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의 국내 복귀가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지난 9월 1일(이하 한국 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황재균을 지명할당(DFA)하고,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했다. 사실상 결별 선언이다.

황재균은 최근 귀국하여 잠실구장을 깜짝 방문하여 옛 동료 및 야구 관계자들과 재회하는 모습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사실상 국내 복귀를 향한 수순이라는 평가다. 약 1년간의 짧은 미국 도전을 마치고 다시 FA 자격을 얻게 된 황재균은 국내에 복귀할 경우 어느 팀과도 협상이 가능하다. 비록 메이저리그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못했지만 국내무대에서는 정상급 내야수로 공수를 겸비한데다 선수로서도 아직 전성기의 나이인 황재균은 KBO 어느 팀에서도 탐낼만한 카드다.

하지만 황재균을 바라보는 국내 팬들의 시선은 다소 엇갈린다. 미국무대에서 성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후회없이 도전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미국에서 사실상 실패했음에도 사실상 한국에서 'FA 대박으로 보상받는 구조'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일단 황재균의 순수한 도전정신 하나만큼은 높은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황재균은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한 뒤 국내에 머물러도 충분히 대박 계약을 얻어낼 수 있었던 상황에서 과감하게 평생의 숙원이었던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물론 현실의 벽은 높았다. 객관적으로 KBO무대에서도 독보적인 선수라고 할 수 없었던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았던 것은 이미 미국 진출 당시부터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대목이다. 황재균은 1군 무대에서 18경기에 출전해 타율 0.154 1홈런 5타점에 OPS(출루율+장타율) 0.459에 그쳤다. 기회가 적기도 했지만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기 힘든 성적이었다.

옵트아웃 직전 깜짝 승격과 데뷔전 홈런이라는 극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로 잠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시도조차 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보다, 당당히 실패를 감수하고 도전한 황재균의 용기는 충분히 존중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문제는 국내 복귀 과정이다. 황재균의 행보를 곱지않게 보는 시선에서는 거창하게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더니 '겨우 1년도 안되어 백기를 들었다'는 혹평도 존재한다. 심지어 결국 '국내 복귀 시에 몸값을 더 올리기 위한' 수순이 아니었냐는 의혹도 나온다.

사실 전자의 경우에는 조금 무리한 비난으로 보인다. 선수의 노력은 단지 1년이냐 2년이냐 하는 기간으로 가늠할 수 없는 문제다. 황재균은 나이가 어린 유망주도 아니고 30대에 접어드는 베테랑이다. 할만큼 해봤지만 아니다 싶을때는 빨리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선택할줄아는 것도 현명한 용기다.

다만 후자의 경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해외무대에서 사실상 실패하고 돌아오는 선수들이 국내무대에서 연봉 대박으로 보상받는 구조에 대해서 팬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않은게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김태균(한화)과 윤석민(기아) 등이다.

김태균은 일본무대에서 성적부진과 지진 공포 등을 이유로 계약을 조기해지 하면서 한화로 복귀하여 단숨에 국내 최고연봉대우(15억)를 보장받았다. 윤석민은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했으나 메이저리그는 단 한 경기도 밟아보지 못하고 친정팀 기아로 유턴하면서 4년 90억의 FA 대박을 터뜨렸다. 윤석민은 FA 첫 해를 제외하면 최근 2년간 부상으로 거의 경기장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국제 경쟁력에 비하여 KBO 시장의 몸값 거품이 지나치다는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해외무대에서는 별다른 성과도 내지못하고 오는 선수들이 특급 대우를 받는 현상이 비정상적이라고 보는 팬들도 많다. "KBO가 해외파 선수들의 보험이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반론의 여지는 있다. 해외무대에서의 실패와는 별개로, 이들 모두 적어도 '국내 무대에서는 충분히 검증된 선수들'이며 KBO에서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해외무대 성적을 꼭 고려해야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황재균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로서 지난 2016시즌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타율 0.335/ 167안타/ 27홈런/ 113타점/ OPS 0.964의 눈부신 성적을 기록한 바 있다. 나이도 아직 젊은만큼 KBO에서의 FA대박을 받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황재균의 몸값은 4년 계약 기준으로 최소 80억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돌아가는 시장상황도 황재균에게 유리하다. 지난 스토브리그의 경우 황재균의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가 강하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황재균의 영입 가능성이 있는 팀이 친정팀 롯데나 꼴찌 KT 정도밖에 없었다. 더구나 롯데는 이대호의 전격 복귀라는 돌발 변수까지 발생하며 자연히 황재균에 대한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올시즌 황재균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가을야구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우려했던 3루 포지션도 김동한과 신본기, 문규현, 황진수 등이 돌아가며 그럭저럭 잘 메웠다. 타선에서는 이대호, 손아섭, 강민호 등이 맹타를 터드리며 황재균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고액 몸값 때문에 영입전을 포기했던 수도권 구단들이 오히려 황재균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LG와 KT 등은 당장 취약 포지션이 3루인데다 타선 보강을 위해서도 황재균이 반드시 필요한 팀들이다. 자금력에서도 황재균의 몸값을 감당할만한 후보로 꼽힌다.

황재균의 국내 복귀 선언으로 올겨울 FA 시장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황재균이 과연 어느 정도의 대우를 받으며 어느 팀으로 가게될지는 올해 스토브리그의 뜨거운 핫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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