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냄비받침>의 한 장면. 지난 5일 결국 종영했다.

KBS <냄비받침>의 한 장면. 지난 5일 결국 종영했다. ⓒ KBS


KBS 2TV의 예능 프로그램 <냄비받침>이 지난 5일, 13회로 종영했다.

"최근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독립 출판 소재로 진짜 스토리가 담긴 진짜 1인 미디어를 꿈꾸며"(공식 홈페이지 기획 의도)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화제 몰이에 실패하며 최종회 시청률 1.5%(닐슨코리아 기준)라는 초라한 결과만 얻은 채 작별을 고하고 말았다.

'예능 대부' 이경규, '고정 예능 프로그램 첫 출연' 안재욱, 김희철, 트와이스 등 시청자들이 관심 가질 만한 출연진을 앞세웠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냄비받침>을 외면했다.

산으로 간 기획 의도+사라진 출연진

 KBS <냄비받침>의 한 장면. 어느 순간부터 정치인 토크쇼로 변모하기 시작했고 이경규-안재욱을 제외한 나머지 출연진은 방송에서 사라졌다.

KBS <냄비받침>의 한 장면. 어느 순간부터 정치인 토크쇼로 변모하기 시작했고 이경규-안재욱을 제외한 나머지 출연진은 방송에서 사라졌다. ⓒ KBS


당초 <냄비받침>이 제작발표회, 첫 회 방영 등을 통해 '1인 출판'이라는 일반인들에겐 아직 낯선 소재를 들고나온 것은 신선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그러하듯 초반 반응이 지지부진할 경우, 출연진 또는 콘셉트 변경 등을 통해 변화를 모색하고 시청률 반등을 꾀하는 게 다반사다. <냄비받침> 역시 그런 상황을 맞이했고 이 과정에서 당초 기획 의도였던 '1인 출판'이 아닌, 정치인 대담 프로 또는 연예인 지인 출연 토크쇼로 변질되어 버렸다.

어느 순간 이 프로그램은 과거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등을 출연시켰던 <힐링캠프> 정치인 버전으로 둔갑해버렸다. 당초 다루기로 했던 '대선 주자' 인터뷰에서 유명 정치인과 만남으로 범위는 늘어났고 방송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지난 수 개월여 탄핵-대선 정국을 거친 시청자들에겐 딱히 신선하지 않은 내용을 굳이 봐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시청률은 2%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안재욱이 다루기로 했던 '건배사'는 은근슬쩍 '추천 맛집'에 대한 내용으로 변경되었고 김희철, 트와이스, 배드민턴 선수 이용대는 초반 2~3회 정도의 출연 이후 소리소문없이 방송에서 사라졌다. 또한, 방영 전 스페셜 멤버로 소개했던 유희열은 첫 회 초대 손님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마치 유명 스타들은 모았지만 정작 활용을 하지 못하고 고전한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과 다른 바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최종회가 되어서 간신히 목표했던 책은 만들긴 했지만,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흥미 유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시청자 우롱하는 낚시성 예고편 방영

 걸그룹 트와이스, 이용대 가족들은 초반 3회 정도 이후 프로그램에서 보이지 않다가 최종회가 되어서야 등장했다.

걸그룹 트와이스, 이용대 가족들은 초반 3회 정도 이후 프로그램에서 보이지 않다가 최종회가 되어서야 등장했다. ⓒ KBS


몇몇 예능 프로그램들이 종종 시청자들로부터 비난받는 일 중 하나는 이른바 "낚시성 예고편" 방영이다. 스타 OOO씨가 나오는 것으로 예고편이 나왔지만, 막상 방송을 보면 전혀 나오지 않고 한 주 후에나 출연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냄비받침>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편집,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늦어지는 일도 있지만 <냄비받침>에선 심지어 예고편 소개 후 2개월여가 흐른 최종회가 돼서야 등장한 출연진이 생길 정도였다. 이 정도라면 치밀한 기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한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이런 식의 운영은 되려 시청자들의 반감만 살 뿐이고 프로그램의 생명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이다.

tvN과 JTBC의 약진 vs. KBS 예능의 위기 상황

 김희철은 걸그룹 지침서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김희철은 걸그룹 지침서를 쓰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 KBS


올해 들어 KBS의 (주중) 예능 프로그램은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 <트릭 앤 트루> <노래싸움 승부> 등은 오래가지 못했고 <해피투게더>는 1~2부로 나눠 덩치를 키웠지만, 여전히 <자기야>에 밀리고 있다. 그나마 주말 인기 프로그램들인 <불후의 명곡2> <해피선데이>만이 체면을 유지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KBS 예능들이 최근 고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답변이겠지만 실제 KBS를 비롯한 공중파 주중 예능 프로그램 상당수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건 본방 사수 또는 다시 보기를 할 만큼의 재미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tvN, JTBC 등의 예능 프로그램이 신선한 기획으로 인기를 얻는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물론 공중파 방송 특성상 상대해야 하는 시청자들의 연령대 폭이 케이블과 달리 넓은 만큼 보수적인 움직임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수년 사이 우수 인력 유출 (PD 이직) 등 내부적인 사정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손 쳐도 지금처럼 '과거 답습'에 머무는 식의 제작이 지속한다면 갈수록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시키는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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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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