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불러 드릴 '너에게 주는 노래'는 제가 1998년에 데뷔할 때 낸 앨범의 마지막 수록곡인데,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다 들어 있는 노래예요. 백혈병을 이겨내신 분들, 투병 중인 환우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을 담아 불러 드릴 거예요. 환우들 위해 애쓰시는 백혈병환우회에 이 노래를 헌정해 드리고 싶어요."

"네가 힘들 때면 내 노래 기억해. 널 지켜줄게. 언제나 네 곁에. 내 노래 그대 곁에."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의 진심이 담긴 노래가 절정을 지나 마지막을 향해 가자 객석에서 눈가를 훔치는 관객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진심을 담아 부른다더니 마음을 달래주는 가사와 함께 부르는 이의 진심이 전해진 모양이다.

임형주는 CNN이 선정한 '세계 3대 팝페라 테너', BBC 뮤직매거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팝페라 가수 톱 5'에 들 정도로 놀라운 재능을 무대를 통해 기부하고 있다. 이번 기부는 9월 9일, 경기도 용인 카페 호미 야외공연장에서 백혈병환우회의 주최로 열린 제8회 '헌혈톡톡(talktalk)콘서트'에서 이루어졌다.

 임형주는 준비해 온 노래의 반주가 나오지 않자 무반주로 노래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임형주는 준비해 온 노래의 반주가 나오지 않자 무반주로 노래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수혈자가 헌혈자에게 감사하는 자리, 재능기부로 무대 선보인 임형주

'헌혈톡톡콘서트'는 한국백혈병환우회(대표 안기종)가 헌혈자와 수혈자 및 그 가족들을 초대해 8년 전부터 매년 감사의 마음을 담아 여는 콘서트다. 백혈병환우회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김미화씨가 1회 때부터 진행을 맡아 오고 있다. 김미화씨 역시 출연료 없이 진행을 맡아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특히 이날은 김미화씨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 호미의 야외공연장을 콘서트 장소로 제공해 재능기부뿐만 아니라 기부까지 했다. 평소 '이모'라고 부르며 따르는 임형주의 섭외에도 김미화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저희 부모님과 친분이 있어서 제가 '이모'라고 부르는데 이모가 부르면 언제든 가요. 그런데 오늘 행사가 헌혈과 관련된 행사라고 들어서 더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제가 대한적십자사 홍보 친선대사를 13년째 하고 있거든요. 헌혈의 중요성에 대해 익히 들었는데 이렇게 헌혈을 해주신 분들과 수혈을 받으신 환우들이 한 자리에 계시다는 것이 참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헌혈톡톡콘서트에서 진행을 맡은 방송인 김미화 씨가 객석의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헌혈톡톡콘서트에서 진행을 맡은 방송인 김미화 씨가 객석의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혈액암의 일종인 백혈병 환자들에게 수혈은 필수적이다. 헌혈자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마련된 '헌헐톡톡콘서트'에는 헌혈이나 수혈 경험이 있는 환우들이 초대된다. 안기종 대표는 "마음 같아선 전국의 헌혈자 300만 명 모두를 초대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고, 200분을 대표로 초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국의 헌혈자 전체를 격려한다"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음향 상태 등 조건 좋지 않았지만 무반주로 준비해 온 노래 선사해

임형주는 백혈병환우회 헌혈톡톡콘서트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며 무대를 이어나갔다. 그는 "사실 누구나 병을 갖고 산다"면서 "몸이 아플 수도 있고, 마음이 아플 수도 있다. 저 역시 화려한 음악가의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많은 분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속상하고 슬플 때가 있다. 그렇더라도 티 내면 안 되는 것이 프로페셔널의 삶인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또 "부족하고 나약한 인간이지만 이렇게 무대에 서서 여러분들에게 노래로 용기와 희망을 드릴 수 있으면 그것만큼 보람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을 못 보는 환우들을 위해 데뷔 앨범 계약금을 개안 수술비로 기부했다. 첫 번째 나눔 활동 이후 재능 기부와 물질적인 기부를 병행해 오고 있고 대한적십자사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2015년 12월 4일, 제10회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곡은 세월호 공식 추모곡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였다. 그는 올해가 세월호 3주기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 헌혈톡톡콘서트 임형주 씨는 헌혈톡톡콘서트 마지막 곡으로 세월호 공식 추모곡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열창해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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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을 맡은 김미화씨는 헌혈톡톡콘서트 참석자들에게 "우리 몸의 세포는 우리가 겪는 순간순간을 기억한다고 한다. 오늘 이 자리에 오신 환우들과 헌혈자들 모두 감동의 시간을 세포에 가득 담고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을을 앞두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야외공연장에서 펼쳐진 공연. 비록 그가 매번 서는 무대만큼 음향 상태가 완벽하지 못했지만 무반주라도 최선을 다하는 임형주의 모습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이 순간을 기억한 세포가 우리 일상에 어떤 작용을 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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