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지난 2013년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의 한 장면. ⓒ MBC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다. 지난 7~8년 간 왜 MBC <뉴스데스크>는, 이를 받아 쓰는 MBC 뉴스들은 "비 오는 날은 '소시지 빵'이 잘 팔린다"고 외쳐댔는지, "알통 굵기가 정치 신념을 좌우"한다고 주장했는지, 일명 '멧돼지 뉴스'들은 왜 그리 자주 전파를 탔는지 말이다. 그런 리포트가 공영방송 메인 뉴스의 한 꼭지로 적절했다고 생각했다면, 그 보도국의 간부진은 진작 사표를 냈어야 마땅하다.

헌데, 그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아니 가장 크게 책임져야 할 인물이 승승장구를 했다. 김장겸 현 사장 말이다. 그는 김재철 전 사장과 안광한 전 사장 체제를 거치면서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을 거쳐 보도본부장으로 승진을 거듭했고, 결국 사장 자리까지 꿰찼다. '소시지 빵'을 <뉴스데스크>에 올리고, 동물뉴스를 사랑하면서 MBC의 신뢰성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린 일등공신이다.

<남극의 눈물> <PD수첩> 등을 연출한 김재영 MBC PD가 최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김장겸 체제의 <뉴스데스크>는 특히나 동물뉴스를 사랑했다고 한다. 지난 2013년 김장겸 보도국장이 취임한 첫 6개월 동안 동물 관련 뉴스는 그 이전 6개월보다 4배 늘어난 99건이 방송됐다고 한다. "SBS <TV 동물농장>과 경쟁하느냐"는 비아냥이 괜히 나온 게 아닌 셈이다.

잘 알려진 대로, 그는 MBC의 공정성을 극악무도하게 훼손시켰다. 공정보도, 균형 잡힌 보도가 자리해야 했을 시간에 동물뉴스나 '소시지 빵' 뉴스가 <뉴스데스크>를 점령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제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린 바로 그 '소시지 빵' 미스터리의 실마리가 풀렸다고나 할까.

이런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의 총파업이 9일째를 맞은 12일 현재까지 MBC 뉴스를 비롯한 방송 곳곳에서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사측은 각종 사고와 편파뉴스를 통해 MBC를 살려야 하는 까닭을 몸소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지인 내세운 김세의 기자 '보도들'

 극우 웹툰작가 윤서인씨가 인터뷰이로 등장한 MBC <뉴스데스크> 화면.

극우 웹툰작가 윤서인씨가 인터뷰이로 등장한 MBC <뉴스데스크> 화면. ⓒ MBC


지난 겨울, 촛불 광장에서 시민들에게 쫓겨나기까지 했던, 망가질 대로 망가진 MBC 보도국의 바닥은 이미 총파업 직전부터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와 연대 총파업이 임박했던 지난달 31일, MBC 제3노조 위원장이자 이른바 '일베 기자'로 명성을 날린 김세의 기자의 '또 리콜 신기록... 하자 많은 이유는?'이란 리포트가 대표적이다.

김세의 기자의 이 '벤츠 리콜' 관련 보도는 방송이 나간 직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지인 인터뷰'로 한바탕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리포트에 등장하는 인터뷰이가 김 기자와 평소 절친한 것으로 알려진 극우성향의 웹툰작가 윤서인씨였기 때문이다.

이후 김 기자가 과거 웹툰작가 윤서인씨의 부인이나 태극기 집회에 참가해 명성(?)을 날렸던 우원재 자유한국당 부대변인, 전문의 채승훈씨를 각각 일반인 인터뷰이로 출연시켰다는 추가 '팩트'가 전해지면서 시청자들로부터 <뉴스데스크>가 동네(극우) 사랑방이냐는 비난도 나왔다.

파업 직전 <뉴스데스크>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3일엔 북한 관련 뉴스로 도배를 했고,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1일엔 자유한국당의 정기국회 보이콧과 일방적인 사측의 해명성 리포트, 맹목적인 고용노동부 비판으로 메인뉴스를 장식(?)했다. 총파업이 지속되는 동안 '김장겸 살리기'는 계속됐다. 총파업은 '불법'임을 강조했으며, 이른바 '민주당 문건'을 부각시켰다. MBC를 보는 '일부' 국민들에게 '김장겸 체제'를 정당화하기 바쁜 그들이 '균형'을 고려할리 만무하다. 그러는 사이 매일 '오늘의 사건사고'가 터지고 있다. 지켜보기 안쓰러운 수준의.

총파업 이후 목불인견 MBC

 MBC <병원선> 방송 시간에 등장한 공익 캠페인 영상.

MBC <병원선> 방송 시간에 등장한 공익 캠페인 영상. ⓒ MBC


"방송사의 사정으로 방송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지난 6일,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이 방송되는 도중 MBC가 내보낸 자막이다. 5회가 끝나고 6회가 전파를 탈 예정이었지만, 방송은 15분 정도 지연됐고, 이후 위와 같은 자막과 함께 눈길 안전 운전, 산불 예방 방법 등 공익 캠페인이 긴급 '땜빵' 방송된 것이다. 이 같은 '방송 사고'는 방송사 측면에선 최악의 사고라 할 수 있다. 지금의 MBC가 바로 그 수준이다.

다음날 MBC측은 "현재 MBC 총파업으로 인해 내부에서 후반작업을 하기가 어려워 이를 외부에서 진행하였고 방송 시간을 제때 맞추지 못했다"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 지연 방송으로 인하여 불편을 느끼셨을 <병원선> 시청자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 말씀드린다"라는 공식 사과문을 냈다. 미안하지만, 이러한 사과를 '용인'한 시청자들은 얼마 없을 것 같다. MBC가 망가져서 애먼 드라마가 피해를 보는 꼴이다.

지난 7일 오전 방송 된 MBC 아침 뉴스 <뉴스투데이>에서는 '일간베스트'가 사용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사용돼 또 한 번 비난에 휩싸였다. <뉴스투데이>의 연예 꼭지인 '연예투데이'에서 방탄소년단 소속사의 편법 마케팅 의혹 소식을 알리던 도중이었다. MBC는 양 이틀 공식 사과를 내보냈다.

반면 MBC 사측의 공허한 집착 역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무한도전>을 비롯해 간판 예능이 줄줄이 재방송으로 대체되고 있는 가운데 MBC는 간판 명절 예능인 <아이돌 육상 선수권대회>의 녹화 연기를 알린 이후 가타부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애초 9월 4일과 11일, 이틀간 녹화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담당 PD가 노조의 총파업에 참가하면서 녹화가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방송사 전체가 흔들렸고, 신뢰성에 금이 가면서 사측이 매달린 것은 예능과 드라마뿐이었다. <뉴스데스크>를 오후 8시로 전진배치하면서 시청률을 떨어뜨린 반면, 그 시간대에 드라마를 연속편성하며 전체 함량을 떨어뜨린 것도, 그렇게 무리한 편성을 유지한 것도 '김재철 이후' MBC의 경영진이었다. '2017 아육대'를 포기하지 못하고 집착하는 꼴이 딱 현 MBC의 상황으로 보는 듯하다.

국민들은 더 이상 '소시지 빵' 뉴스를 원치 않는다

 MBC <뉴스데스크>의 대표적인 '어이 상실' 뉴스들.

MBC <뉴스데스크>의 대표적인 '어이 상실' 뉴스들. ⓒ MBC


하필 그 문제의 '소시지 빵' 보도를 전한 앵커가 배현진 아나운서였다는 사실은 꽤나 상징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배현진 아나운서야말로 최근 MBC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과 함께 '배신남매'로 불리며 김재철 사장 이후 망가진 MBC의 얼굴로 대변되는 인물 아니던가.

국민들은 더 이상 '소시지 빵' 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 그건 김재철 이후 망가진 MBC에서 부당 해고를 당하고, 전보를 당하며, 마이크를 뺏기고 일터에서 쫒겨났던 MBC의 PD, 기자, 아나운서 등 수많은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대목일 것이다. 지난 4일, 총파업과 함께 MBC 노조가 공개한 '파업자들' 역시 이러한 뉴스를, 방송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영상이었다.

공교롭게도, 총파업 직전 방송된 <무한도전>에서는 MBC 라디오를 대표했던 '잠깐만'이란 로고송이 지속적으로 전파를 탔다. 시민들과의 토크쇼를 기획한 방송인 유재석의 코너에서였다. 이와 함께 지난 4일 "다시 만나도 좋은 방송, MBC 문화방송"을 언급했던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진행자 배철수의 클로징 멘트도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과거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그 시절 MBC를 추억하는 3040 세대가 양대 공영방송의 파업을 좀 더 지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화제를 모았다. 1990년대를 지나 2000년대 중후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MBC의 '화려한 시절'은 다시 도래할 수 있을까. 먼저 떠나간 시청자들도, 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며 기다리는 국민들도 이 사실 하나는 공감할 것이다.

'소시지 빵' 운운 하는 메인 뉴스는 죽은 뉴스라는 것. 그 죽은 뉴스를 만든, 시청자들이 외면하는 채널을 완성한 김장겸 사장 이하 현 MBC의 경영진은 분명하게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것 말이다. 언제나, 필요한 진실은 의외로 간단한 법이다.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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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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