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작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꿈의 제인> 포스터 및 이미지.

두 명의 주인공, 두 개의 이야기, 두 가지 색깔. ⓒ (주)엣나인필름


"인생은 시시해. 처음부터 끝까지 불행이 이어질 거야. 그러니까 우리 모두 손 잡고 함께 불행해지자.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시시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자. 그러면 조금은 더 나을 거야."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서 제목 그대로 꿈처럼 몽롱한 영화. 그러나 오프닝 시퀀스에서 이미 알려주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거짓말이에요. 제가 처음 배운 말도 거짓말이었어요. 저는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거예요'라고 말한다. 크게 두 개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영화는 안타깝게도 첫 번째 이야기가 거짓말, '꿈'일 것이다.

두 개의 이야기는 분명 비극으로 끝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색이 엄연히 다르다. 제인이 존재했을 때의 첫 번째 이야기는 따뜻한 색이지만, 제인이 없는 두 번째 이야기는 냉혹한 현실처럼 차갑기 그지없는 색이다. 제인의 존재 여부로 색의 대비가 명확해진다. 제인은 수현의 바람과 꿈의 응집체다. 그녀의 꿈을 꿈으로써 구축한 세계. 첫 번째 이야기는 수현의 '뉴월드'다.

제인이 없는 세계인 두 번째 이야기를 주목해 본다. 수현은 누군가로부터 계속 버림받는다. 가출청소년들의 모임인 '팸'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잘 적응하지도 못한다. 그러다 문득 나타난 매력적인 지수(이주영)를 만난다. 지수는 소현과 정반대의 성격이다. 당차고, 동생을 위하고, 타인을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런 지수가 위험에 처할 때, 소현은 결국 구하지 못한다. 꿈을 가지며 악착같이 살아왔던 지수는 결국 꿈을 펼치지 못하고 추락한다. 그리고 소현은 자신을 버리지 않을 유일한 존재를 상실한다.

 영화 <꿈의 제인> 포스터 및 이미지.

어쩌면 소현이 바랐던 성격을 가졌던 존재였을 지수와 함께. ⓒ (주)엣나인필름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들과 함께 있고자 하는 소현.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소현이라는 존재 자체를 '거짓'으로 대하며 그녀를 멀리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울부짖는 소현. 자신이 마음 둘 사람과 장소를 찾기 위해 달리지만, 소현은 자신의 '뉴월드'를 찾지 못했다. 소현은 결국 그녀가 버림받았던 그 모텔로 돌아갔다. 분명 그녀는 목숨을 끊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반됐던 두 이야기 뒤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전에 소현이 속했던 팸의 리더 '아빠'를 돌이켜 본다. '아빠'는 여자아이들을 술집에 출근시켜 돈을 벌게 하고,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행동을 허락하지 않으며, 어떻게든 팸을 굴복시키려고 했던 리더다. 사실은 그도 현실의 피해자였지만 말이다.

트렌스젠더인 '제인'은 '엄마'라고 불린다. '아빠'와는 다르게 그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다. '어차피 나이 먹으면 죽을 때까지 일할 건데 뭐하러 벌써 일하냐'는 퉁명스럽지만 자상하게 말한다.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어른으로서의 포용력을 가진, '꿈'같은 존재. 아래에 달린 쏘 스페셜한 것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거짓된 존재라고 인식되지만, 영화에서 가장 진실된 사람이다.

결국, 세 번째 이야기는 현실의 차가운 색으로 덮인 비극의 도화지 위에 '꿈'의 제인을 한 방울 떨어트려 작은 해답과 희망을 말하는 것이다.

영화는 밝지 않다. 오히려 냉혹한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본다. 어차피 우리는 불행하다고 말하는 제인처럼, 현실은 불행의 연속에서 가끔 나타나는 행복을 품으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니까. 

영화는 영화의 후반부, 제인은 소현의 손을 잡고는 팔등에 'UNHAPPY'라고 쓰인 도장을 찍어준다. 트렌스젠더였기에 세상에서 가장 소외받았던 존재였던 제인은 이제 타인에게 먼저 손을 뻗기로 했을 테다. 자신의 'unhappy'한 '뉴월드'에 초대하면서 우리는 함께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자고 말했다.

소현은 말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같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제인이 그 방법을 가르쳐줬다. 어차피 우리의 삶은 불행할 테지만, 혼자 살아 무엇 하겠느냐고. 이왕이면 다 같이 사는 게 좋다고. 그러니 먼저 손잡고 함께 하자고 말이다.

다시 오프닝 시퀀스의 대사를 곱씹어본다.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거짓말쟁이예요. 제가 처음 배운 말도 거짓말이었어요. 저는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거에요."

그래, 처음 했던 말은 거짓말이다. 그러니 영원히 사랑받지 못할 거란 처음의 그 말은 분명 거짓일 것이다. 수현은, 아니 우리는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살아간다면, 이 엄혹한 세상에서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오래오래 불행하게 살기를. 서로를 사랑하면서.

 영화 <꿈의 제인> 포스터 및 이미지.

영화 <꿈의 제인>, 결국 사랑이다. ⓒ (주)엣나인필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건의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꿈의제인 에리얼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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