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의 3번째 이야기 <혹성탈출: 종의 전쟁>이 지난 광복절에 개봉하여 현재까지 150만 관객을 동원 중이다. 오늘은 이 영화의 시작점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다뤄보고자 한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1968년 시작되어 총 5편을 내놓았던 <혹성탈출> 오리지널 시리즈의 프리퀄이자 리부트로 제작되었다. 영화는 93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2011년에 개봉했다.

개봉 당시 북미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에 오르며 총 1억7676만 달러의 극장수입을 올렸으며 전 세계 흥행성적은 4억8180만 달러였다. 국내에서도 2011년 8월에 개봉하여 27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었다.

감독은 미드 <턴> 시즌1의 연출을 맡았던 루퍼트 와이어트다. 주인공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킹콩>에서 놀라운 모션캡쳐 연기를 선보였던 앤디 서키스가 시저를 맡아 다시 한번 모션캡쳐연기의 정수를 선보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2012년 제38회 새턴 어워즈에서 최우수 SF 영화상과 최우수 남우조연상(주인공인데?)을 수상했다.

실험의 의도치 않은 결과

제약회사에 다니는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 찰스(존 리스고)를 치료하고자 인간의 손상된 뇌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신약 ALZ-112를 개발한다. 이 약의 전임상시험(동물을 대상으로 한 약효실험)대상으로 유인원들이 이용되었다. '윌'은 그중 한 침팬지에게서 태어난 새끼 침팬지 '시저(앤디 서키스)'를 데려가 자신의 집에서 키우게 된다. 8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윌과 시저는 가족처럼 지내게 된다.

또한, 윌의 연인 영장류 박사(프리다 핀토)와도 잘 좋은 추억을 만들며 시간을 보낸다. 한편 윌의 연구 속에 시간이 지날수록 '시저'의 지능은 점점 인간에 범접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저는 이웃집 남자와 시비가 붙어 공격받은 찰스를 보호하던 과정에서 인간을 공격하고, 결국 유인원들을 보호소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자신이 인간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서서히 자각하고 인간이 유인원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인지한 '시저'는 다른 유인원들과 함께 생존을 걸고 탈출을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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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최고의 프리퀄이라는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 호평을 끌어낸 첫 번째는 탄탄한 스토리에 있다. 치매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신약이 인간에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되었던 반면 유인원들에겐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안겨주었다. 이 설정은 제법 설득력을 안기며 오리지널 <혹성탈출>에서 어떻게 유인원들이 인간이 지배하게 되었는지의 대한 단초을 제시했다.

내러티브에 충실한 스토리를 돋보이게 완성한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연출도 매우 훌륭하다. 영화는 대사가 상당히 적은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유인원들이 많이 나온다는 점을 감안해도 적은 편이다) 조명과 음악 그리고 미장센을 통해 뛰어난 시각적 전달력은 선보인다. 특히나 대조적 상황을 통한 장면연출이 인상 깊다. 치매치료제 투여로 일시적인 효과를 보았지만, 결국 찰스는 알츠하이머를 이기지 못하고 계속 퇴화한다. 반면 찰스와 다르게 유인원 시저는 약효를 보며 끊임없이 진화해 나간다. 이런 찰스와 시저를 같은 공간과 대조적 상황에 넣어 극의 방향을 분명하게 암시하고 있다.

시저가 지내는 윌의 집 내부는 안락하면서도 어두운 톤으로 그려지는데 이는 집이라는 공간도 인간 통제하에선 자유를 억압받는 공간임을 상징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창을 통해 보이는 바깥세상은 생기있고 따스한 느낌을 풍기며 갈망의 대상으로 그려낸다.

날카로운 메시지 그리고 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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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서키스를 비롯한 모션캡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아바타>와 <킹콩>에서 그 실력을 만천하에 알렸던 웨타사가 창조한 디지털 유인원의 생생한 리얼리티는 놀라움을 안긴다. 그리고 금문교에서 인간과 유인원이 격돌하는 초대형 전투 시퀀스는 단연 시선을 장악하며 블록버스터의 면모를 선보인다.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탄탄한 이야기와 특수효과로 무장한 볼거리뿐 아니라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도 크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와 인간의 오만함으로 만들어진 과학기술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고하고 동물 학대문제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바로 1968년 작의 오마주를 발견하는 것이다. 영화에서 윌이 발명한 신약 ALZ-112의 이름은 1편의 상영시간인 112분에 따왔다. 그리고 유인원수용소에 갇힌 시저가 호스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은 1편에서 찰튼 헤스톤이 감옥에 갇혀 유인원들에게 물을 맞았던 장면을 반대로 오마주한것이다. 또한 실험대상 침팬지가 과자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 장면은 1편에서 언어능력을 상실한 인류가 유인원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하는 장면을 헌정한 것이다. 이렇게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은 1968년 작 <혹성탈출>을 오마주하는 동시에 정반대 상황으로 그려 넣으며 이 영화가 기존 시리즈를 계승하는 동시에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내비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와 포스트(http://post.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혹성탈출 진화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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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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