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중인 정태성 CJ 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장.

13일 서울 시청 부근 한 호텔에서 글로벌 영화사업 설명회의 발제자로 나선 정태성 CJ 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장. ⓒ CJ엔터테인먼트


'파이를 좀 더 나눠 먹기 위해 박 터지지 말고, 큰 파이를 찾자'

영화 산업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이 대세로 받아들여진 지 오래다. 연간 2억 명 관객 시대를 맞이한 이후 수 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세가 없었기 때문. 특히나 국내 영화 산업의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을 위해서라도 그 눈을 해외시장에 돌리는 게 합리적이다.

업계 1위 CJ E&M이 13일 서울시청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그 방침과 전략을 구체화했다. 지난 2007년 <어거스트 러쉬>로 할리우드 합작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총 23편의 해외로컬영화를 선보인 CJ E&M은 특히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해외 제작 및 배급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문화외교

정태성 영화사업부문장(아래 사장)이 밝힌 CJ E&M의 청사진은 2020년까지 해외 제작, 개봉 영화를 연간 20편 이상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10개 이상 언어가 적용 가능한 글로벌 제작 스튜디오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정태성 사장은 "국내 영화 시장이 2조원대로 정체고, 20, 30대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부동산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극장 사업도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있어 해외 진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미국 같은 국제 배급망이나 중국 같은 자본력이 없는 우린 콘텐츠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정 사장은 CJ E&M이 기획 개발한 영화 <수상한 그녀>를 들었다. 국내에서 크게 흥행 한 이후 해당 작품은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등에 판권이 팔리며 현지에서 리메이크 됐다. 정태성 사장은 "각국에 맞는 버전으로 재탄생 한 <수상한 그녀>의 수익이 780억 원 정도"라며 "이 외에도 <써니> <퀵> 등도 현지 제작을 기획하거나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발표 중인 정태성 CJ 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장.

발표 중인 정태성 CJ 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장. ⓒ CJ엔터테인먼트


구체적인 현지화 전략으로 임명균 해외사업본부장(아래 본부장)은 "코미디가 인기인 베트남에선 <수상한 그녀>를 제작할 때 그런 요소를 강화시켰고,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선 연애 코드나 음주 장면을 최소화 시켰다"며 "<써니> 역시 베트남 등에서 개발 중인데 우정과 복고 코드를 중심으로 현지화 예정"이라 설명했다.

해외로컬제작은 그 가능성에 비해 초기 투자가 크고, 지지부진할 수 있으며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일례로 중국 시장은 최근 사드 문제 등으로 한국 입장에선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작용 중이다. 정태성 본부장은 "초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문화외교를 한다는 생각으로 진행시켜 왔다"며 "국내 시장이 큰 수익을 받쳐줘서 가능하기도 하고, 우리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가능성과 부작용

타사에 비해 세계 시장을 빠르게 선점 중이고 그 이유 역시 분명했다. 임명균 본부장은 "중국 시장이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고, 미국은 중남미로 진출하는 교두보이며, 터키는 유럽 진출의 교두보,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잠재력을 보고 있다"라며 CJ E&M이 두고 있는 국가별 거점을 공개했다.

자사 콘텐츠의 리메이크 외에도 CJ E&M은 <사탄의 노예>(인도네시아), <더 임포탈>(베트남) 등 현지 스태프와 현지 콘텐츠의 합작 사례도 공개했다. 다만 현재까진 여전히 자사 콘텐츠의 리메이크 비중이 절대적이며, 이후 계획에서도 주로 자사 콘텐츠의 현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또한 지금에야 국내 영화 점유율이 50%를 넘지만 할리우드 직배사 영화가 대부분이었던 1990년에서 2000년대 초 우리 영화 시장을 생각하면 반대로 해당 국가의 저항감이 매우 클 것이란 예상도 가능하다.

 발표 중인 임명균 CJ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 해외사업본부장

발표 중인 임명균 CJ엔터테인먼트 영화사업부문 해외사업본부장 ⓒ CJ엔터테인먼트


임명균 본부장은 "해외로컬시장을 가다 보면 그런 장벽을 많이 느끼고 현지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때 작품이 잘 안나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한국 영화) 리메이크에 대한 반감 역시 커서, 현지 경쟁사들이 우릴 견제하는 일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이 임 본부장은 "하지만 그 시장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제작사와 협업하거나 현지 사정을 잘 이해하는 파트너를 두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리메이크만 집착하지 않고, 현지 시장에 있는 유능한 감독과 작가를 만나 개발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 답했다.

정태성 본부장 역시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리메이크를 의미하는 게 아닌 오리지널(현지인과 함께 직접 개발하는 작품)"이라며 "가장 어려운 게 그 나라 사정을 잘 모른다는 건데 현지 파트너와 일하면서 시장을 파악한 뒤 로컬영화를 제작하고 개발할 생각"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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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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