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 달, 올 해 들어 가장 많은 2950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한 편의 천만영화를 포함해 여덟 편의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을 이어갔다. 한국영화는 3월 이후 이어온 부진을 벗었고 매출 기준 71.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과반을 회복했다.

이름난 흥행작이 극장을 찾지 않던 관객까지 불러들인 탓에 극장은 늘 붐볐다. 인기 있는 영화가 많다보니 스크린은 포화상태였고 작은 영화는 독립극장 스크린을 얻기 위해 경쟁했다. 독립극장과 멀티플렉스 독립상영관을 중심으로 매달 꾸준히 개봉하던 재개봉 영화는 자취를 감췄다. 매달 박스오피스 50위권 안에 여러편이 포진했던 재개봉영화가 지난달엔 한 편도 없었던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나간 명작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보려는 요구는 꾸준하다. 9월 두 편의 이름난 영화가 재개봉 일정을 확정지은 것도 그 때문이다. <디 아더스>와 <라스트 모히칸>이 이들 영화로, 니콜 키드먼의 신작 개봉과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은퇴와 맞물려 개봉했다는 평이다. 아래에 이들 재개봉작을 소개한다.

[하나] <디 아더스>

디 아더스 재개봉 포스터

▲ 디 아더스 재개봉 포스터 ⓒ 와이드 릴리즈(주)


니콜 키드먼의 대표작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영화 <디 아더스>가 그녀의 신작 <매혹당한 사람들> 개봉과 맞물려 7일 재개봉한다. 흥미로운 설정과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으로 기억되는 <디 아더스>는 보기드문 미스터리 영화다. 장르영화로 분류되지만 장르를 넘어서는 독창성과 세련미를 갖춰 많은 영화팬들에게 사랑받았다.

감독은 스페인을 대표하는 명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다. 그는 자신의 작품 <오픈 유어 아이즈>를 할리우드에서 <바닐라 스카이>로 리메이크 한 톰 크루즈의 제안을 받아들여 할리우드에 입성한다. 할리우드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이후 스페인 최고의 재능으로 불린 그를 오랫동안 탐냈으나 그는 자신이 원하는 작품, 원하는 시기가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톰 크루즈가 기획하고 그의 전 부인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았으며 아메나바르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그와 스페인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페르난도 보베라, 호세 루이스 쿠에르다가 제작과정을 책임졌다. 보베라는 <오픈 유어 아이즈>와 <마리포사>의 제작자이고 쿠에르다는 아메나바르가 음악을 맡은 <마리포사>의 연출자 출신이다. 이들은 <디 아더스>의 성공 후 스페인으로 돌아가 활동했다.

충격적인 데뷔작 <떼시스>로 스릴러와 공포물에 재능을 드러낸 아메나바르는 할리우드 입성작인 <디 아더스>로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뽐냈다. 보다 원숙해진 연출력으로 미스터리 장르물도 세련되고 우아할 수 있음을 몸소 증명했다. 틀에 박힌 장르영화가 넘쳐나던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에 이 영화가 던진 충격은 적지 않았다. 이 영화 이후 아메나바르는 스페인 자본으로 할리우드 배우들과 협업을 시도하며 스페인 영화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디 아더스>는 스페인어 없이 영어로만 만들어진 작품 가운데 스페인 최고의 영화상인 고야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유일한 영화다. 2002년 한국 개봉당시 136만 관객을 모아 <식스센스>에 이어 역대 공포영화 흥행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둘] <라스트 모히칸>

라스트 모히칸 재개봉 포스터

▲ 라스트 모히칸 재개봉 포스터 ⓒ (주)영화사 오원


아카데미 시상식이 사랑한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은퇴를 선언했다. 1997년 <더 복서> 이후 은퇴를 발표하고 마틴 스콜세지의 끈질긴 구애로 2002년 <갱스 오브 뉴욕>으로 복귀한 데 이어 두 번째 은퇴로 아마도 마지막 은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 차례 오스카를 차지한 역사상 유일한 배우를 이제 새 작품으로 만날 기회는 영영 없을지 모른다.

40여 년에 걸친 연기인생 가운데 오직 스무 편의 영화에만, 특히 최근 20년 동안엔 오직 일곱 편의 영화에만 출연했을 만큼 까다롭게 작품을 골랐지만 매번 혼신의 힘을 불어넣어 연기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남다른 감상을 가졌음이 분명한 <라스트 모히칸>이 14일 재개봉한다. 무려 25년 만으로 은퇴선언 후 재개봉하는 첫 영화가 될 것이다.

웅장한 이야기를 연출하는데 재능이 있는 마이클 만 감독의 영화로 매들린 스토우, 웨스 스투디, 스티브 워딩튼 등이 출연했다. 미국 개척시대 백인들에 의해 밀려나는 모히칸 족의 마지막을 그린 이야기로 모히칸 족에 의해 길러진 백인 전사 나다니엘의 분투와 사랑을 담았다. 모히칸 족의 전사를 연기하기 위해 군사훈련을 받고 촬영 내내 직접 사냥한 고기만 먹었다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혼이 불타는 작품이다. 매들린 스토우의 전성기 미모도 빛을 발한다.

액션과 로맨스, 영상과 연기, 음악까지. 무엇하나 흠잡을 곳 없는 걸작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CJ CGV가 단독으로 재개봉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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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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