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YG 산하 레이블 하이그라운드는 2015년 10월 주최한 '송 캠프' 과정을 지난해 3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여기엔 이하이, 오혁 등 국내 음악인들도 참여했다.

YG 산하 레이블 하이그라운드는 2015년 10월 주최한 '송 캠프' 과정을 지난해 3월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여기엔 이하이, 오혁 등 국내 음악인들도 참여했다.ⓒ 하이그라운드


그동안 본 지면을 통해 '공동 작곡'에 대한 이야기는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비욘세 노래 하나에 13명이? 우리가 몰랐던 작곡의 세계)

수십만 장의 음반을 팔던 시대는 이미 지난 데다 매일 수많은 곡이 쏟아지는 상황. 많은 곡을 마치 공장처럼 제작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워졌다.

혼자서 모든 부분을 담당하며 '단독 작곡'만을 고집하는 이들도 여전히 있다. 하지만 상당수는 여러 명의 협업으로 곡을 만들고 있다. 어느덧 국내외 음악계의 대세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프로듀싱팀' 또는 '작곡팀'이다. 최소 2명에서 많게는 10여 명 이상의 음악인들이 하나의 이름으로 모여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곡을 만들고 녹음한다.

그런데 소수의 인원이 모여 곡을 만들더라도 어느 순간엔 틀에 박힌, 획일화된 곡이 나올 수 있다. 같은 사람끼리의 협업이 장기간 지속하다 보니 마치 한 사람처럼 유사한 내용의 작업물이 생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맹점을 해소하고 짧은 기간 다양한 곡들을 만들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송 캠프(Song Camp)'이다.

국내 대형 기획사들이 선택한 방식

 f(x) 루나가 운영중인 개인 유튜브 채널 <루나의 알파벳>에선 지난해 11월 SM의 송캠프 현장을 간략히 공개하기도 했다.  송캠프 방식의 작곡은 SM 히트곡 다수를 만들어 낸 바 있다.

f(x) 루나가 운영중인 개인 유튜브 채널 <루나의 알파벳>에선 지난해 11월 SM의 송캠프 현장을 간략히 공개하기도 했다. 송캠프 방식의 작곡은 SM 히트곡 다수를 만들어 낸 바 있다.ⓒ Luna's Alphabet


1990년대 후반 북유럽 지역 음악계를 중심으로 생겨난 송 캠프는 2000년대 후반부터 SM이 국내 업체 중엔 적극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지금은 일반 음악팬들에게도 제법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주최 측의 구체적인 진행법은 제각각이긴 하지만 큰 틀은 어느 정도 엇비슷한 편이다. 일반 회사로 치면 "브레인스토밍" 방식의 장기간 릴레이 회의를 거쳐 중요한 기획을 완성하는 것으로 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하나. 전 세계 각국에서 활약 중인 프로듀싱팀+음악인들을 일정 기간 특정한 장소로 초청한다. (숙식 제공)

둘. 10~20여 명 이상 모인 이 사람들을 여러 개 그룹으로 묶어 각각 배정된 스튜디오에서 의견을 모으며 하루~이틀 동안 데모 수준의 곡을 만든다.

셋. 기존 그룹을 재조합해서 또 다른 여러 개 그룹을 만든 후 같은 방식의 창작을 반복한다.
넷. 최종일에 작업물을 모아 감상하고 총평.

레고 블록처럼 다양한 인적 조합을 단기간에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송 캠프를 통한 작곡에선 의외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지난 2015년 말, YG 산하 하이그라운드가 주최한 송 캠프에는 스웨덴 중심의 <디자인 뮤직>(SM 주요곡 다수 작곡) 팀, 미국 출신의 <굿 뮤직> 팀, 이하이와 오혁 등 국내 음악인들이 각각 한 팀을 이뤄 팝과 힙합 등이 어우러진 특색 있는 곡들을 만들어 냈다.

해외 최신 유행 적용+신인 발굴 수단으로도 활용... 비용 문제 등은 부담

 SM+미스틱의 웹 예능 < 눈덩이 프로젝트 > 중 한 장면.  헨리는 곡을 만들기 위해 다니엘 오비 클라인(레드벨벳, 이센스 당당), 안드레아스 오버그(샤이니, 빅스, 오마이걸 담당) 등을 초대, 간단한 '송 캠프' 형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SM+미스틱의 웹 예능 < 눈덩이 프로젝트 > 중 한 장면. 헨리는 곡을 만들기 위해 다니엘 오비 클라인(레드벨벳, 이센스 당당), 안드레아스 오버그(샤이니, 빅스, 오마이걸 담당) 등을 초대, 간단한 '송 캠프' 형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SM엔터테인먼트, 미스틱


해외 음악계의 최신 흐름의 곧바로 창작물 제작으로 연결해 이른바 '트랜디한' 곡들을 재빨리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역으로 국내 음악인들의 해외 진출의 기회로도 송 캠프가 이용되기도 한다.

테디의 의존도가 높은 YG, 박진영이 이끄는 JYP, 해외 인적 네트워크를 지닌 라이언 전 같은 해외파 출신 작곡가들도 이 방식을 도입, 창작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신인 작곡가 오디션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JYP는 2차 심사 과정을 송 캠프 방식으로 진행, 새 인물 발굴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SM이 주관하는 송 캠프는 해당 기획사와 딱히 연관이 없는 국내 음악인들의 참여 폭도 넓은 편이다. 중견 작곡가 박근태를 비롯한 < K팝스타 > 출신 싱어송라이터 이진아, 기타 국내 몇몇 인디음악인들도 초대를 받아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SM스테이션 싱글 <밤과 별의 노래>를 통해 그룹 더티 룹스의 프로듀서 사이먼 페트렌과 호흡을 맞췄던 이진아는 올해 발표한 미니 음반 < Random >에서 또 한 번 사이먼과 손을 잡고 독특한 구성의 곡들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송 캠프를 통해 얻은 인맥은 이후 음반 제작에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송 캠프 운영을 통해 얻어지는 인적 네트워크 구축+운영 노하우는 기획사로선 무형의 자산이 되어 준다. 당장은 소속 가수의 곡 참여가 없더라도 후일 필요할 때 이들과 손잡고 일 할 수 있는 경로가 마련이 된다.

다만 외국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송 캠프 진행은 생각보다 쉽진 않다. 회사 내에 여러 개의 대규모 녹음 스튜디오를 보유한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 해외 음악인들의 체재 비용 등 경제적인 부담 또한 만만찮은 편이다. 그리고 한 번의 송 캠프 개최를 통해 많게는 20여 곡 정도 만들어지더라도 최종적으로 발표되는 곡은 극소수에 불과한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도 송 캠프 방식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보다 한발 앞선 음악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송 캠프는 이미 검증된 결과물(히트곡)들을 다수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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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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