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직(Logic)의 정규 3집 앨범 < Everybody >

로직(Logic)의 정규 3집 앨범 < Everybody >ⓒ 유니버설 뮤직


'1-800-273-8255', 이 숫자는 어떤 의미일까? 미국자살방지센터(National Suicide Prevention Lifeline) 전화번호다. 우리나라의 자살예방번호(1577-0199)도 생소한데, 미국 번호를 어떻게 아느냐고? 이 숫자는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다. '1-800-273-8255'는 미국 래퍼 로직(로버트 브라이슨 홀 2세)의 정규 3집 앨범 < Everybody >에 실린 노래다.

메릴랜드 출신의 스물일곱 청년 로직은 요즘 미국 힙합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래퍼 중 하나다. 기술적으로나 메시지적으로나 로직은 빈틈없는 래퍼다. 그뿐 아니라 키보드, 드럼, 신시사이저 등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데에 능한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로직을 또래 래퍼들과 차별화시켜주는 가치는 역시 가사일 것이다. 로직은 스웨거(Swagger)를 다룬 가사도 잘 쓰지만, 사실 컨셔스랩(Consicous Rap)으로 유명하다.(* 컨셔스랩 : 사회,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이야기하는 랩의 한 갈래. 켄드릭 라마나 루페 피아스코, 커먼,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해답은 결국 평등과 사랑이었다'

로직은 뮤직비디오 속에서 슈퍼마리오와 농구를 즐기는 등 유쾌한 면모를 자주 드러내왔다. 그러나 그의 성장기는 몹시 비참했다. 언뜻 보기에 백인처럼 보이는 그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모두 마약 중독자였고, 온전한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할 수 없었다. 성장하는 내내 '혼혈'이라는 이유로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되었다. 흑인 사회에서도, 그리고 백인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로직은 철저한 경계인이었다.

그는 백인 어머니와 함께 메릴랜드 게이더스버그의 빈민가에서 자랐다. 흑인을 혐오했던 로직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을 'Ni**a'(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깜둥이'라는 단어로 의역된다)라고 불렀다. 심지어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두 차례나 죽이려고 했다. 로직은 끝내 집을 떠났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꾸준히 믹스테이프를 발표했다. 그의 작업물들은 힙합 팬들의 이목을 끌더니, 마침내 거대 레이블 데프잼(Def Jam)의 품에 안겼다.

로직은 개인의 아픈 과거사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생생하게 묘사하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의 시선을 개인에서 사회 전체로 확장한다. 'Confess'에서는 백인 위주의 사회에서 억압당한 흑인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신에게 호소한다. 'Most Definitely'에서는 빈곤에 시달렸던 그의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행동의 중요함에 대해 말한다. 로직은 숱한 혐오와 폭력 속에서 자라났으나, 증오의 길로 빠지지 않았다. 'Take It Back'의 가사를 통해 미루어볼 수 있듯이 그가 찾아낸 해답은 '그럼에도 평등과 사랑'이었다. 

'결국 그는 깨달았어. 모두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걸 말이야.
인종, 종교, 피부색, 신념, 성적 지향과는 관계없이' - 'Take It Back' 중

'나는 백인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 나는 흑인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아, 멕시코인인 내 아내가 부끄럽지 않아' - 'Black SpiderMan' 중

 로직(Logic)의 메이저 데뷔 앨범 < Under Pressure >

로직(Logic)의 메이저 데뷔 앨범 < Under Pressure >ⓒ 유니버설 뮤직


'내가 쓴 가장 중요한 노래'

'1-800-273-8255'은 제목 그대로, 벼랑 끝에 놓인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곡이다. '당신들의 절망을 내가 안다'는 내용의 가사는 물론, 칼리드와 알레시아 카라의 목소리, 진중한 현악 사운드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가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벼랑 끝에 내몰려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차트가 그 곡의 가치를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이 곡은 현재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권에 올랐다.

'다들 삶이 소중하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내 삶을 신경 쓰지 않아'/'나는 너를 살아있게 하고 싶어, 너는 오늘 죽지 않을 거야.'/'조금의 밤이 없다면 낮이 오지 않을 거야'
- '1-800-273-8255' 중

지난 8월 27일(현지 시간), 로직은 2017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ideo Music Awards) 무대에 올랐다. 그가 '1-800-273-8255'를 부르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이 날 무대에는 흰 티셔츠를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무대에 섰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그들은 모두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고 했다가 다시 일어선 이들이었다. 그들이 입은 흰 티셔츠의 앞면에는 '1-800-273-8255'가 적혀 있었고, 뒷면에는 이와 같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You're not alone)라고 말이다.


이 곡이 발표된 이후, NSPL에 걸려온 상담전화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터넷에서 NSPL을 검색하는 인원도 25%가량 증가했다. 실제로 NSPL에 전화를 건 사람들 중 일부는 로직의 외침이 자신의 삶을 바꾸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로직은 '1-800-273-8255'은 자신이 지금까지 쓴 노래 중 가장 중요한 노래라며 기쁨을 표했다. 21세기에도 음악의 힘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숭고한 에피소드다. 사실 이 노래에서 로직이 상처받은 이들에게 선명한 삶의 해답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당신의 마음을 내가 안다'며 듣는 이들을 다독인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준다'는 기분이 들게 만든다.

뻔한 위로라고? 그것만으로도 이 노래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나.

덧붙이는 글 삶을 포기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음악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다시 삶을 이어나갈 힘을 얻기를 기도합니다.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맨유팬, 흥이 넘치는 스물다섯 청년, 정치는 생활이라고 믿는 'SNS 글쟁이' http://blog.naver.com/2hyunpa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