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28일 세상을 떠난 싱어송라이터 조동진.

지난 28일 세상을 떠난 싱어송라이터 조동진.ⓒ 푸른곰팡이


갑작스러운 조동진의 부고를 접하고 과거 구매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책장 한구석에 처박아뒀던 '하나음악'의 그 시절 음반들을 다시 꺼내보았다.

그의 동생 조동익(어떤날)과 함께 일군 하나음악은 장필순, 한동준, 박용준, 윤영배, 이규호 등의 창작인들을 통해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면서 정감 어린 음악을 만들어 왔던 명문 레이블이었다. 하지만 가요계의 흐름이 급격히 달라지면서 하나음악은 2000년대 초반 결국 간판을 내렸고 다수의 음악인은 제주도로 낙향했다.

10여 년이 흐른 최근 들어서 새로운 레이블 푸른곰팡이를 통해 다시 예전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진행되었고 컴필레이션 음반 <강의 노래>(2015년), 결과적으론 조동진의 유작이 되고만 <나무가 되어>(2016년) 등의 수작을 내놓고 있다.

한편 과거 1980~1990년대 발표되었던 하나음악 시절의 음반 판권은 타 업체로 넘어간 지 오래인데 다행히 주요 음원 사이트를 통해 대부분 감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 등으로 인해 여전히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몇몇 작품들도 제법 존재한다. 덕분에 이들 음반은 고가의 중고 CD 구매 외엔 합법적으로 감상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필자와 같은 이들이 그 속사정을 알 길은 없지만 가능하다면 많은 음악 팬이 다시 들을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

[하나] <하나 옴니버스 BEST>(1998) '그대 창가에' 수록

 지난 1998년 발매된 <하나 옴니버스 BEST>.  조동익, 장필순 등 하나음악 소속 음악인 외에도 동물원 김창기, 조규찬, 하덕규, 더 클래식 등이 참여한 알찬 컴필레이션 음반이었다

지난 1998년 발매된 <하나 옴니버스 BEST>. 조동익, 장필순 등 하나음악 소속 음악인 외에도 동물원 김창기, 조규찬, 하덕규, 더 클래식 등이 참여한 알찬 컴필레이션 음반이었다ⓒ 김상화


지난 1992~1993년 무렵 총 3장의 시리즈로 <하나 옴니버스>라는 컴필레이션 음반이 연이어 발매된 적이 있었다.

향후 하나음악 소속으로 음반을 발표하는 이들(한동준, 장필순, 토이, 정원영)부터 동진-동익 형제 등이 심사위원으로 관여했던 유재하경연대회 입상자(조규찬, 고찬용, 박인영), 타 회사 소속이지만 음악적 교류를 했던 이들(김현철, 박학기, 김창기, 김광석, 안치환, 더 클래식 등) 등 각기 다른 이유를 지닌 싱어송라이터들의 대표곡-미발표곡-향후 발표 예정곡 등 다채로운 선곡이 <하나 옴니버스>만의 특징이었다.

덕분에 1980년대 동아 기획이 내놓았던 걸작 <우리동네 전시회> 못잖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었다. 하지만 현재 1집과 2집은 음원으로 감상할 수 있지만, 3집 그리고 1998년 발표된 <하나 옴니버스 BEST> 만큼은 예외다.

<하나 옴니버스 BEST>에는 1~3집의 주요곡, 후일 새롭게 발표된 <더 클래식 2집> 수록곡인 '용서해' 등 총 14개의 보석 같은 노래, 연주가 담겼다.

'거리풍경'(고찬용), '무지개'(조규찬), '초생달'(어떤날), '가시나무'(하덕규), '내 마음 속에'(토이) 등은 해당 가수들의 다른 음반을 통해 들을 수 있지만 재즈 기타+색소폰 연주로 재편곡된 장필순의 명곡 '어느새' 같은 일부 곡들은 지금으로선 도저히 들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음반의 대미를 장식하는 조동진의 '그대 창가에'는 원래 1990년 발표된 <조동진 4집>에 수록된 곡이다. 원곡은 어쿠스틱 기타 반주를 중심으로 건반, 베이스, 드럼 등을 하나둘씩 더하는 평이한 편곡으로 꾸며졌다.

반면 이 곡의 '하나 옴니버스 버전'에선 1990년대 초반 조금씩 국내 가요계에도 사용되던 드럼 머신 + 신시사이저를 활용한 "일렉트로닉 포크" 형태로 재해석되었다. 곡의 중반부를 훌륭히 이끌어 나가는 프렛리스 베이스 연주는 당연히 그의 동생 조동익의 몫이다.

[둘] <겨울노래>(1997) '진눈개비', '겨울비', '겨울숲' 등 수록

 지난 1997년 발표된 하나음악의 겨울 소재 음반 <겨울노래>.

지난 1997년 발표된 하나음악의 겨울 소재 음반 <겨울노래>.ⓒ 김상화


먼저 소개한 <하나 옴니버스 BEST>와 달리 대부분의 수록곡이 이 음반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신곡+리메이크곡들이다.

이 음반 이후 소리소문없이 해산한 그룹 낯선사람들을 비롯해서 더 클래식, 안치환, 박인영, 함춘호, 윤영배 등 하나음악 소속 또는 동료 음악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지금도 겨울을 주제로 수많은 창작곡이 제작되고 있지만, 이 작품만큼 큰 욕심 없이 소박하게 만들었음에도 겨울 특유의 정서를 잘 드러내는 음반은 찾아보기 어렵다.

동생 조동익과 본작의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조동진의 작품이 무려 3곡(신곡 및 리메이크)이나 수록될 만큼 이 음반에서 그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참고로 눈 덮인 설원 풍경을 담은 표지 사진 역시 그의 작품이다.

안치환이 새롭게 부른 '진눈개비'(1980년 조동진 2집 수록곡)는 일렉트릭 기타+프로그래밍 연주가 덧붙여지면서 그 무렵 유행하던 얼터너티브 록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독특한 재해석이 돋보였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인상적인 권혁진의 '겨울비'(1979년 조동진 1집 수록곡) 역시 '진눈개비'의 연장선에 놓인 편곡으로 담긴 작품이다. 함춘호의 투박한 일렉기타 리듬 연주, 성당에서 들을 법한 고풍스러운 오르간 소리로 예스러운 정취를 더했다.

당시로선 조동진의 오랜만의 신곡이던 '겨울숲'은 특유의 서정성이 녹아있는 발라드곡이다. 피아노+키보드와 프렛리스 베이스라는 단출한 악기 연주 속에 그의 담백한 목소리는 영롱한 빛으로 남는다.

조동진의 곡과 별개로 명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기타 연주곡 '상욱이의 크리스마스'는 필자가 무척 애청하는 본작의 수록곡 중 하나다. 제목에도 사용된 그의 아들 상욱이 직접 연주한 리코더 협연을 해준 곡이다. 크리스마스 캐럴 '실버벨', '첫 발자욱', 'I Love You Sentimental Reason' 등의 팝 고전 등을 중간에 삽입한 독특한 편곡도 돋보였다.

[셋] 장필순 < Best Collection >(1993) '제비꽃' 수록

 장필순이 1993년 하나음악 이적 후 처음 발표한 음반 < Best Collection >.

장필순이 1993년 하나음악 이적 후 처음 발표한 음반 < Best Collection >.ⓒ 김상화


1980년대 여성 듀엣 소리 둘로 데뷔한 장필순은 하나음악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여성 음악인 중 한 명이다. 솔로 활동을 시작했던 동아 기획(1989~1990년)을 거쳐 잠시 3집 단 한 장만 발표했던 서울 음반 시절(1992년)을 뒤로하고 첫 번째 베스트 음반 < Best Collection >부터 그녀는 3집 편곡을 도맡았던 조동익이 이끄는 하나음악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1~3집의 주요 트랙을 새로운 편곡으로 재녹음한 버전들이어서 '어느새', '외로운 사랑' 등 기존 히트곡들에 익숙했던 대중들에겐 한편으론 낯선 감흥을 선사했기에 발표 당시엔 거의 외면받다시피 했었다. 하지만 이후 입소문으로 재평가받으면서 수년 뒤 재발매 될 만큼 지각 인기를 얻었다.

'제비꽃' (1985년 조동진 3집 수록)은 어쿠스틱 기타 하나만으로 녹음했던 장필순 3집 버전에 비해 한 키(KEY) 높였고 3대 이상의 기타(장필순-권혁진-배훈 연주)를 활용해서 녹음한 게 다소 다르다.

이밖에 <하나 옴니버스 1집>을 통해 첫선을 보였던 '그대가 울고 웃고 사랑하는 사이'가 1년 만에 정식으로 수록되었고 명곡 '어느새'는 낯선 사람들의 코러스 + 손진태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가 추가된 제3의 편곡으로 또다시 재녹음되었다. (이 버전 역시 타 음반에는 미수록이어서 합법 음원으론 감상이 불가능하다.  1995년 발매된 솔로 4집 전곡 역시 마찬가지)

한편 이 음반에 참여한 연주인 중 가장 막내였던 유희열(건반)은 이듬해 토이의 첫 음반을 역시 하나음악을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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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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