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은 역사를 썼고, 이재성은 선배의 대기록을 빛냈다. '괴물 신인' 김민재도 매 경기 발전하는 모습을 유지하면서, 전북 현대의 압도적인 승리에 힘을 더했다. 

전북이 17일 오후 6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9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4-0으로 완승했다. 이동국이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70(골)-70(도움) 클럽'에 가입했고, 이재성은 멀티골을 기록하며 승리에 앞장섰다. 전북은 공수 양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며 승점 60점 고지를 밟았고, 독주 체제를 더욱 굳건히 했다. 

'전설' 이동국, K리그 34년 역사상 첫 '70-70 클럽' 가입

이보다 더 좋은 출발이 있을까. 이동국이 경기 시작 45초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이동국은 박스 바깥쪽에서 볼을 잡은 뒤 수비수의 견제를 받지 않던 우측 한교원을 향해 패스를 연결했고, 재빨리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그는 한교원의 낮은 크로스가 발끝을 향해 다가오자 곧바로 논스톱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전북은 이동국의 이른 시간 선제골을 앞세워 손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공격 과정은 매끄러웠고, 압박은 거침이 없었다. 포항이 홈에서 열리는 경기였음에도 중앙선 부근을 넘어서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전반 13분, 포항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나아가는 도중 결정적인 실수를 범했고, 전북의 재빠른 공격과 이재성의 침착한 마무리가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29분에도 포항 골망이 출렁였다. 신형민이 수비 라인 뒤쪽으로 침투 패스를 연결했고, 한교원이 슈팅을 시도했다. 노동건 골키퍼가 막아낸 것을 안세희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고, 볼을 빼앗아낸 이재성의 낮고 빠른 패스를 이동국이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그러나 이동국의 슈팅이 한교원의 뒤꿈치에 맞은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득점자가 바뀌는 해프닝이 있었다.

득점이 도움으로 바뀐 줄 몰랐던 이동국은 해트트릭을 노렸다. 전반 41분, 박스 바로 앞에서 얻어낸 프리킥 기회에서 절묘하게 감아 찬 슈팅으로 크로스바를 때렸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끊임없이 포항 골문을 향해 뛰어들었고, 예리한 슈팅력을 뽐내며 친정팀 최순호 감독의 한숨을 불러냈다.

이동국은 득점에만 신경 쓰지 않았다. 중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측면으로 빠져 수비의 시선을 빼앗으며, 동료들의 공간 활용을 도왔다. 날카로운 크로스와 패스도 잇달아 선보이는 등 '도우미'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수비 시에는 중앙선 부근까지 내려와 공중볼 경합에 나서는 등 공수 양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이어갔다.

이동국이 팀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자, 또 터졌다. 후반 16분,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이동국이 머리로 넘겨줬고, 빠르게 달려든 이재성이 노동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서 네 번째 득점이 나왔다.

38세라고 믿기 어려운 맹활약을 선보이던 이동국. 최강희 감독은 그의 풀타임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는 20일 상주 상무와 주중 경기가 잡혀있는 만큼 적절한 체력 안배로 이동국 활용을 늘리겠다는 심산이었다. 후반 17분, 이동국은 전북팬들은 물론 친정팀 포항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에두와 교체됐다.

전북의 기세는 이어졌다. 팬들은 '닥치고 공격'을 외치며 추가골을 갈망했고, 교체 투입된 에두와 로페즈, 이재성, 한교원 등은 다섯 번째 득점을 위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북은 2017시즌 K리그 클래식 최다 득점(29경기 58득점), 최소 실점 2위(27실점), 아시아 최고다운 모습을 전주성이 아닌 포항에서도 잃지 않았다.

이동국의 대기록 달성에 가려진 승리의 주역들

경기 후, 한국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70-70 클럽'을 달성한 이동국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상위 스플릿을 노리는 만만찮은 포항을 상대로 완승 할 수 있었던 데는 이동국만 존재하지 않았다.

살림꾼이자 에이스 이재성은 이동국 못지않게 맹활약을 선보였다. 이재성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자랑했다. 중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승기, 한교원과 쉴 새 없이 자리를 바꿔가며 공격을 진행했다. 슈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패스, 수비를 요리조리 따돌리는 드리블, 특히 순간 스피드를 활용한 침투 능력이 돋보였다.

공격권을 상대에게 넘겨준 뒤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압박에 나섰고, 실수를 유발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한교원의 뒤꿈치 골은 이재성의 압박과 패스가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었다. '한국형 모드리치'라는 별명에 걸맞은 맹활약. 자신이 전북의 중심이란 것을 멀티골과 경기력으로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신인이라 볼 수 없는 '괴물' 김민재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날 김민재는 득점 4위 양동현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빠른 발을 앞세워 양동현에게 향하는 볼을 차단해냈고, 공중볼 경합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대선배와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거친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김민재는 후방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이 이어질 때는 포항 박스 부근까지 올라왔다. 순간 스피드와 드리블을 자랑하며 포항 수비수를 따돌리기도 했고, 좁은 지역에서는 섬세한 패싱력도 보여줬다. 볼을 빼앗기면 후퇴하는 것이 아닌 곧바로 압박에 들어갔고, 상대의 공격을 지연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올 시즌 K리그에 데뷔했고, 이제 막 대표팀에 모습을 드러낸 신인이지만, 실력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으로 손색없다.

38세 이동국과 25세 이재성, 20세 김민재가 일궈낸 완벽한 승리. 흠잡을 데 없는 신구 조화로 승승장구하는 전북에게 약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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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VS포항 스틸러스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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