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KBS가 새롭게 준비중인 '아이돌 리부팅 프로그램' <더 유닛> 포스터.

KBS가 새롭게 준비중인 '아이돌 리부팅 프로그램' <더 유닛> 포스터.ⓒ KBS


"전·현직 아이돌 전체를 대상으로 그들의 가치와 잠재력을 재조명함으로써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닛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자 한다." - <더 유닛> 프로그램 소개 문구 중에서

10월부터 방영될 예정인 KBS의 <아이돌 리부팅 프로그램 더 유닛>(아래 <더 유닛>)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몇몇 매체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달샤벳 수빈을 비롯해서 전 티아라 출신 아름, 그 외 임팩트, 빅스타, 브레이브 걸스 등 크게 인기를 얻진 못했지만 최소한의 이름 정도는 알려진 그룹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더 유닛>의 제작 소식이 알려졌을 때 가요계는 물론 시청자들은 과연 이 프로그램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봐도 최근 인기리에 진행된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성공을 벤치마킹 (혹은 '카피')한 게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프로듀스 101>은 지난해 아이오아이를 시작으로 올해 워너원이 탄생했고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당초 팀 존립 위기에 몰렸던 뉴이스트는 기사회생, 새로운 꽃길을 만들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와 유사한 기획이 각 방송사 및 외주 제작자 측에서 우후죽순처럼 준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 외에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진행되는 <더 유닛>.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K팝스타 > 외 모두 실패한 공중파 오디션

 올해 종영한 < K팝스타 시즌6 > '더 라스트 찬스'의 우승자 보이프렌드. < K팝스타 >를 제외하곤 <슈퍼스타K>를 본 떠 만들었던 공중파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부분 실패를 맛봤다.

올해 종영한 < K팝스타 시즌6 > '더 라스트 찬스'의 우승자 보이프렌드. < K팝스타 >를 제외하곤 <슈퍼스타K>를 본 떠 만들었던 공중파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부분 실패를 맛봤다.ⓒ SBS


수년 전에도 이런 식의 흐름은 있었다. 엠넷 <슈퍼스타K>를 본떴던 MBC <위대한 탄생>, SBS < K팝스타 >와 신인 연기자 발굴 목적의 <기적의 오디션>, KBS <탑밴드> 등이 연이어 등장했지만 결국 살아남은 건 <K팝스타> 하나뿐이었고, 그나마도 얼마 전 "박수칠 때 떠난다"를 택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대명사 엠넷도 <프로듀스 101>과 달리 <소년24>는 참담한 실패를 겪었고 최근 진행 중인 <아이돌학교> 역시 낮은 화제성+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돌 활용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한 KBS가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각종 아이돌 관련 프로그램 제작 경험이 쌓인 전문 음악 채널마저도 유사한 기획에선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독자적인 색깔 없이 따라 하기식 발상만으로 공중파 방송이 잘 만들어 낼지 의구심이 드는 건 결코 이상한 게 아니다.

가뜩이나 최근 들어 신규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몰이에 실패, 오래 버티지 못하고 종영되는 KBS임을 감안하면 말이다.

연예기획사가 할 일을 왜 국가 공영 방송국이?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배출한 워너원.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면서 각 방송사들을 이와 유사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 시즌2가 배출한 워너원. 데뷔와 동시에 엄청난 인기몰이를 하면서 각 방송사들을 이와 유사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YMC엔터테인먼트


지난 9일 한국매니지먼트연합과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한국연예제작자협회로 구성된 <음악제작사연합>은 지난 성명서를 내고 "대기업 및 방송 미디어의 음악 산업 수직계열화 공고화, 방송 미디어 간의 경쟁으로 인한 변칙 매니지먼트, 중소 기획사들은 단순 에이전시로 전락할 위기" 등을 지적하며 각종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범람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그만큼 현재 가요계 시장은 혼탁, 위기 상황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워너원만 하더라도 <프로그램 101> 프로그램 제작사인 엠넷, 매니지먼트 업체, 각 멤버, 개별 소속사가 각각 25%씩의 수입을 분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유닛> 역시 비슷한 방식을 선택한다면 KBS는 제법 짭짤한 수익(유닛 그룹 활동, 음원, 기타 수입)을 확보할 공산이 커진다. 게다가 프로그램 방영 및 제작 과정에서 이뤄지는 각종 업체 협찬 및 PPL 광고 등까지 감안하면 제대로 성공만 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문제는 KBS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아이돌그룹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매출을 우선시해야 하는 상업 케이블 채널인 엠넷과 달리 KBS는 이와는 전혀 다른, 국가 공영 방송이 아니던가?

굳이 직접 나서 가수(그룹)를 만들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이건 연예기획사들의 몫이지 방송사의 영역이 아니다. 국민이 낸 시청료가 투입되는 방송사가 이런 식의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건 결국 "수익(돈)에 눈이 먼 기획"이라는 비판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KBS가 항상 내세우는 수신료의 가치는 어디로 간 것일까?

1940~1960년대만 하더라도 각 방송사가 직접 가수를 선발, 활용하는 이른바 "전속 가수"라는 것이 존재했었다. 요즘의 움직임을 보면 마치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운영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올해 음악 방송 1위 그룹 출연? 프로그램 취지에 부합하나

지난 23일엔 어느 아이돌 그룹의 <더 유닛> 출연 기사가 등장하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그룹은 불과 몇 달 전 KBS의 대표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에서 깜짝 1위를 차지했던 팀이기 때문이다.

곧이어 "확정된 것 없다"라는 해명 보도가 나오긴 했지만, 관련 기사 댓글 등에선 "아이돌 재기 오디션에 왜 1위 가수가 나오냐?"라는 시청자들의 냉담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출연자 기준만 놓고 보면 딱히 결격 사유는 없어 보인다. "데뷔 경험만 있다면 누구나"로 공식 홈페이지에 적혀 있음을 감안하면 인지도 있는 가수건 아니건 상관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1위 가수가 출연하는 게 과연 취지에 부합하는 것일까? 1위를 해도 여전히 보여주지 못한 잠재력이 있다는 건가. 만약 당해년도 뮤직뱅크 1위 가수도 <더 유닛>에 등장한다면 이건 오히려 방송국, 소속사 스스로 "음악 방송 1위"가 무의미함을 자인하는 게 아닐까.

정말 이렇게 진행된다면 이건 <더 유닛> 이전에 <뮤직뱅크>의 권위를 스스로 갉아먹는 꼴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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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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