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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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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생활을 같이했던 녀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습니다.'

녀석을 만난 건 지난 8월 11일 아침이었습니다. 화천군 사내면사무소. 출근 후 청사 주변을 돌아보던 중 탈진한 새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카나리아입니다. 이 아이가 왜 이 모양이 됐을까? 누군가의 새장에서 탈출했거나, 주인이 자연으로 방생한 경우입니다.

십자매, 문조, 금화조, 잉꼬, 앵무새, 카나리아 등 양조 다수는 수입종입니다. 놓아주면 100% 죽습니다. 산새와 달리 자연에서 먹이를 찾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녀석을 데려와 (집에 있던) 빈 새장에 넣고 문조용 모이를 주었더니, 허겁지겁 난리도 아닙니다. 집에 백문조를 기르고 있어 다행스런 일이었습니다.

'아침에 면사무소 옆에서 탈진한 카나리아 한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분실 하신 분 답글 남겨 주세요. 제가 보호하고 있습니다. 혹시 '야생에서 살아라' 하고 놓아 주신 거라면 잘 못 판단하신 겁니다. 새장에서 자란 양조는 적응 못 하고 죽게 됩니다.'

지역주민 소통 공간인 밴드(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누군가 분실했다면 애타게 찾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 달여 아무런 연락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기를 회복한 녀석 행동이 이상했습니다. 나와 눈만 마주치면 퍼덕거리며 마치 (나를) 먹이사슬 최상위 동물 보듯 합니다. (집에서 기르는) 양조에선 좀체 볼 수 없는 현상입니다.

'카나리아가 아닐지 모른다.'

갑자기 녀석 족보가 의심스럽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야생조류를 검색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카나리아가 아닌 겁니다. 아뿔싸! 우리나라 대표 텃새인 방울새와 똑같이 생긴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나를 경계했구나!'

그렇다면 의문이 생깁니다. '녀석은 왜 나를 처음 만났을 때 탈진상태에 놓여있었을까!', '하늘을 날던 녀석은 청사 유리창에 부딪혀 기절을 했고, 깨어난 후 장시간 방치로 탈진이 됐다.' 충분히 가능한 추측입니다.

9월 12일 아침, 녀석을 놓아 기로 했습니다. 자신을 카나리아로 오인한 내 무지에 대한 섭섭함 때문일까, 녀석은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강원도 #카나리아 #방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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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화천군, #사내면, #방울새, #카나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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