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의 남북 대결'... 정진심(북한·182cm·3번)과 김연경(대한민국·192cm)

'6년 만의 남북 대결'... 정진심(북한·182cm·3번)과 김연경(대한민국·192cm) ⓒ AVC·박진철


6년 만에 북한과의 맞대결이 성큼 다가왔다.

여자배구팀은 오는 20일부터 24일까지 태국 나콘빠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아시아지역 예선전(B조)에 출전한다. 한국은 20일 오후 5시 30분(한국시간 기준) 북한과 첫 경기를 펼친다.

이번 대회는 태국, 대한민국, 북한, 베트남, 이란 5개국이 풀리그로 경기를 치러 2위까지 2018 세계선수권 대회 본선 출전권을 획득한다. A조는 같은 기간 카자흐스탄에서 카자흐스탄, 중국, 대만, 호주, 피지가 역시 2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열전을 펼친다.

​이번 세계선수권 아시아 예선전은 한국 여자배구에게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제대회다. 세계선수권 본선 티켓을 따낼 경우, 2020년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 출전 자격을 조기에 확정지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국제배구연맹(FIVB)이 지난 5월 4일 발표한 '2020 도쿄 올림픽 출전권 부여 방식 개편 잠정안'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 출전 국가 확정은 남녀 모두 4단계에 걸쳐 이루어진다.

1단계는 도쿄 올림픽 개최국인 일본에게 자동으로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부여된다. 2단계는 올림픽 세계예선전(본선 출전권 3장), 3단계는 올림픽 국제예선전(3장), 마지막 4단계는 각 대륙별 올림픽 예선전(5장)이다.

그 중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은 세계랭킹을 핵심 기준으로 출전 자격이 부여된다. 한국 여자배구가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하려면, 2019년 1월 기준으로 세계랭킹에서 태국보다 앞서야 하고, 전체 순위에서도 16위 이내를 유지해야 한다.

현재 세계랭킹 10위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선수권 본선 티켓만 따내도 위 2가지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까지 포함하면, 올림픽 본선 출전권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3번이나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최근 여자배구의 인기는 세계 최고 선수인 '김연경 효과'가 큰 부분을 차지하긴 하지만, 1970~1980년대 르네상스 시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포털 사이트와 SNS 등 온라인에서도 여자배구 관련 이슈가 프로야구 못지않는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북핵과 미사일, 사드(THAAD) 문제로 남북 관계가 한국 사회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이번 남북 대결은 벌써부터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20일 한국-북한전은 국내 지상파 방송사(KBS 2TV)에 생중계한다.

북한, 주포 정진심 건재... 신예 리라향·주운향 급부상

 북한 4.25팀, 2016 아시아클럽선수권 대회...15번이 리라향(21세·179cm) 선수

북한 4.25팀, 2016 아시아클럽선수권 대회...15번이 리라향(21세·179cm) 선수 ⓒ AVC


배구에서 남북 대결은 지난 2011년 9월 여자배구 아시아선수권 대회 8강전에서 한국이 북한에 세트 스코어 3-1(25-20, 25-14, 22-25, 25-14)로 승리한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한국의 김연경과 북한의 정진심은 똑같이 30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한국은 한송이 17득점, 김희진 10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북한 여자배구 팀의 가장 최근 국제대회 출전은 지난해 9월 필리핀에서 열린 2016 아시아 여자배구 클럽선수권 대회였다. 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4.25 팀은 조별 예선에서 2전 전패로 8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순위 결정전에서 2전 전승을 기록하며 9위를 차지했다. 4.25 팀은 북한 국가대표 선수가 대거 포함돼 있어 사실상 북한 국가대표팀이나 다름없다.

6년 전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북한의 김연경'이라고 불리는 정진심(26세·182cm·레프트)과 김용미(26세·176cm·레프트)가 주 득점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아시아 클럽선수권에서는 정진심과 김용미가 건재한 가운데, 리라향(21세·179cm·레프트)과 주운향(28세·173cm·라이트 겸 센터)이 새로운 주포로 급부상했다. 라이트는 강숙경(25세·175cm), 센터는 김운종 (27세·182cm)과 리순종(28세·177cm)이 주로 나선다. 세터는 민옥주(28세·176cm)와 황해연(20세·176cm) 투톱 체제다.

정진심, 김용미, 김운종, 민옥주는 2011년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도 북한 국가대표로 출전해 남북 대결을 펼쳤던 멤버들이다. 4.25 팀은 대부분 나이가 젊고 패기가 있었다. 최고참 선수가 28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평균 신장이 낮고, 공격 파워와 조직력이 미흡한 모습도 보였다.

지난해 북한 대표팀을 이끈 감독은 세르비아 출신의 모로 브라니슬로프(MORO BRANISLAV)로 외국인 감독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북한 여자배구는 세계랭킹이 115위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을 거의 하지 않아 랭킴 점수를 획득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한국이 북한에 크게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말 그대로 '도깨비' 팀이다. 현재 주전 멤버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새로운 복병 선수가 합류했는지 등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남북 대결의 특수성, 선수들의 정신력, 국민적 관심도 등을 감안하면 자만할 일은 아니다.

이번 한국-북한전 해설을 맡게 된 이숙자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기자와 한 전화 통화에서 "북한 팀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전망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필 북한전이 대회 첫 경기라 더 오리무중"이라며 "현재로선 지난해 아시아 클럽선수권 대회에 출전한 4.25 팀 선수들이 거의 그대로 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선 티켓 획득-태국전 승리...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이번 세계선수권 예선전에 출전할 한국 대표팀은 레프트 포지션에 김연경(상하이), 박정아(도로공사), 이재영(흥국생명), 황민경(현대건설), 최수빈(KGC인삼공사)이 나선다. 라이트는 김희진(IBK기업은행)과 하혜진(도로공사)이 책임진다. 센터는 김수지(IBK기업은행), 김유리(GS칼텍스), 한수지(KGC인삼공사)가 맡는다.

코트의 지휘자 격인 세터는 조송화(흥국생명)가 올해 처음으로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고은(IBK기업은행)도 뒤를 받칠 예정이다. 리베로는 김연견(현대건설)과 나현정(GS칼텍스)이 활약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반드시 이뤄야 할 목표가 2가지가 있다. 첫째는 2위 안에 들어 세계선수권 본선 티켓을 따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도 첫 경기인 북한전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두 번째는 태국전 승리다. 한국은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태국에게 0-3으로 완패를 당한 바 있다.

태국전 승리가 중요한 이유는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내는 데 최대 경쟁 상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도쿄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국제예선전에서 본선 티켓을 따지 못할 경우, 마지막 단계인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서 본선 티켓 1장을 놓고 태국과 '끝장 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태국에게 계속 밀릴 경우, 여자배구도 도쿄 올림픽 출전조차 못할 수도 있다. 

태국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현재 세계랭킹 16위로 이미 세계 강호 대열에 들어선 팀이다. 더군다나 도쿄 올림픽을 겨냥해 공격진의 세대교체까지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월드그랑프리 대회 1그룹에서 아차라폰(23세·178cm), 핌피차야(20세·178cm), 찻추온(19세·178cm) 등 어린 선수들이 주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세계 강호인 브라질, 이탈리아, 터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8월 아시아선수권에서도 태국은 일본과 풀세트 혈전 끝에 우승을 놓쳤지만, 한국에는 완승을 거두었다. 어린 선수들의 기량과 조직력이 한층 무르익을 3년 뒤에는 그 위력이 배가될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또다시 태국에게 패할 경우 자부심과 기세가 크게 꺾일 수 있다. 도쿄 올림픽으로 가는 길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대회라면서 '4일만 맞춘 세터' 우려

여자배구가 과연 두 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기대반 걱정반이다. 출전국 5개 팀의 전력으로 볼 때, 세계선수권 티켓 획득은 비교적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태국전 승리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동안 배구협회와 국가대표 감독은 물론 선수들까지 이구동성으로 "이번 세계선수권 예선전이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제대회"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 선수 구성은 그에 걸맞는 조합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

특히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아 온 세터 부분에서 올해 기존 선수들과 손발을 맞춘 적이 없거나 비주전 선수로 선발했다. 중요한 국제대회에는 그동안 손발을 맞춰 온 주전급 세터 한 명이 포함되는 것이 상식이다. 더군다나 새로 선발된 조송화 세터는 대표팀 선수들과 불과 4일만 연습하고 출국하게 된다.

또한, 현재 KOVO컵 대회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프로 구단별로 대표팀 선수를 2명씩 균형을 맞추려 한 인상이 짙다. 그러다 보니 포지션별로 제대로 선수 보강을 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한 프로 구단의 A감독은 기자와 통화에서 "올해 초부터 배구협회가 각 국제대회별로 대표팀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1진과 유망주로 나눠서 운영을 했어야 했다"며 "그때그때 주먹구구식으로 구성하다 보니 1년 내내 엇박자가 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B감독은 "세터 부문과 구단별 안배는 최고의 선수를 선발해야 하는 국가대표팀 구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우려했다. 그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우리 선수들이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태국에게 승리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오는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결전의 장소인 태국으로 출국한다. 이어 20일 북한전(17:30)을 시작으로 22일 이란(20:15), 23일 베트남(17:30), 24일 태국(20:15)과 차례로 경기를 펼친다.

한국-북한전은 지상파(KBS 2TV)에서 생중계하고, 다른 경기들은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인 SPOTV에서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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