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계에서는 '트인낭'이란 오래된 표현이 있다. '트위터(SNS)는 인생의 낭비다'의 줄임말로 영국의 유명 축구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남긴 어록에서 비롯됐다. 퍼거슨 감독은 2011년 당시 소속팀 맨유 선수가 SNS 상에서 팬들과 설전을 벌인 일로 도마에 오르자 "세상에는 그보다 중요한 일들이 수백 가지는 있다. SNS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라고 일침을 날린 바 있다.

사실 당시만 해도 노감독의 발언은 달라진 시대의 디지털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구세대의 편견' 쯤으로 치부하는 반응도 많았다. 하지만 오늘날 SNS 문화가 점점 더 다양해지고 보편화된 만큼 그에 따른 각종 부작용까지 넘쳐나게 되면서 퍼거슨의 어록은 오히려 '선견지명'으로 재평가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특히 국내에서 유명인들이 SNS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게 되는 경우가 생길 때마다 '퍼거슨, 의문의 1승 추가'같은 누리꾼들의 반응이 나오는 것은 하나의 유행어처럼 굳어졌다.

최근 SNS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이진영(20·기아)은 다시 한번 '퍼거슨의 진리'를 떠올리게하는 사례다. 2016년 신인 2차 드래프트 6라운드 58순위로 기아에 지명된 유망주였던 이진영은 지난 1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특정인을 대상으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담은 글들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며 물의를 일으켰다. 이진영은 이를 비판하는 누리꾼들에게 "응, 야구 안 해"라고 조롱하는 글까지 게재하며 야구팬들의 뭇매를 맞았다.

이진영은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16일 사과문을 올렸다. 이진영은 문제의 글이 자신이 쓴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ID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지인이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팬들 앞에 사과했다.

이진영의 사과와 해명에도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엄연히 개인정보인 페이스북을 지인과 공유한다는 것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데다, 과거에도 SNS에도 물의를 빚은 뒤 '해킹'이나 무단 도용을 핑계로 내세운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아는 17일 이진영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SNS로 도마에 오른 것은 이진영만의 사례가 아니다. 2015년에는 이진영의 팀 선배인 윤완주가 자신의 SNS에 극우 보수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의 용어를 사용하여 누리꾼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구단으로부터 3개월 자격 정지의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역시 기아 소속인 김세현은 넥센 시절인 2015년 페이스북에 아내 몰래 퇴폐업소를 수시로 다니며 바람을 피웠다는 충격적인 내용의 고백글을 올려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두산 베어스 내야수 최주환이 인스타그램에서 일부 야구팬들과 설전을 벌이다가 협박성 발언을 한 것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최주환은 결국 지난 1일 팬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롯데 투수 이성민이 경기 중 SNS를 사용했던 것이 팬들에 의하여 탄로나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기도 했다.

뭐니뭐니해도 SNS로 인한 최악의 사건이라면 역시 장성우(KT)를 빼놓을 수 없다. 장성우는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부적절한 SNS 사용으로 논란에 휩싸인 바 있으며, 2015년에는 전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장성우가 과거 사석과 SNS 등에 통해 프로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을 전반적으로 비하한 내용을 폭로하며 엄청난 파문에 휩싸였다. 이 사건으로 장성우는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어 법정에서 실형까지 선고받았고 1년간의 공백을 거쳐 다시 야구계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팬들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야구나 특정 종목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은 2013년 SNS로 대표팀 감독을 뒷담화한 사실이 드러내며 질타를 받았고,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는 동성애자 비하 발언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육상스타 우사인 볼트는 SNS에 마리화나 사용을 권하는 듯한 분위기의 사진을 올려 구설수에 휘말린 바 있다. 모두 대중이 이름만 대면 알면한 '유명 스포츠스타'들이자,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트인낭의 대표적인 사례'를 거론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재소환된다.

이처럼 무수한 선례에도 왜 '트인낭'은 끊이지 않을까. 가볍고 신속한 장점만큼이나 즉흥적이고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SNS의 속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SNS의 발전으로 1인 미디어 시대가 보편화되면서 스포츠 선수들을 비롯한 유명인들과 대중이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다. 흔히 SNS를 그저 자신의 사적인 공간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배출하는 편리한 창구로만 여기기 쉽지만, 수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관심을 받는 만큼 필연적으로 대중의 '다양한 평가와 반응'에도 여과없이 노출된다는 양면성은 의외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포츠스타나 연예인처럼 사회적으로 높은 유명세를 누리는 경우에는 SNS 역시 어쩔 수 없이 '공인의 잣대'로 평가받을 때가 많다.

미디어가 크게 발달되지 않았던 과거 같았으면 조용히 묻혔을 사건도 SNS를 통하여 재조명되거나 일파만파로 커지기도 한다. 심지어 한번의 판단착오로 망가진 이미지가 두고두고 '주홍글씨'로 남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일단 한번 글이 올라가는 동시에 그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 자체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통제 불가능한 광장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격이다. 또한 잘못 올린 실언이나 실수를 자신의 계정에서는 삭제할 수 있어도 다른 사람에 의하여 확산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유명인들의 SNS를 통하여 비롯된 구설수는 십중팔구 '인성 논란'과 직결되기 일쑤이고 그 후유증도 상당히 오래가는 편이다. 대중의 평가와 이미지에 자신의 가치가 좌우되는 프로 선수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선수의 사생활과 능력을 비교적 구분하는 해외와 비교하여, 유명인들의 도덕성에 더욱 엄격한 한국 여론의 특성상, 한번 인성적인 측면에서 팬들에게 좋지 않은 주홍글씨가 새겨진 선수는 아무리 운동을 잘해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회복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트인낭'이라는 신조어를 처음 탄생시킨 퍼거슨 감독은 유명선수(공인)일수록 더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어쩌면 SNS가 가지고 있는 파급력의 위험성을 정확히 꿰뚫어 본 발언이기도 했다. 퍼거슨의 말대로라면 가장 쉽고 편리한 방법은 유명인일수록 SNS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아예 SNS를 구단 차원에서 단속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부작용이 무섭다고 개인의 의사표현의 자유나 소통의 권리마저 차단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SNS는 어쨌든 도구 혹은 수단이고 그것을 다루는 것은 개인의 역량이다.

프로선수라면 스스로 자신의  몸관리를 해야 하듯이 이제는 반쯤은 필수적인 도구가 된 SNS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것도 어쨌든 '자기관리'의 영역에 해당한다. 다만 대중의 관심을 일상적으로 받아야 하는 유명인이나 프로 선수일수록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SNS가 얼마나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는 다시 한번쯤 경각심을 느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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