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윤종신이 웹 예능 `눈덩이 프로젝트`에서 YG에게 던진 엄포(?)는 정말 현실이 되었다. 위너, 태양 등을 제치고 그의 노래가 1위를 차지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방송 화면 캡쳐)

윤종신이 웹 예능 `눈덩이 프로젝트`에서 YG에게 던진 엄포(?)는 정말 현실이 되었다. 위너, 태양 등을 제치고 그의 노래가 1위를 차지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방송 화면 캡쳐)ⓒ SM,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갑작스러운 싱글 '좋니'의 인기로 재평가받고 있는 윤종신은 잘 알려진 대로 1990년대 우리나라 발라드 계의 나름 한 획을 그었던 음악인 중 한 명이었다. 

비록 김현식(1991), 신승훈(1991~), 조성모(1998~)처럼 시대를 뒤흔들 만큼의 초대형 인기를 얻은 건 아니었지만 꾸준함의 대명사로서 일찌감치 '믿고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인, 항상 기대감을 충족시켜준 가수였다.

1990년 그룹 015B의 객원 보컬리스트로 데뷔 (그들의 1집 수록곡 '텅 빈 거리에서'), 1991년 솔로 1집 <처음 만날 때처럼>으로 시작된 그의 음악 인생도 어느덧 30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때마침 그의 대표곡 중 하나인 '환생'이 레드벨벳의 리메이크로 재해석되면서 그 시절 윤종신의 작품을 기억하는 올드팬들의 감성을 또 한 번 자극해주고 있다.



초창기만 하더라도 정석원(작곡/편곡), 박주연(작사)의 비중이 컸지만 조금씩 자신의 자작곡 (작사 또는 공동 작곡) 비중을 늘려가면서 4집 <공존(共存)>(1995년)부터는 윤종신 본인을 중심으로 주도적인 위치에서 음반 작업을 이뤄 나갔다. ('부디', '내사랑 못난이' 등이 큰 인기)

이듬해 4월, 근 1년 만에 나온 음반이자 그의 입대 직전 마지막 정규작 5집 <우(愚)>는 윤종신 특유의 '지질한' 감성 + 훌륭한 조력자들의 존재감으로 일궈낸 보석 같은 작품이었다. ( 같은 해 나온 <6년>이라는 음반 한 장 더 있긴 하나 사실상 컴필레이션 성격이다. 신곡+기존 인기곡 재녹음 수록)

결론부터 말하자면 5집 < 우 >는 윤종신 스스로 자랑스러워해도 좋을 만한, 그럴 가치가 있는 음반이다.

바보 같은 남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



우리 가요 음반에서 사랑 노래는 가장 주된 주제 중 하나다. <우>는  가장 뻔할 수 있는 소재를 놓고 하나의 줄거리, 흐름을 갖고 처음부터 마지막 곡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바보 같은 남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 '콘셉트 앨범'이라는 특이한 구성으로 만들어졌다.

1989년 대학교 2학년 여름 방학 때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주인공(수록곡 '여자친구')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의지'), 즐거운 연애 생활을 이어가지만 ('Club에서') 그녀의 어머니 반대로 결국 이별을 하게 된다. ('너의 어머니')  - Sweet Days

그 이후 술에서 덜 깬 아침 그녀의 생각에 힘겨워하며('아침') 그로 부터 1년 후 예전 추억을 되돌아보며 마음 아파한다 ('일년', '오늘') 그리고 이 남자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 결혼을 하면서 그 시절과는 작별을 고하게 된다. ('바보의 결혼') - Hopeless Days


발표 당시 가장 보편적인 음악 감상 수단인 카세트테이프의 구조에 맞춰 앞면과 뒷면을 시간+감성의 흐름에 따라 'Sweet Days', 'Hopeless Days'라는 2개의 문단으로 나눈 건 CD나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선 감히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워크맨, 카세트 라디오 등에는 '오토리버스'라는 수단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A면을 들은 후 잠깐의 휴식기에 이어지는 B면의 전개를 통해 감정, 시간의 흐름을 추슬러 간 건 상당히 계산된 의도로 짐작된다. 

혹자는 이를 두고 B면 마지막과 A면 처음은 오토리버스 재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결국 즐거웠던 추억의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즉 '환생')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조규찬의 신들린 두왑(Doo-Wap) 스타일의 코러스로 시작되는 1950-60년대식 올드팝 '환생'은 그런 의미에서 예상외의 시도였고 참신한 기획 의도에 걸맞게 큰 성공을 거뒀다. 1970년대 인기 록그룹 E.L.O의 형식을 벤치마킹한 듯한 '여자친구', 각각 015B와 유로 하우스 댄스 음악을 표방한 '의지', 'Club에서'로 연결되는 경쾌함은 사랑에 빠진 철부지 남성의 감성을 잘 드러낸다.

이후 토이 음반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팝 발라드 형식 '너의 어머니'(유희열 단독 작곡)로 이별의 쓰라린 아픔을 표현하고 속칭 '지질 3연타'로 일부 윤종신 팬들이 언급하는 '아침', '일 년', '오늘'로 이어지는 후반부는 <우>의 백미로 불러도 좋을 만큼 애잔한 감성을 극단적으로 몰고 나간다.

사랑을 얻기 위해 무작정 그녀 집 근처에서 배회한다든지, 이미 끝난 사랑에 연연하면서 혼자 마음 아파하는, 때론 그녀가 새로운 사랑에 실패하길 바라는 이른바 '지질한' 감성은 이후로도 윤종신 가사의 중요 지분을 차지한다. 

이게 과하면 자칫 본래 의도했던 음악의 존재감을 희석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적절한 선을 지키는 미덕도 잊지 않았다.  최근 화제의 곡이 된  '좋니'를 비롯해서 '상념'(월간 윤종신 2014년 2월호), 'Wi-Fi' (월간 윤종신 2017년 2월호) 등은 장르는 다르지만 일관성 있는 특유의 가사를 곡에 녹여 낸 좋은 예이다.

'1대 음악노예' 유희열, 조규찬, MGR 등 동료들의 공헌

 자칭 "안테나의 강다니엘, 메인보컬"(?)이라고 뻔뻔하게 주장하는 토이 유희열.  윤종신의 이른바 1대 음악노예면서 그의 찌질한 감성에 잘 어울렸던 조력자였다. (네이버 V라이브 화면 캡쳐)

자칭 "안테나의 강다니엘, 메인보컬"(?)이라고 뻔뻔하게 주장하는 토이 유희열. 윤종신의 이른바 1대 음악노예면서 그의 찌질한 감성에 잘 어울렸던 조력자였다. (네이버 V라이브 화면 캡쳐)ⓒ 네이버


한편 5집 음반의 가장 큰 지분을 공동 소유한 유희열(작곡/편곡/피아노 연주)의 역량도 주목할 만 하다.

이른바 '제1대 음악 노예'(?)가 되었던 유희열 역시 윤종신 못잖은 '지질 발라드'의 명인이었던 터라 기획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빼어난 멜로디를 만들어 냈다. 당시 한 달 먼저 발매된 토이 2집 수록곡들만 보더라도 윤종신 못잖은 궁상떠는 남자의 감성이 녹아 있었다. 

신기에 가까운 팔색조 매력의 코러스를 담당해준 조규찬, 역시 2곡에서 공동작곡/편곡자로 참여했던 윤종신의 고교 동창 박용찬(015B의 객원 보컬 김태우가 몸담았던 그룹 뮤턴트의 기타리스트였고 후일 'MGR'이라는 이름의 작곡/프로듀서로 활약하면서 2000년대 이수영의 성공에 일조), 기타리스트 함춘호-이병우, 지누 등 또한 주요 수록곡들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해낸다.

본작의 성공 이후 윤종신은 잘 알려진 대로 늦은 군 복무로 인해 3년 가까운 공백기를 맞게 된다. 군 시절 만난 하림을 '제2대 음악 노예'로 맞이하면서 만든 1999년 7집 < 후반(後半) >, 2000년 8집 < 헤어진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는 1990년대 전성기 시절만큼의 인기와는 거리가 멀었고 계약 문제로 야기된 법적 분쟁이 겹치면서 제대로 대중들에게 음반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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