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쇼미더머니6>(이하 쇼미6)가 오는 9월 1일 금요일 막을 내린다. 이 프로그램의 시스템을 비판하던 사람들조차도 참가자로 나설 만큼, <쇼미6>가 한국 힙합 신에 끼치는 영향력은 크다. 주목받는 신예들은 물론, 더블케이 같은 베테랑들마저 이 독이 든 성배를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고생 끝에 얻게 될 열매가 몹시 달콤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달의 여정이 끝나가면서 1만명이 넘는 참가자 중 단 3명의 래퍼만 남았다.

넉살, 행주, 우원재. 물론 '이 세 명이 한국 최고의 래퍼'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3명이 지금 이 순간, 한국 힙합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들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결승전 방송을 보기에 앞서, 이들의 면면을 간단하게 살펴봤다.

 넉살은 깊이있는 가사와 폭발적인 라이브 실력을 갖춘 래퍼다.

넉살은 깊이있는 가사와 폭발적인 라이브 실력을 갖춘 래퍼다. ⓒ 'Nuckle Flow' 뮤직비디오 캡처


[넉살] 가사의 깊이, 라이브의 폭발력 갖춘 '넉언니'

넉살(TEAM 다이나믹 듀오) : 비스메이저(VMC) 소속 래퍼. '어우넉'(어차피 우승은 넉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넉살은 현재 가장 각광받고 있는 참가자다. 2014년, 딥플로우에 의해 비스메이저에 합류한 이후 '작두' 등 활발한 피처링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넉살이 롤모델로 삼은 미국 래퍼 커먼(Common)처럼, 그는 메시지와 스토리텔링에서 강점을 발휘하는 래퍼다. 최근 힙합신의 트렌드가 메시지보다는 스타일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넉살의 존재는 더욱 두드러진다. 그의 노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문학적 표현들은 넉살을 다른 래퍼들과 차별화시킨다.

작년 초 발표된 정규 1집 <작은 것들의 신>은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이다. 일상을 바라보는 넉살의 시선, 그리고 아티스트로서의 신념 등을 엮어 희망으로 귀결 짓는(작은 것들의 신) 구조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1회 힙합어워즈에서 올해의 힙합 앨범상을 수상하는 등, 힙합 팬과 전문가들에게 고른 박수를 받았다.

넉살은 가사에서만 강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인 라이브 실력을 겸비한 래퍼다.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 발음과 하이톤의 목소리가 청중을 압도한다. 넉살은 많은 캐릭터를 보유한 래퍼다. 긴 헤어스타일 때문에 '넉언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비스메이저 식구인 던밀스와 함께 힙합 플레이야 라디오 '황치와 넉치'를 진행하기도 했다. 힙합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유쾌한 달변가다.

'가끔은 궁금해 우리가 원래 향기로웠는지
아니면 저 벌떼가 떠나면 다시 외로워질지'
- '향수' 中

추천곡 : 넉살 – 밥값(Feat. Koonta), One Mic, 팔지 않아
코드쿤스트 – 향수(Feat. 넉살), Organ(Feat. 넉살), 눈 먼 자들의 도시(Feat.넉살)

 행주의 첫 솔로 앨범 < Best Driver >

행주의 첫 솔로 앨범 < Best Driver > ⓒ 아메바컬쳐


[행주] '신의 한 수'가 된 현장 지원, 행주

행주(TEAM 지코 & 딘) : 행주는 힙합 3인조 리듬파워의 멤버다. 인천 토박이 친구들(보이비, 지구인)과 함께 그룹을 결성하고 다이나믹 듀오의 아메바 컬쳐에 입성했으나, 대중적으로 큰 빛을 보지 못했다. 2년 전 <쇼미더머니4>에서 충격의 예선 탈락을 경험하면서 래퍼로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사실 행주는 이번 시즌에 참가할 계획이 없었다. 지구인을 응원하기 위해 행사장에 갔다가, 지구인이 예기치 못 한 실수로 탈락하는 것을 보고 '홧김에' 현장 지원을 하게 됐다. 그 순간의 결정이 '신의 한 수'가 됐다. 행주는 결점이 없는 랩 실력을 선보이면서 3차 미션, 팀 미션 등에 모두 합격했다. 디스 배틀 미션에서도 승리에 기여했다.

행주는 고군분투 이미지였으나 세미파이널 'Red Sun' 공연 후부터 공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 몇 년 간의 삶을 진정성 있게 담아낸 가사, 그리고 폭발적인 무대 매너가 만나면서 행주는 세미파이널의 주인공이 되었다.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는 '행주'라는 이름으로 도배되었고, 조회 수 역시 압도적이었다.

'Red Sun'을 듣고 행주에게 반한 사람들이라면, 2년 전 행주가 발표한 솔로 앨범 < Best Driver >를 추천한다. 행주는 <쇼미4> 탈락 직후 이 앨범을 낼 결심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만큼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각오만큼 탄탄한 랩 실력과 준수한 프로덕션으로 빚어낸 작품이지만, 이센스가 < The Anecdote >를 발표하면서 묻혀버리고 말았다. 발매 당시에는 많이 알려지지 못 했지만, 행주라는 래퍼의 진가를 만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지금이라도 들어보시라!

'그래 계속 추월당해도 긴 터널에 갇혀 정체되어도
내 신발의 밑창이 마모되도록 쳇바퀴 굴러가게 내버려둬'
 -'Best Driver' 中

추천곡 : 행주 – Best Driver, 일방통행(One Way), 거울(The Mirror)
리듬파워 – 방사능, 인천상륙작전, 리듬파워

 '알약 두 봉지'는 우원재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알약 두 봉지'는 우원재를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다. ⓒ Mnet


[우원재] '쇼미의 발견', 우원재

우원재(TEAM 타이거 JK & BIZZY) : 비니를 푹 눌러 쓴 스물두 살 소년 우원재는 이번 시즌 최고의 신예다. 지난 몇 년간, 쇼미더머니에서 두각을 발휘한 래퍼들은 이미 커리어를 보유한 래퍼들이거나, 소속사가 있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우원재에게는 이렇다 할 커리어도, 소속사도 없다. 우원재가 1차 예선에 등장할 때만 해도, 그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우원재의 비니 패션과 가사(알약 두 봉지, 엄마, 인마 등 그가 자주 쓰는 표현들)를 패러디한 CF가 등장할 만큼, 그는 확실한 캐릭터를 구축한 스타다. 프로듀서들의 덕을 보았다기보다는 개인 기량과 캐릭터로 결승전까지 올라 온 경우다.

"가짜와 가짜가 만나면 진짜가 둘이 되는 거지,
각자와 각자가 사는 거면 철학이 뭐가 중요하단 거니,
이 밤과 저 밤이 다르다면 우린 왜 모여 사는 거니"
- '또' 中

우원재는 2차 예선에서 '저는 스웨그 같은 거에는 관심이 없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제 상황을 전달하면 될 것 같아요'라는 음악적 신념을 밝힌 바 있다. 비록 자신의 SNS에 '자신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그의 가사를 지배하는 정서는 분명히 '우울'과 '고통'이다. 그는 고통을 숨기고 터부시하기보다는, 오히려 솔직하게 고백하는 이야기꾼이다. 쇼미 이후, 그의 스토리텔링이 어떤 프로듀서를 만나서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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