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미디어그룹 윤세영 회장과 아들 윤석민 부회장.

SBS 미디어그룹 윤세영 회장과 아들 윤석민 부회장. ⓒ SBS


11일 SBS 윤세영 회장이 회장직과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노보를 통해 윤세영 회장의 '박근혜 정권을 도우라'는 보도지침을 폭로한 지 6일 만이다.

윤 회장은 이날 담화문을 통해 "SBS의 소유와 경영의 완전 분리"를 선언하며 "SBS 회장과 SBS 미디어 홀딩스 의장직 사임하겠다"고 밝히며, 아들인 윤석민 대표이사 역시 SBS 이사와 이사회 의장직, SBS 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SBS 콘텐츠 허브와 SBS 플러스의 이사직과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알렸다. 다만, 대주주로서 지주회사인 SBS 미디어 홀딩스 비상무 이사직위는 유지한다.

윤 회장은 '보도지침 논란'을 의식한 듯, "방송 환경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화했고, 지난 5년간 많은 경쟁 채널과 뉴미디어가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미디어 시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지상파는 각종 규제에 묶여 경쟁의 대열에서 점차 뒤처졌다. 지상파라는 무료 보편서비스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리며 차별규제가 개선되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을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면서 "우리가 안고 있는 이런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득이 절대 권한을 갖고 있던 당시 정권의 눈치를 일부 봤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사로서 SBS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적은 없지만, 돌이켜 보면 이런 저의 충정이 공정방송에 흠집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점에 대해서는 분명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런 조치는 대주주가 향후 SBS 방송, 경영과 관련하여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명실상부하게 소유와 경영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적인 완결"이라면서 "SBS 대주주는 상법에 따른 이사 임명권만 행사하고, 경영은 SBS 이사회에 위임하여 독립적인 책임경영을 수행하도록 할 것째이라고 전했다.

언론노조 SBS본부 "2008년 선언 반복... 사퇴쇼"

이와 관련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사 임명권을 그대로 갖겠다는 것은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이야기"라며, "노동조합과 전혀 상의되지 않은 '사퇴쇼'"라고 반박했다.

윤 본부장은 "노조의 요구안을 전달하기 위해 만나자고 했을 때는 아무런 응답이 없다가 오늘 사퇴를 발표했다"면서 "노조의 요구와 동떨어진 내용이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세영 회장 일가는 2008년 이미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같은 선언을 반복하고 있다는 건, 2008년의 선언에도 경영을 이어왔다고 인정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 본부장은 "노조는 이 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선언'이 아닌 제도적인 형태로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담화문의 핵심은 '이사 임명권'은 그대로 갖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임명한 이사에게 경영권을 위임하겠다는 것이 무슨 소유와 경영의 분리인가"라고 지적하며, "방송 개혁의 소나기를 피해가려는 꼼수다. 결국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SBS 윤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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