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2군에 내려가 있지만 올 시즌 KIA 타이거즈 마운드 최고의 신데렐라는 단연 잠수함 선발투수 임기영이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막 군복무를 마친 흔한 유망주에 불과하던 임기영은 올 시즌 KIA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해 두 번의 완봉승을 포함해 7승을 올리며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펼쳤다.

임기영의 대활약 뒤에는 윤석민과 김진우라는 두 베테랑 투수들의 부상이 있었다. 윤석민은 작년 12월 어깨에 웃자란 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며 일찌감치 전반기 아웃이 결정됐고 유력한 4,5선발 후보였던 김진우 역시 시범경기에서 옆구리 염좌 부상을 당하며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 때 KIA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두 선수가 정상적으로 시즌을 준비했다면 임기영에게 기회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동료의 부상이나 부진을 기원하는 상황이 오면 안되겠지만 때론 같은 보직을 놓고 경쟁하는 동료의 부상이나 부진이 다른 선수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의 부상과 마에다 켄타의 부진으로 포스트시즌 선발 진입 가능성을 높힌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의 경우처럼 말이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류현진, '신무기' 커터 장착 후 성적 상승

 2017년 류현진의 전반기는 커터 장착 전과 후로 나뉜다.

2017년 류현진의 전반기는 커터 장착 전과 후로 나뉜다. ⓒ MLB.com


지난 2년 동안 어깨 부상으로 한 경기 등판에 그쳤던 류현진이 올 시즌 빅리그에 복귀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야구팬들은 큰 기대에 부풀었다. 실제로 류현진은 올해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 4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4이닝 4실점(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며 알렉스 우드, 훌리오 유리아스 등을 제치고 다저스의 5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팬들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던 좌완 선발투수로 활약하던 2013,2014년의 재림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생각했던 만큼 구속이 나오지 않았던 데다가 제대로 된 득점 지원조차 받지 못한 류현진은 시즌 개막 후 첫 6경기에서 1승5패4.99로 실망스런 성적을 이어갔다. 다저스 선발진이 포화상태에 있던 5월 말에는 잠시 불펜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류현진이 부상 복귀 후 적응에 애를 먹는 사이 다저스 선발진은 클레이튼 커쇼, 브랜든 맥카시, 마에다 켄타, 리치 힐, 우드로 이어지는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했다. 특히 시범경기에서 류현진에게 밀려 롱링리프로 시즌을 시작했던 좌완 우드는 4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선발진에 합류해 11연승을 달리는 기염을 토했다. 선발진에 좌완 투수가 워낙 많아 맥카시와 마에다는 우완이라는 자체로 그 가치가 높았다.

하지만 류현진도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던 기간 동안 마냥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댄 것은 아니었다. 상대 타자들에게 간파 당한 체인지업의 비중을 줄이고 커브의 빈도를 늘린 류현진은 속구와 비슷한 속도로 날아오다 공 끝이 살짝 변하는 커터를 새로 장착하며 구종의 다양성을 꾀했다. 부상을 당하기 전만큼 구속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며 타자를 상대하겠다는 의도였다.

류현진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비록 6월 29일 LA 에인절스전에서 타구에 맞으면서 전반기를 일찍 마감했지만 류현진은 전반기 마지막 세 경기에서 15.2이닝 18탈삼진6실점(평균자책점 3.45)으로 호투하면서 후반기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다만 지독히도 불운했던 승운과 다소 많은 이닝 당 투구 수, 그리고 야속한 득점 지원 때문에 전반기 내내 3승에 그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일본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코리안 몬스터'에게 미칠 영향은?

 11승 투수 마에다는 최근 2경기에서 8점을 내주며 흔들리고 있다.

11승 투수 마에다는 최근 2경기에서 8점을 내주며 흔들리고 있다. ⓒ MLB.com



애초에 부상자 명단에 들어갈 정도로 큰 부상이 아니었던 류현진은 후반기 들어 작정한 듯 무서운 질주를 시작했다. 여전히 승운은 따라주지 않고 있지만 후반기 시작 후 5경기에 등판해 29이닝 5실점(평균자책점 1.55)을 기록하며 부상 후유증을 완벽히 털어낸 뛰어난 구위를 과시하고 있다. 비록 류현진에게 승리를 챙겨주진 못했지만 다저스 또한 후반기 류현진이 등판한 5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다저스 구단은 류현진이 이렇게 극적으로 부활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다. 다저스는 지난 7월 31일 트레이드를 통해 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스 다르빗슈를 영입했다. 빅리그 경력이나 연봉, 그리고 구위 면에서 류현진보다 한 수 앞선 상대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다저스가 그토록 애가 타게 찾아 헤매던 우완 강속구 투수. 여기에 마에다마저 후반기 시작 후 5경기에서 4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다르빗슈의 합류와 마에타의 호투로 포스트시즌은커녕 잔여 시즌 선발 잔류도 불투명해 보였지만 류현진은 연이은 호투로 자신의 입지를 넓혀 나갔다. 그리고 굳건하던 다저스 선발진에도 드디어 변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저스 이적 후 3경기에서 2승2.50을 기록했던 다르빗슈가 경미한 등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데 이어 마에다마저 최근 2경기 연속 4실점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마에다는 3.69였던 시즌 평균자책점이 최근 2경기를 통해 3.88까지 올라가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후반기 들어 4.21이었던 평균자책점을 3.45까지 낮춘 류현진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만약 류현진이 9월 2일 복귀가 유력한 커쇼가 돌아올 때까지 마에다에게 우위를 점한다면 9월에도 계속 로테이션을 지키며 포스트시즌 선발진 합류를 위한 '마지막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2013년과 2014년에 걸쳐 두 번의 가을야구에서 세 번의 선발 등판 경험이 있는 류현진은 통산 1승 2.81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다저스가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부분도 류현진에게는 커다란 호재다. 다르빗슈의 부상과 마에다의 부진이라는 뜻밖의 변수를 만난 류현진이 이 기회를 살려 다저스의 가을야구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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