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의 미래를 이끌어 갈 예비스타들의 행선지가 정해졌다.

한국야구위원회는 11일 서울 웨스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2018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 행사를 개최했다.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754명, 대학 졸업예정자 207명, 해외파 출신 3명 등 총 964명 중에 100명의 선수만이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취업률은 단 10.4%에 불과했을 정도로 올해도 여전히 프로의 문은 매우 좁았다.

이미 지난 6월26일 10개 구단이 1차 지명 선수를 발표한 가운데 2차 지명에서 선발된 10명의 선수를 더해 10개 구단은 2018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각각 11명의 신인 선수를 지명했다. 만약 지명을 받은 고졸 선수가 대학 진학을 선택하면 지명권은 자동 소멸된다. 2차 1라운드에서만 8명이 선발됐을 정도로 고졸 투수가 초강세를 보인 가운데 이번 드래프트의 '빅3'로 꼽히던 해외파 출신의 우완 김선기(상무)는 지명 순위가 8번까지 밀리며 이변 아닌 이변을 연출했다.

'즉시전력' 필요한 kt의 1순위 대안으로 떠오른 김선기

인기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과 이름이 같은 서울고의 강백호는 1학년 시절이던 2015년 청룡기 대회에서 고척 스카이돔 개창 첫 홈런을 때려내며 일찌감치 주목 받았다. 다만 강백호는 중학교 3학년 때 부천 중학교에서 이수중학교로 전학을 간 경력이 있어서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작년 시즌 최하위로 2018년 2차 1순위 지명권을 얻은 kt 위즈가 '강백호 드래프트'의 승자로 불렸을 정도.

강백호의 주포지션은 포수지만 서울고의 에이스이자 청소년 대표팀의 4번타자로 활약할 정도로 투타에서 모두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투타를 겸업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같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춘 초대형 유망주라는 뜻이다. 다만 전문 투수로 활약하는 선수가 아닌 만큼 마운드에서의 경기 운영에서는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문제는 강백호를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kt의 팀 사정이었다. 강백호가 쉽게 나오지 않을 '초 고교급' 대형 유망주임은 분명하지만 올해의 이정후(넥센 히어로즈)가 등장하기 전까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 선수가 1군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당장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 신인이 필요했던 kt 입장에서는 완성형 선수가 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할 지 모를 강백호를 선뜻 지명하기 쉽지 않았다.

그 때 대안으로 떠오른 선수가 바로 상무 소속의 우완 김선기였다. 세광고 3학년이던 2009년 43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김선기는 2014 시즌 종료 후 시애틀에서 방출됐고 2015년 말 상무에 입대했다(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 진출한 선수는 해외 구단과의 계약 종료 후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 기간 동안 병역 의무를 해결한다).

작년 시즌 상무에서 29경기에 등판해 6승2패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한 김선기는 올 시즌 임지섭과 함께 상무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5승6패 4.08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3월2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1실점으로 호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반면에 당시 한국 대표팀의 선발이었던 경찰 야구단의 이대은은 1.2이닝 4실점으로 부진하며 김선기와 대조를 이뤘다.

뛰어난 퓨처스리그 활약에도 초라한 마이너 성적에 발목

김선기는 마이너리그에서 5년을 보낸 상대적으로 풍부한 경험과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97이닝을 던진 내구성을 앞세워 2차 지명 전체 1순위 후보로 급부상했다. 올 시즌 주권, 정성곤 등의 잇따른 부진으로 즉시 전력감 투수가 부족했던 kt 입장에서도 김선기는 투수진의 약점을 메워줄 적임자로 보였다. 만약 kt가 김선기를 거른다 해도 적어도 3~4순위 안에는 충분히 이름이 불릴 것으로 예상됐다.

kt는 김선기 대신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강백호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아무리 투수가 급한 kt라 해도 강백호는 결코 놓치기 아까운 재능이기 때문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2년 연속 황금사자기 MVP에 빛나는 덕수고 에이스 양창섭을 지명할 때만 해도 드래프트는 순리대로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가 용마고의 이승헌, 한화 이글스가 야탑고의 이승관을 지명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결국 이번 2차 지명의 '빅3'라 불리던 김선기는 8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넥센 히어로즈의 선택을 받았다. 그동안 신인 드래프트에서 주로 젊은 고졸 선수를 선호했던 넥센이 내년이면 28세가 되는 중견(?) 투수 김선기를 지명한 것이다. 넥센 스카우트진 역시 김선기가 8순위까지 남아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듯 지명하기 전에 타임을 요청하며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번 2차 지명 대상자 중 최고의 '즉시전력감'으로 꼽힌 김선기가 8순위까지 밀린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초라한 마이너리그 성적 때문이다. 김선기는 2009년 시애틀에 입단해 5년 동안 활약했지만 빅리그는커녕 더블A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2014년 하이 싱글A에서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6.05였다. 그래도 이대은은 트리플A에서 8승을 올렸고 일본 프로야구 1군에서도 9승을 올린 실적이 있지만 김선기에게는 올해 상무에서의 성적이 보여줄 수 있는 전부다.

물론 미국에서의 마이너리그 실적이 부족하다고 해서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김선기와 비슷한 마이너 성적을 가진 장필준(삼성)이나 kt 입단 전까지 포수였던 김재윤도 KBO리그에서 마무리 투수로 순조롭게 성장한 바 있다. 먼 길을 돌아 드디어 KBO리그에 입성하게 된 김선기가 내년 시즌 히어로즈 마운드의 새로운 주역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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