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찬란


2012년 장난삼아 북한 계정의 트위터를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한 청년이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영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의 주인공 중 한 명의 이야기이다. 북미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안보 이슈에 예민한 시기인 요즘, "김정은 만세 만세 만만세"라고 노래하는 밴드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데뷔작 <논픽션 다이어리>로 흥행을 맛본 정윤석 감독이 돌아왔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지존파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개인의 문제를 시작으로 사회 시스템까지 지적하는 탄탄한 구성으로 인기를 끌었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공개된 예고편에서 한 밴드를 중심으로 국가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듯한 짐작을 할 수 있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17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 공개 됐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밤섬해적단' 밴드를 중심으로 다큐멘터리를 그려간다. '밤섬해적단'은 2인조로 구성된 그라인드 코어 음악을 하는 밴드. 밤섬해적단의 '그라인드 코어'는 강렬한 기타선율과 무대의 퍼포먼스를 하며 파격적인 가사를 전달한다. 드럼연주자인 권용만과 베이시스트 겸 보컬인 장성건의 공연은 사회적 이슈를 갖는 곳에서 이뤄진다. 서울대학교 점거, 명동 재개발 반대 현장,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투쟁 등 공연을 진행했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다큐멘터리이지만 비디오 아트의 요소가 많다. '밤섬해적단'의 공연 중 가사의 자막은 화면 전체를 덮는 그래픽으로 표현하며 이해를 도우며 볼거리를 제공하려 한 시도가 보인다. 이러한 그래픽요소들은 내용을 풍자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앨범 프로듀서인 박정근씨의 구속과 재판 진행장면을 김정일의 캐릭터를 형상화하여 보여주는 등 재미요소를 더했다.

마냥 재미있지만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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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해서 본인이 표현한다면?"
"남한이 오줌이라면 북한은 똥."

변호사의 질문에 드러머 권용만의 답변이다. 권용만은 왜 변호사를 만나게 되었을까. 앨범 프로듀서인 박정근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혐의로 구속된다. '우리민족끼리'의 트위터 내용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다.

가볍게 보기엔 너무 무거운 영화인 이유이다. 예고편이나 포스터를 보면 "웃다가 왔다"라는 관객의 평가가 나온다. 그런 평들을 봤지만, 나는 그저 웃어넘길 수가 없었다. '레드 콤플렉스', '종북', '빨갱이'와 같은 단어들은 누가 언제부터 사용한 것일까. 이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단어의 뜻을 제대로 정의하고 사용하는 것일까.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종북', '빨갱이'라 일컫는 사람들. 밤섬해적단은 그들을 향해 음악으로 말한다. "김정일 만세 만세 만만세". 밴드를 통해 영화는 레드 콤플렉스를 되묻는다.

"이게 나라냐?"는 질문이 광장에서 화두였다. 국가는 한 개인을 지키지 못하면서 국민이라는 다수를 지킬 수 있는 것일까? 민주주의 국가라는 곳에서 말하는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이 진짜 국가의 안정보장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것인지 정부의 입맛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한다.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한 줄 평: 가볍게 웃어넘기기엔 무겁다
평점: ★★★(3/5)

ⓒ 찬란


영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관련 정보
연출: 정윤석
제작 및 배급: 찬란
출연: 권용만, 장성건, 박정근, 단편선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0분


정윤석 박정근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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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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