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이 다시 한 번 상위권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서울은 지난 12일,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에서 승리를 따내면서, 3경기 연속 무패행진(2승 1무)의 상승세를 보였다. 19일 홈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 울산 현대와 경기까지 잡아냈다면 2위 울산을 1경기(승점 3점) 차로 따라붙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서울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초반 분위기를 잡았고, 친정팀을 상대로 최상의 컨디션을 보인 코바를 앞세워 수차례 기회를 만들었으나 살리지 못했다.

전반 15분, 데얀의 크로스를 울산 중앙 수비수 사이를 뚫고 들어온 이상호가 슈팅까지 연결했으나 김용대 골키퍼를 넘어서지 못했다. 전반 17분에는 좌측면에서 볼을 잡은 코바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윤일록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골문을 벗어났다.

전반 20분, 기회를 살리지 못한 서울은 선제골을 내줬다. 황현수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은 수보티치가 빠른 역습을 전개했고, 김승준의 슈팅이 양한빈 골키퍼에게 걸린 것을 한상운이 잡아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서울의 압도적인 분위기에서 스스로 찬물을 끼얹은, 아쉬운 실점이었다.

서울은 전반 21분,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수보티치와 볼 경합을 벌인 김원균이 넘어지며 위기를 맞았지만, 황현수의 재빠른 커버가 추가 실점을 막았다.

서울은 전열을 가다듬으며, 공격에 나섰다. 전반 23분, 윤일록의 발재간이 울산의 우측면을 흔들었고, 날카로운 크로스에 이은 데얀의 헤더가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27분에는 이상호의 짧고 간결한 크로스가 코바의 헤더로 이어졌으나 김용대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고, 데얀의 재차 슈팅도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서울은 전반 32분, 울산의 골문을 열었다. 코바가 왼쪽 측면에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볼은 울산 수비를 지나쳐 골문 앞에 있던 윤일록에게 향했다. 윤일록은 가슴 트래핑에 이은 강한 슈팅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자신의 올 시즌 4호골이자 프로통산 30골-30도움 달성에 성공한 기분 좋은 득점이었다.

서울은 동점골로 기세를 올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 이상의 득점은 터지지 않았다. 후반전의 서울은 전반전과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울산이 라인을 끌어올리며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분위기를 빼앗겼다.  

후반 10분, 이명재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수비벽을 넘어 골문 상단 구석으로 향했지만, 양한빈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가 살렸다. 후반 20분에는 수보티치 대신 교체 투입된 이종호의 패스가 김승준의 슈팅으로 이어지며, 서울은 흔들렸다. 후반 30분에도 박용우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양한빈이 쳐내지 않았더라면, 역전골을 내줄 뻔했다. 2분 뒤, 서울 벤치는 김창수의 크로스가 골문 앞에 있던 이종호의 헤더로 이어지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후반전은 양한빈 골키퍼의 '원맨쇼'였다. 서울은 후반 33분, 이상호의 크로스와 코바의 패스가 만들어낸 데얀의 슈팅이 김용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힌 것을 빼면,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중원 싸움에서 완전히 밀리며 울산 진영으로 나아가는 데 애를 먹었고, 코바를 제외한 공격진의 움직임도 날카롭지 못했다.

나아가지 못하는 FC 서울, 황선홍 감독에 대한 아쉬움

황선홍 감독의 선택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서울은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카드 한 장을 사용했다.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김원균을 빼고, 곽태휘를 투입해 안정감을 더했다. 김원균이 수보티치와 볼 경합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고, 김승준과 오르샤에게도 쉽게 흔들렸단 점을 돌아보면,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서울의 후반전은 초반부터 답답했다. 중원에 위치한 고요한과 이상호는 그라운드를 쉼 없이 누비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세밀함이 부족했다.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고, 패스를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들어낼 능력이 떨어졌다.

중원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 황선홍 감독은 후반 35분에서야 두 번째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유독 몸이 무거웠던 데얀, 동점골을 뽑아낸 윤일록보다 훨씬 훌륭한 경기력을 뽐낸 코바를 빼고, 주세종을 투입했다. 이상호를 공격으로 끌어올리고, 주세종으로 하여금 중원에 힘을 더한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주세종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그의 스타일이 고요한, 이상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아쉬웠다.

서울의 교체 명단에는 부상에서 돌아온 하대성이 포함돼 있었다. 후반전 서울이 울산에게 압도적으로 밀렸던 것은 압박을 이겨내고, 공격의 세밀함을 더할 수 있는 선수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하대성이 엔트리에 포함될 정도의 몸 상태라면, 일찌감치 그를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명단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2일 강원 FC전에 선발 출전해 승리를 이끈 임민혁이라도 투입됐다면, 흐름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이날 서울에 필요한 선수는 공격에 창의성을 더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였다.  

황선홍 감독의 세 번째 교체 카드는 박주영이었다. 지난 경기들과 달리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데얀을 후반 40분에서야 뺐다. 박주영이 능력을 드러낼 시간은 5분밖에 되지 않았고, 서울은 아쉬운 모습을 이어가며 승점 3점을 추가하는 데 실패했다.

서울의 수호신 양한빈 골키퍼가 살린 경기다. 변화가 조금만 빨랐더라면, 양한빈 골키퍼의 수고는 덜어졌을 수도 있다. 훤히 보이는 문제에도 쉽사리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아쉽다. 데얀과 박주영, 김원균과 곽태휘 등을 교체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올 시즌 서울은 경기 중 전술 변화를 보기 어렵다. 교체 투입되는 선수들도 매번 똑같다.

기회는 자주 찾아들지 않음에도, 올 시즌 서울은 여러 차례 상위권으로 도약할 상황을 맞이했었다. 그러나 매번 똑같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서울이 상위 스플릿에 만족하지 않고, 우승 경쟁에 가담하고 싶다면, 열심히 뛰는 것을 빛내줄 수 있는 세밀함이 더해져야 한다. 때론 과감함까지 추가돼야 서울은 언제 찾아들지 모르는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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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 VS 울산 현대 황선홍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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