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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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키릴 로딘, 양방언 등 세계적인 음악가 공연이 모두 공짜? 게다가 지방 도시의 정원에서? 의심스럽지만 진짜 맞다.

지난 8월 31일부터 순천만국가정원 동문 잔디마당에서 열린, 2017 순천만국제교향악축제가 9월 3일 폐막했다. 나흘간 진행된 모든 공연은 무료입장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아고라순천추진위원회가 주관하여 순천시가 주최한 행사이다.

첫째 날인 31일 저녁 8시에 마련된, 조수미의 Forever Garden에는 무려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운집하여 인근 도로에 한동안 교통체증도 발생했다. 이날 공연만은 미리 시에서 초대권을 배부하여 현장 출입구에서 표를 검사하며 입장을 제한했다.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목소리라도 듣겠다"는 각오로 별도로 통제된 바리케이드 안으로 들어갔는데, 너무나 많은 인파가 몰려 닭장의 닭처럼 옴짝달싹하기도 힘들었다. 이 때문에 불만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발생했다.

한편, 초대권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모르고, 공연 20분 전쯤에 방문한 기자는 1시간 반가량 닭이 되어 구석에 서 있었다. 앉을 수조차 없고, 바로 옆과 위에서 다른 이들의 콧김에 노출되었다. 어떤 여성은 지쳐서 공연 도중에 나가려고 시도했다가 관람을 방해한다고 욕설을 듣기도 했다. 기자의 경우 직업정신을 발휘해 휴대폰으로 공연 동영상을 촬영하다 "어, 아줌마! 불빛 방해되니 그만 찍어요"란 소리를 중년 여성에게 듣기도 했다.

그런데 공연 종료 후에 아이를 동반한 30대 여성의 통화를 통해서, 그녀가 공연 거의 시작 전에 도착했음에도 '아는' 문화예술과(순천시) 공무원을 통해 그냥 자리도 아닌, '앞자리'를 차지한 혜택을 누린 것을 알게 되었다. 형님이라는 이에게 이 사실을 의기양양해 알리는 모습을 보며, '아는 공무원'이 없어서 '닭고생'한 기자를 포함한 수많은 시민이 떠올라 씁쓸했다.

조수미의 공연 자체는 최고였다. 한 시민은 소프라노 조수미가 고음을 오랫동안 발성하는 장면에서 "저게 정말 사람 목소리야?"라며 놀라워했다. 어느 할아버지는 같이 온 이들에게 "왐마~ 징하게 노래 잘해불데. 천상의 목소리라 허던디 참말이네. 맞어"라며 감탄했다.

1시간 반가량 진행된 공연에서 조수미는 가히 그 명성에 걸맞은 공연과 매너를 보여주고, 곡 분위기에 맞추어 핑크, 레드, 민트, 색동 등 네 벌의 드레스를 입었다. 그리고 함께 한 최영선 지휘자와 박종성 하모니시스트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음악인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순천시립합창단이 어우러졌다.

이틀째에는 공감 심포니라 하여, 순천과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준비한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서경욱 지휘자 아래 60여 명의 지역음악인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공연이 이어졌다.

사흘째는 가든 심포니 페스티벌로, 이종진 지휘 아래 키릴 로딘 첼리스트, 나혜윤과 은형기 성악가, 팬 아시아 필하모니아와 순천시립합창단이 청중을 휘어잡았다.

마지막은 재일교포 출신으로 전직 마취과 의사인 피아니스트 양방언과 다양한 국적의 연주자로 이루어진 밴드의 'Breeze from Suncheon' 공연이 있었다. 특히 이날 공연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양방언이 선택한 곡은 '프런티어'였는데, 후에도 시민들은 "집에 가기 싫다"며 연신 앙코르를 외쳤다.

이날 사회자는 양방언에게 제주도의 요청으로 <해녀의 눈물>을 해주었으니, 이번엔 '순천의 노래'를 만들어달라 청했고, 이에 "알았다"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시민들이 크게 환호했다. 또한, 폐막식을 겸하여 참석한 조충훈 시장에게 내년에도 교향악축제를 열게 해주라며 특기라는 조르기를 또다시 구사했고, 시장은 긍정적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시장과 임종기 시의장은 양방언을 순천만국가정원 명예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조 시장은 "위임기간이 2019년 까지다. 그때까지는 순천에서 오라 하면 꼭 와야 한다"며 사회자와 더불어 조르기 기술을 선보였다. 한편, 조수미는 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홍보대사로 위촉되어 탄생목인 튤립나무를 기증한 바 있다.

끝으로 양방언의 요구로 기립하여 환호하는 관중들을 배경으로 무대 위 참석자들이 손가락 하트를 날리며 모두가 포함된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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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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