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IA 타이거즈가 넉넉한 승차로 리그 선두를 단독 질주하고 있지만, 현재 KBO리그에서 상승세가 가장 무서운 팀은 KIA가 아닌 롯데 자이언츠이다. 하위권으로 처지는 줄 알았던 롯데는 8월에 들어서 무서운 질주로 어느새 순위를 뒤집고 4위까지 올라왔다.

사실 8월 초만 해도 롯데가 이 순위권에 들어올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8월 1일부터 3일까지 열렸던 LG 트윈스와의 3연전을 할 때까지 롯데는 당시 4위였던 LG(당시 51승 1무 46패)와 3경기 반 차였다. 이 시리즈를 스윕하거나 최소 위닝 시리즈라도 만들었으면 롯데는 순위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운명의 3연전에서 롯데는 1승도 얻지 못하고 스윕패를 당했다. LG와의 승차는 좁혀지지 못했고 오히려 6경기 반 차이까지 벌어졌다.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에게까지 밀려서 순위도 7위까지 처졌다.

6경기 반을 뒤집은 롯데, 무서운 추격

그런데 8월 18일까지 롯데는 달라졌다. SK와 넥센 그리고 LG까지 앞에 있었지만 6경기 반 차이를 뒤집고 4위까지 올라왔다. 특히 18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던 넥센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연장 12회 혈투 끝에 승리하면서 4위에 올라섰다.

롯데는 최근 5연승 질주를 포함하여 후반기 성적 17승 1무 9패(0.654)를 기록하고 있다. 이 순위가 유지된다면 최소 와일드카드 결정전 홈 어드밴티지 및 1승을 확보하게 된다. 롯데는 2011년에도 전반기 5위에서 후반기에 6연승, 4연승, 5연승, 4연승, 4연승을 기록하며 정규 시즌 2위로 플레이 오프까지 직행했던 적이 있었다. 롯데 역사상 정규 시즌 최고 성적이었다.

롯데의 올 시즌 후반기 17승 중 14승이 역전승이었다. 물론 2011년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포스트 시즌 제도는 5팀으로 확대되었고, 5위 LG와 6위 넥센과의 승차는 반 경기다. 게다가 최근 7위 SK도 2연승을 거두며 다시 순위권 경쟁에 불을 올렸다. 7위까지가 승률이 5할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대들이다.

다만 롯데도 불안 요소는 있다. 최근 구원투수들의 연투가 많아서 마무리투수 손승락도 피로가 좀 쌓인 상황이다. 이러한 체력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면 순위 경쟁에서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지난 시즌 잔여 경기 직전에 충격적인 연패로 경쟁에서 탈락하게 된 SK의 전례를 따를 수도 있다.

아직 동반 PS 없는 '엘롯기', 이번에는 성사되나

KBO리그의 흥행구단들 중 흔히 '엘롯기' 조합이 있다. 2008년에 등장한 용어인데, 이들은 2000년대에 상위권과 하위권을 오락가락했던 공통점이 있다. 롯데는 1999년 한국 시리즈 준우승(당시 우승은 한화 이글스) 이후 4년 연속 최하위를 포함하여 8위-8위-8위-8위-5위-7위-7위에 머물렀다.

KIA도 해태 타이거즈 시절 한국 시리즈 우승만 9번에 빛났지만, 2005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2007년에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2006년과 2008년에는 LG가 이 자리를 맞이했다. 그리하여 엘롯기 조합이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이후 엘롯기는 다시 상위권과 하위권을 왔다갔다 했다. 2009년 KIA가 한국 시리즈 챔피언에 올랐고, 2010년과 2011년에는 롯데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LG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특히 LG는 2014년 최하위로 시작해서 시즌 마지막 날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KIA도 2009년 우승 이후 2010년에는 16연패라는 충격에 5위에 그쳤고, 2011년 포스트 시즌 진출, 2012년 5위, 2013년과 2014년 8위라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랬던 KIA도 2016년 포스트 시즌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1승을 거두기도 했다.

LG와 롯데 그리고 KIA는 아직까지 한 시즌에 동반 포스트 시즌 진출 기록이 없다. 1995년에 2위부터 4위까지를 차지한 적이 있지만, 당시 제도에 의하면 3위와 4위의 승차가 3경기 이상이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았다. 다만 포스트 시즌 제도가 확대되었고 3팀 모두 페이스를 유지하게 된다면 이들이 포스트 시즌에서 서로 대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일단 KIA는 선두 자리를 굳히고 있다. 2위 두산 베어스와 3위 NC 다이노스도 KIA와 승차가 다소 벌어져있지만, 아직 중위권들과도 조금은 여유가 있다. 이들도 스윕을 당하지 않는 한 순위가 뒤집히는 경우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4위와 5위를 놓고 롯데와 LG, 넥센 그리고 SK까지 4팀이 몰려있다. 이들 중 두 팀은 떨어져야 하는 운명의 시간이 바로 잔여 경기 시즌이다. 엘롯기의 동반 포스트 시즌은 흥행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해 와일드 카드 결정전 2경기가 모두 잠실에서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매진된 것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LG는 잠실, 롯데는 부산 그리고 KIA는 광주라는 대도시를 연고지로 하고 있다. 꼭 홈 관중이 아니더라도 원정 관중들도 충분히 많이 동원할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매진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한국 시리즈 잠실 중립 경기가 없어지면서 각 지역에서 분위기도 한껏 올릴 수 있다.

엘롯기 포스트 시즌의 성사는 일단 KIA가 한국 시리즈 직행이 유력한 상태에서 롯데와 LG의 순위 사수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위권 경쟁이 시즌 마지막 날까지 이어지는 최근 추세를 감안하면 세 팀의 운명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 상황인 가운데 이들의 운명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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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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