하는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탄압하고 있다. 그들은 보리와 홉의 맛 이외에 맥주의 다른 어떠한 즐길 거리도 남겨놓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위대한 셰프 고든 램지의 평가 아래 한국 맥주 또한 맛있다고 외칠 것이다. 맛없는 음식을 초토화하는 저 고든 램지의 위압적인 독설을 보라! 고든 램지는 결코 자신의 신념을 져버릴 사람이 아니다. 그는 청량감과 목 넘김으로 대표되는 한국 맥주의 맛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기름진 안주를 주로 먹는 한국 술상에 가장 어울리는 것은 상쾌한 향이 강한 수입 맥주가 아니라 한국 맥주이다. 스타 셰프 고든 램지라면 이를 당연히 알 수 있다. 그간 수많은 평론가가 한국 맥주의 우수성을 인정했으나, 오직 눈먼 미제만이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미제들은 범람하는 '먹방'과 수많은 칼럼을 통하여 사람들에게 맛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는 '맛알못' 혁명으로 자유를 쟁취할 것이다. '맛알못'이 혁명으로 이룩한 사회에서는 모두가 한국 맥주를 마실 것이다. 수입 맥주도 마실 것이다. 원한다면 말 오줌도 마실 것이다! 맛알못은 누구에게도 맛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며, 다만 자신의 맛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를 박탈할 뿐이다.

미제들로 하여금 '맛알못' 혁명 앞에서 벌벌 떨게 하라! '맛알못'이 혁명에서 잃을 것이라고는 미각뿐이요, 얻을 것은 전 세계의 음식이다. 만국의 '맛알못'들이여 단결하라! 이모! 여기 맥주 한 병 더! 한국 맥주로요!

가장 맛있는 맥주는?

 오비맥주의 새 카스 광고 모델로 발탁된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이미지.

ⓒ 오비맥주


오비맥주가 이번 광고를 통해 원하는 만큼의 효과를 얻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오비맥주에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번 광고가 큰 이슈가 되었다는 것이다. 카스의 새 광고는 여전히 패러디를 양산하며 온라인으로 퍼지고 있다. 다만 그 대부분이 고든 램지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과 한국 맥주 맛에 대한 조롱이라는 점은 꽤 아프겠지만.

한국 맥주가 수입 맥주보다 향이 약하다는 게 많은 소비자의 의견이며, 이는 오랜 시간 확인됐다. 하지만 탄산음료와 같이 시원한 맛의 한국 맥주를 선호하며 다른 술과 섞어 먹기에 더 좋다는 사람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황희 정승이 살아계신다면 "네 말도 맞다"며 허허 웃으실 것이 분명하다. 한국 맥주가 맛이 없든, 나름의 맛을 즐기든 술을 즐기는 국민 모두 인정하는 한 가지가 있다. 좋은 사람과 마시는 술이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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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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