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의 일상을 통해, 오늘날의 노동과 삶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영화 <안녕 히어로>(배급: 시네마달)가 7일 개봉하여 절찬 상영 중이다. 시네마달은 자신의 삶의 조건을 만들어나가는 이 땅의 모든 사회적 영웅들이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꿈꾸며 [이 시대 모든 히어로를 위하여]라는 이름 아래 기고문을 받았다. 두 번째 순서로 쌍용차 해고자였던 아빠를 오랜 시간 지켜보았던 주민진(가명)님이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싣는다. [편집자말]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께 아빠! 아빠 첫째 딸 민진입니다.

영화 <안녕 히어로>(Goodbye My Hero)를 보고 용기 내서 아빠한테 편지를 써보려 해. 2017년 올해 아빠는 8년간의 긴 싸움을 끝내고 복직했지. '복직이 좋냐'는 아빠의 질문에 "그저 그래, 아빠 인생이잖아"라고 무심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고생하고 힘들어하던 우리 아빠가 이제 조금은 편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좋았어.

아빠는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옛날로 돌아갈 거야"라며 우리에게 밝게 이야기 했지. 그런데 어쩐지 억지로 웃는 것 같았고 어두워 보였어, 복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 보였고 그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기에 잘 했다고 말해주기 힘들었던 것 같아.

 영화 <안녕 히어로> 스틸 사진

영화 <안녕 히어로> 스틸 사진 ⓒ 시네마달


아빠! 나 사실 아빠가 되게 미웠어. 아빠 해고당하기 전에 유치원 끝나고 집에 왔을 때 안방 문이 닫혀있으면 아빠 야근하는 날이니깐 조용히 해야 되고 안방 문 열려있으면 아빠 출근했으니 마음대로 놀아도 된다는 기억이 있고 쉬는 날도 별로 없고 항상 바쁘고 피곤한 아빠라고 기억돼 그랬어. 아빠 파업하고 나서는 막노동이라도 하겠다며 다른 지역으로 돈 벌러 나가고, 감옥 가고 그러면서 아빠를 용서할 기회가 없었어.

파업 후에 아빠는 꽤 오랜 시간 집에서 쉬었지. 친구들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혼자 있거나 도망치듯 밖으로 나가버리는 아빠 보면서 별 생각 없이 지냈고 친구들도 그냥 데려온 건데, 어느 날 아빠가 갑작스레 던진 말 한마디에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 아빠가 다른 아빠들과 달리 집에 있는 거 창피하지 않냐고. 그 질문에 나는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다 답했지만 아빠는 착한 딸이 아빠를 위로해주는 걸로 생각했는지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했고 아빠가 그냥 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했지. 그 동안 나한테 미안해하면서 산 거 알아, 나한테 좋지 못한 기억을 줬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아빠는 항상 나한테 미안해했어. 쑥스럽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런 아빠 마음 외면하고 살았어.

 영화 <안녕 히어로> 스틸 사진

영화 <안녕 히어로> 스틸 사진 ⓒ 시네마달


그런데 아빠! 난 언제나 아빠가 자랑스러웠어. 아빠 해고되고 힘들게 사는 거 보면서 어릴 적 아빠의 그런 모습은 다 나랑 동생을 위한 일이구나 라는 걸 깨달았어.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지금처럼 억울한 사람이 있는 세상과는 달라야 하기에 싸운다는 아빠의 말은 너무나도 슬펐고 고마웠어. 3년 전 대법원에서 아빠의 해고가 부당하지 않다고 판결나던 날, 아빠한테 했던 말 기억해? 아빠랑 삼촌들 억울함 내가 다 풀어주겠다고, 커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돼서 세상에 다 알리고 그 동안 고생한 거 다 풀어줄 테니 속상해하지 말라던 말.

나 아빠랑 삼촌들 억울함 풀어주려고 준비 중이다! 이제 몇 년 안 남았어. 이제 곧 사회로 나갈 나이야. 그 전에 다 풀리면 좋겠지만, 그 전에 안 풀리면 내가 풀어줄게! 나 벌써 18살이야. 8년 전 공장 앞에서 울던 꼬맹이 아니야. 그 동안 너무 고생 많았고 남은 사람들 다 들어갈 때까지 우리 조금만 고생해요. 아빠가 공장 안에서 다음 사람들 길 터주는 역할 해줘요. 다 같이 손잡고 걸어왔기 때문에 아빠가 들어갈 수 있던 거니깐 남은 사람들 다 들어올 때까지 남은 손 놓지 말고 조금만 힘내요.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나 오래 전에 아빠 다 용서했다!!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피했는데 그러면 나는 편하지만 딸 바보 우리 아빠는 평생 미안해하면서 살 거 같아서 이런 식으로 전해요. 10살 꼬맹이 민진이는 공장 안에서 놀던 기억, 공장 앞에서 시위하고 '아빠 힘내세요'에 맞춰 다 같이 노래 부르고 춤추던 게 그저 좋은 추억이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생각해. 남들은 쉽게 하지 못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어! 항상 고맙고 사랑해. 그 동안 고생 많았고 이제 나도 다 컸으니깐 힘든 거 엄마 아빠만 하지 말고 나도 껴줘!! 나랑 같이 조금만 힘내자! Hello My Hero!!

아빠를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첫째 민진이가.

 영화 <안녕 히어로> 포스터

영화 <안녕 히어로> 포스터 ⓒ 시네마달



안녕히어로 기고문 시네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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