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시프트'는 과연 얼마나 효율적인 카드일까. 지난 17일 열린 토트넘과 스완지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것은 단연 손흥민의 윙백 기용이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3-4-2-1 전술에서 손흥민을 왼쪽 윙백으로 투입하는 과감한 변칙 전술로 눈길을 끌었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시즌 FA컵 준결승 첼시와 경기에서도 손흥민을 윙백으로 기용한 바 있다. 손흥민이 프로 데뷔 이후 측면 수비수로 기용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당시 손흥민의 윙백 실험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토트넘은 당시 첼시에게 2-4로 완패하며 결승진출이 좌절됐고 손흥민도 서툰 수비로 상대에게 페널티킥을 내주는 등 오히려 평소보다 부진한 경기력에 그쳤다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약 5개월 만에 다시 한 번 손흥민 윙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포지션은 같지만 운용법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첼시전에서는 수비가담에 무게를 뒀다면 이날은 손흥민의 강점인 공격력을 살리는데 더 초점이 맞춰졌다. 무늬만 윙백이지 사실상 윙어나 다름없는 움직임이었다. 손흥민 역시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활발한 공격가담이 포체티노 감독의 주문이었음을 밝히기도 했다.

손흥민이 공격에 가담할 때는 중앙수비인 베르통언이 왼쪽으로 옮겨 빈공간을 메우는 경우가 많았다. 오른쪽 윙백에 위치한 키어런 트리피어가 상대적으로 수비에 더 중점을 두면서 사실상 포백을 넘나드는 변형 스리백이 형성됐다.

손흥민의 포지션 변신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반에는 최전방으로 올라가 사실상 케인과 투톱을 형성했다. 트리피어와 시소코가 좌우 윙백을 책임지며 손흥민의 빈 자리를 메웠다. 손흥민은 비록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73분 페르난도 요렌테와 교체되기 전까지 토트넘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7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이 가운데 유효슈팅은 4개였다. 토트넘이 이날 선보인 위협적인 장면에서는 항상 손흥민이 있었다.

아쉬운 부분은 손흥민의 괜찮은 활약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이번에도 결실은 맺지 못했다는 점이다. 토트넘은 이날 공격적으로 다양한 전술변화를 단행했지만 무려 25개의 슈팅을 퍼붓고도 스완지와 득점없이 무승부에 그쳤다. 상대인 스완지가 아무래도 지난 시즌 챔피언 첼시보다는 전력이 훨씬 떨어지는 상대였던만큼 손흥민이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고 좀더 공격적으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날 1경기만으로 손흥민의 윙백 변신에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이유다.

하지만 앞으로도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 시프트를 계속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의 왼쪽 주전 수비수인 벤 데이비스가 지난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당한 가벼운 발목부상으로 결장한 탓도 있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손흥민의 윙백 투입을 '로테이션' 차원의 운용으로 규정했다.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토트넘으로서는 한정된 선수단으로 다양한 대회를 소화하기 위하여 로테이션이 불가피하다.

현재 토트넘은 카일 워커(맨시티)의 이적과 대니 로즈의 부상으로 좌우 측면 수비 라인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지난 시즌 스리백 전술에서 좌우 윙백의 측면 공격에 대한 비중이 높았던 토트넘으로서는 공격력이 뛰어난 손흥민의 윙백 전환으로 이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동안 포백을 구사하는 4-2-3-1에 비하여 스리백 전술에서는 활용도가 애매해진다는 지적을 받았던 손흥민으로서도 좀더 다양한 전술 하에서 출전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포체티노 감독이 토트넘에서 다른 빅클럽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선수층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은 다양하고 유연한 전술적 변화에 있었다. 특히 여러 포지션을 소화가능한 손흥민 시프트는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지를 한층 넓혀줄 수 있는 유용한 옵션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시절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던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이후에는 좌우 측면 윙어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이고, 최전방 공격수에 윙백까지 유난히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고 있다.

하지만 잦은 포지션 이동이 팀에게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손흥민에게도 꼭 도움이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필요도 있다. 이타적인 성향과 뛰어난 전술 이해도가 빛났던 박지성처럼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는 것이 장점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손흥민은 어디까지나 수비보다는 공격에 특화된 해결사형 선수에 더 가깝다.

냉정히 말해 토트넘의 핵심선수로 꼽히는 해리 케인이나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윙백으로 기용하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손흥민만큼은 유독 잦은 시프트의 실험대상이 되고 있다. EPL에서 이미 한 시즌 20골 이상을 넣은 검증된 공격수를 활용하는 포체티노의 방식이 손흥민의 능력을 최적화하는 데 바람직한지는 아직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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