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마이클 부블레, 제이슨 므라즈의 리패키지 음반들.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팝가수들의 작품들이 신곡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발매되기 시작했다.

마이클 부블레, 제이슨 므라즈의 리패키지 음반들. 1990년대 후반부터 해외 팝가수들의 작품들이 신곡들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발매되기 시작했다.ⓒ 워너뮤직코리아


최근 몇 년 사이 가요계의 흐름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리패키지 음반의 전성기'다.

리패키지 음반은 보통 기존 음반에 추가된 내용(수록곡, 음반 표지, 기타 콘텐츠)을 보강해 발매하는 일종의 보너스 같은 존재이다.

원래 리패키지 음반은 주로 팝 음반 발매에 흔히 사용된 방법의 하나였다. IMF 직후 1998년부터 2000년대 초반 국내 진출한 해외 음반 지사들이 매출 확대 등을 노리거나 해당 음악인의 내한 공연을 전후한 프로모션 차원에서 기획되는 경우가 많았다.

셀린 디온, 리알토, 코어스, 보이존, 블루 등 그 무렵의 인기 가수들이라면 의례 <투어 에디션> <스페셜 에디션> 등의 이름을 단 리패키지 음반 발매가 기본이었다. 최근에도 마이클 부블레, 제이슨 므라즈 등 한국 팬들에게 인지도 높은 스타들의 작품들이 이런 식으로 추가 재발매된 바 있다.

국내가요 음반 역시 이런 흐름을 쫓아 2000년대 초반 리패키지 음반 판매는 주류를 형성했다. 이수영, 코요테 등 인기 가수뿐만 아니라 심지어 단발성 인기를 노린 개그맨, 예능인의 음반도 이런 식으로 나올 정도였다.

음원 시대로 접어들면서 잠시 주춤했던 리패키지 음반은 2000년대 후반을 넘어 2010년대 들어 부흥기가 도래했다. 아이돌 그룹 전성시대를 맞이하면서 해당 가수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수익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수단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인기 가수, 대형 기획사라면 필수 과정으로 정착

 엑소의 정규 4집 < The War > 리패키지 멤버별 콘셉트 이미지.

엑소의 정규 4집 < The War > 리패키지 멤버별 콘셉트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을 거쳐 최근의 엑소에 이르는 동안 상당수 SM (보이) 그룹들에게 리패키지 음반 발매가 하나의 공식이 되어 왔다. 특히 엑소의 경우, 기존 음반 + 리패키지 음반을 마치 "원투 펀치"처럼 활용하면서 자신들의 주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으르렁', 'Love Me Right', 'Lotto' 등은 후속 리패키지 음반의 머릿곡임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뒀고 "1년 2회 기본 활동"이 정착하다시피 한 2010년대 아이돌 시장에서 엑소는 마치 계획표에 짜인 것처럼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엑소는 올해도 9월 정규 4집 < The War >의 리패키지를 공개하면서 대세 그룹다운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리패키지 음반 발매라곤 하지만 역시 만만찮은 제작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주로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팬덤을 확보한 인기 그룹 위주로 이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작품 하나 만드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는 중소 기획사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이 하나 생길 수 있다. "신곡 한두 곡 추가인데 별도의 싱글 대신 굳이 기존 음반에 합친 형태로 내는 것일까?"라는.

상술 vs. 팬 서비스의 양면성

 지난해 발매된 세븐틴의 첫 정규 음반 < Love & Letter >(왼쪽)와 리패키지 음반 표지.

지난해 발매된 세븐틴의 첫 정규 음반 < Love & Letter >(왼쪽)와 리패키지 음반 표지.ⓒ 를레디스엔터테인먼트


리패키지 음반 발매를 비판하는 의견은 "재탕"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혹자는 "매출 증대를 위한 업체의 꼼수"라는 노골적인 비난을 가하기도 한다. 몇 개의 신곡 추가 수준으로 나오다 보니 앞서 기존 음반 구매자들의 구매력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 약점이 존재한다.

실제로 리패키지 음반 판매량은 본 음반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엑소의 정규 3집 < Exact >와 리패키지 음반 판매량은 각각 54만 장과 23만 장으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으며 세븐틴 역시 정규 1집 < Love & Letter > 역시 각각 19만 장과 9만 장으로 큰 편차를 보였다. (가온차트 2016년 연간 순위 기준) 올해 공개된 태연, 몬스타엑스 등 기타 가수, 그룹 역시 비슷한 양상을 나타냈다.

반면 '팬 서비스'로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실상 화보집 형태의 굿즈(Goods)로 기능이 달라진 음반 시장에서, 좋아하는 스타들의 다양한 모습을 소장하려는 측면을 감안하면 리패키지 음반은 발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일정 간격을 두고 활동하기 때문에 달라진 헤어+메이크업 및 의상 스타일링 등을 담아낸 새 화보집, 포토카드 등을 수집하는 팬 중엔 되려 리패키지 발매를 독려하는 목소리도 크게 나오는 실정이다.

새로운 실험 + 활동 추진력을 가하는 수단으로도 활용

 9월 발매 예정인 여자친구 미니 5집 리패키지 티저 이미지.

9월 발매 예정인 여자친구 미니 5집 리패키지 티저 이미지.ⓒ 쏘스뮤직


또 하나의 긍정적인 측면은 종종 파격적인 시도, 실험이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샤이니는 카세트테이프 버전 발매로 화제를 모은 정규작 < 1 Of 1 >의 후속 <1 and 1>에 단순히 한두 곡 추가가 아닌, 2 디스크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며 음악적 폭을 넓히기도 했다. 태연의 첫 정규 1집 < My Voice > 역시 'Make Me Love You' , 'Curtain Call' 등 빼어난 신곡들의 존재감에 힘입어 기존 음반 이상의 완성도를 선사했다.

그리고 새 싱글보단 풍성한 수록곡을 지닌 정규 또는 미니 음반 리패키지 발매가 그룹 활동의 추진력을 얻는 데엔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기획사의 판단도 한몫한다. 갈수록 짧아지는 활동 공백기, 앞선 음반과의 연결성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신보 발매 두 달 만에 2집 정규 음반의 리패키지(5월)를 발매한 러블리즈는 수록곡 '여기 지금'으로 데뷔 첫 음악방송 순위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여름철을 겨냥한 '귀를 기울이면'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여자친구 역시 불과 한 달여 만에 리패키지 음반 발매(9월 예정)로 지금의 기운을 하반기에도 이어갈 준비를 끝마쳤다.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음반 제작 및 발매는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분명한 건 신보건 리패키지건 결국 양질의 내용물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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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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