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취재를 통해 얻어낸 작은 실마리가 진실의 조각이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현장을 직접 조사한 경찰부터, 프로파일러, 범죄심리학자, 소리분석전문가 등 각 분야에서 모인 전문가들. 이들은 자신의 전문 지식을 아낌없이 <그알>에 제공하며, <그알>의 진실 추적을 돕고 있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교수(경기대)도 그중 한 사람이다. 냉철한 표정과 말투로 범죄자의 심리상태를 분석하는 그의 모습은 '프로파일러'의 표상이나 다름없다. 여러 드라마 속 프로파일러나 범죄심리학자 캐릭터의 모티브가 됐을 정도다.

지난 7월 26일 경기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그알>의 자문 교수이자 1세대 프로파일러인 이수정 교수를 만났다. 학자로서, 프로파일러로서,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이 교수에게 매우 기초적인 질문부터 건넸다.

범죄심리학자? 프로파일러?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자문을 맡고 있는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충정로 경기대학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26일, 경기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자문 교수이자 1세대 프로파일러인 이수정 교수를 만났다. ⓒ 이정민


- 범죄심리학자와 프로파일러, 어떤 차이가 있나?
"하는 일은 같다. 다만 우리는 학교에 적을 두고 있으니 범죄심리학 교수인 거고, 프로파일러는 경찰에 소속돼 있으면서 현장 수사관들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거다."

- 드라마에서는 프로파일러나 범죄심리학자가 내는 의견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가 되거나 실마리가 된다. 실제 사건에서는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현장 수사관들이 질의하면 어떤 방향으로 더 조사를 해보시라고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 하지만 초동 단계에서 프로파일링으로 지리적 범위나, 용의자 범위를 좁혀주면, 적은 인원으로도 범인 검거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예전에는 경찰에 전문 인력이 없어 우리에게 자문 요청이 왔지만, 지금은 경찰이 자체적으로 프로파일러들을 양성하고 있다. 민간 교수들은 관심 있는 교수들이 조언을 해주고 있다." 

- 심리학의 분야가 다양하지 않나. 특별히 '범죄심리학'을 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내 의지는 아니었다. 취업한 곳이 경기대고, 경기대는 당시 유일하게 교정학과가 있는 곳이었다. 교정은 교도소 행정이고, 그 대상이 범죄자들이지 않나. 학교에서 수감자 분류심사 절차를 만드는 과제에 나를 투입했고, 그렇게 범죄자 자료 분류를 시작했다."

- 처음 범죄 자료를 맞닥뜨렸을 때, 두려움은 없었나.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범죄자들은 지능은 멀쩡한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사람의 기능이라는 게 이렇게 불균형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언어 지능이 뛰어나면 운동능력도 꽤 있고, 정서적 능력도 있다. 이런 걸 '일반 지능이론'이라고 한다. 하지만 범죄자들은 이 밸런스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더라. 그게 나의 흥미를 끌었다. 이런 사람들을 연구하다 보니, 평생 해도 재밌겠다 싶었다."

- 처음 범죄심리학을 택했을 때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프로파일러나 범죄심리학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을 때 아닌가. 선구자라 겪어야 했던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처음에는 범죄자들을 직접 만날 기회 보장이 안 됐다. 연구자는 민간인이다 보니, 기껏해야 가뭄에 콩 나듯, 경찰청에서 자문 요청하는 일에만 접근이 가능했다. 수천 명에 대한 데이터는 있지만, 그들을 직접 만날 수가 없었다. 어떤 심리학자도, 대상을 만나지 않고 교과서만 보고 연구하지 않는다. 그건 환자 임상 경험 없이 의사가 되는 것과 같다. 연구대상을 만나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범죄자들을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학생들을 데리고 간다. 그조차도 내겐 너무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 <그알>이 도움이 됐나.
"<그알>이 범죄자를 직접 만날 기회를 주지는 않지만, 수많은 사건 기록을 보는 것도 많은 공부가 된다. 범죄학 교과서에도 그렇게 많은 수사기록이 나오지는 않거든. 작가들이 건네주는 자료들은 일종의 임상 케이스다. 무엇보다 내가 <그알>을 통해 자문해준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이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의 재심 판정이 도움이 됐다. 공영성 있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생긴 파워가, 출연자인 내게도 일종의 혜택을 줬다."

"얼굴도 모르는 <그알> 작가진, 늘 감사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화면 캡처. 이수정 교수.

이수정 교수는 "연구자로서, <그알>을 통해 얻은 명성을 이용하려는 것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 곳곳에서,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알 수 있었다. ⓒ SBS


- 언급한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은 모두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한 것들이다.
"박준영 변호사와는 수원역 노숙소녀 살인사건으로 처음 만났다. 허름한 양복을 입고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났다. (웃음) 이미 소녀 살해혐의로 검거돼 유죄 판결받은 애들이 있었는데, 박 변호사는 그 아이들을 무료로 돕고 있었다.

방송의 힘이 대단하더라. 소녀의 신원조차 알 수 없었는데, <그알>이 소녀의 옷과 안경만을 찍어 내보내며 제보를 부탁하자 소녀의 부모가 나타났다. 방송 이후에는 내가 아는 애들인 것 같다면서 피해 소녀의 블로그를 누군가 제보했는데, '너는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겠지?' 이런 댓글이 달려있는 거다. 당시에는 소녀가 죽었다는 걸 아무도 몰랐는데. 이 댓글로 인해 사건은 소용돌이쳤고, 결국 재심, 무죄판결까지 이끌어냈다."

- 학자의 연구나 지식이, 사회를 직접적으로 바꾸기는 쉽지 않은데, <그알>을 통해 그 일을 행하는 셈이다. 보람이 남다를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자꾸 TV에 나오니까 유명해지고 싶은 거 아니냐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돈도 안 되는 일을 한다고 나를 추켜세운다. 하지만 나는 연구자로서, 방송을 통해 얻은 명성을 이용하려는 것뿐이다. 미리 계획한 건 아니지만, 제작진과 나의 니즈(Needs)가 딱 맞아떨어진 거다. <그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경험과 보람을 공유하고 있다. 돈으로 연결된 팀이 아니다."

- <그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다.
"감사하지. 무엇보다 <그알> 작가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동안 <그알>을 거쳐 간 많은 작가들이 여러 탐사 프로그램으로 뻗어 나가 있다. 가끔 다른 프로그램에 나가면 예전에 <그알>에서 통화 많이 했다며 인사하는 작가들이 있다. 그렇게 많은 통화를 하고, 이야기를 하는데도, 정작 <그알>을 하면서는 얼굴도 몰랐던 이들이다.

사실 <그알>에서 진짜 힘든 일은 작가들이 한다. 제보를 받고 걸러내는 일, 여러 판결문이나 수사기록들을 정리하는 것도 모두 작가들이다. 시청자들은 전문가들의 코멘트가 날카롭다고 느끼겠지만, 우리는 잘 정리된 자료를 읽어보고, 분석해 코멘트를 줄 뿐이다. 작가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나는 그들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다. 하지만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자문을 맡고 있는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충정로 경기대학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근 수사극이 대세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살인사건 해결을 주요 소재로한 드라마가 늘었다. 하지만 이수정 교수는 "한국 수사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 이정민


드라마 속 연쇄살인범? "다 판타지" 

- 최근 수사극이 대세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연쇄살인사건이 드라마의 중요한 소재가 됐다. 범죄심리학자가 보는 드라마 속 연쇄살인범이나 프로파일링은 어떤지 궁금하다.
"사실 나는 한국 수사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범죄 재연을 좋아하지 않는데, 우리 드라마는 범죄 현장을 너무 많이 보여주니까. 또, 감정이 너무 많이 실려 있다. 가치 판단을 계속 집어넣고, 피해자의 고통을 계속 전해주지 않나. 그걸 보는 게 너무 힘들다."

- 가장 현실성 떨어지는 부분을 꼽자면?
"너무 드라마틱하다는 점? 연쇄살인범들을 너무 신비롭고 완벽한 존재로, 판타지처럼 그린다. 요즘은 화이트칼라 사이코패스가 많이 등장하던데, 거의 없다. 대부분 합리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않고, 상식선에서 행동한다. 물론 개중에는 살인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느껴지던 사람도 있었지만 흔하지 않다. 그러니 통계적으로 비슷한 환경과 프로필, 성격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면 이런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라는 프로파일링할 수 있는 거고."

-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범인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지만 어린 나이에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질렀지 않나.
"집이 잘 살고 못 살고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인간이 태어났을 때는 남이라는 존재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기들은 자기밖에 모르지 않나. 하지만 처음에는 부모를 통해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상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마다 발달 속도는 다르지만, 타인과의 갈등을 겪고, 하기 싫은 일도 해보면서 사회화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이런 범죄자들의 경우에는 성장 과정에서 이미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범인의 경우에도, 학교를 그만뒀고 부모는 바빴다. 사회와 단절된 채로 종일 인터넷만 들여다보면서 <한니발> 같은 세계를 탐닉했다.

정남규도 그랬다. 이 사람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안 되는 사람이다. 정신분열증이 있다거나 지적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자면, 누군가 정남규에게 '핸드폰 있어요?'라도 물어본다 치자. 정남규는 '네 있어요' 하고 그냥 간다. 왜 물어봤겠나. 빌려달라거나, 뭐 다른 의도가 있어 물었을 것 아닌가. 이건 물은 사람의 입장에서 질문을 생각해봤을 때 알 수 있는 건데, 정남규는 그게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사회적으로 고립됐을 거고, 더 엇나갔겠지."

- 드라마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다. 드라마 속 연쇄살인범들은 어떤 강박을 가지고 있더라. 같은 살인 방식을 반복한다든지, 넘버링을 한다든지, 날씨나 조건에 집착한다든지.
"그것도 다 드라마가 만든 판타지다. 물론 어떤 일관성은 있다. 왜냐면 능수능란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본 방식, 하던 방식, 제일 성공 가능성이 있는 방식을 반복하는 거다. 어떤 습벽이 생기는 셈인데, 이건 습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다. 도보로 다니며 살인하던 애가 갑자기 차를 끌고 살인을 한다든지, 갑자기 피해자를 집으로 부른다든지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걸 찾아내는 것도 프로파일링 중 하나다."

-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수사 기법은 어느 정도까지 왔나.
"드라마 'CSI'에 등장하는 과학 기술 대부분이 현존 기술이 아니다. 저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하지만 최근 들어 상당 부분 근접한 기술들이 개발됐다. 특히 한국은 IT도 발달해있고, 어떤 걸 캐치하면 금방 구현해 내잖나.

무엇보다 요즘은 초동 수사 단계부터 과학수사대가 투입돼 현장을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한다. 과학 수사 덕분에 요즘은 대부분 초동 단계에서 용의자를 특정 짓는다. 진술 분석 시스템도 도입됐고. 요즘 연쇄살인사건이 거의 없는데, 경찰이 연쇄될 때까지 내버려 두지를 않기 때문이다."  

"방송 나가 떠들기로 작정"한 이유

 JTBC 예능프로그램 <잡스>에 출연한 이수정 교수. 그가 최근 방송 출연 등 미디어 노출을 늘린 데는 이유가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잡스>에 출연한 이수정 교수. 그가 최근 방송 출연 등 미디어 노출을 늘린 데는 이유가 있다. ⓒ JTBC


지난 연말부터 이수정 교수는 <그알> 외에도, 여러 언론 인터뷰나 방송 출연 등 미디어 노출을 늘렸다. 지금까지는 그저 범죄학자로서 필요한 의견을 제시할 뿐이었다면,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마다치 않는다. "선량한 시민들의 위험은 누구 하나 죽어 나자빠지기 전까지는 신경 써주지 않더니, 기껏 낸 세금으로 딴짓이나 해댄" 국가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교수는 "이젠 방송에라도 나가서 떠들기로 작정했다"고 했다. 그가 요즘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는 보호관찰관 확충과 처우 개선에 대한 것이다.

- 전자발찌 도입 당시부터 '보호관찰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고 들었다.
"초기 전자발찌 제도는 그냥 범죄자에게 전자발찌만 채워 사회에 내보내는 거였다. 전자발찌만으로 억제될 범죄 본능이었다면, 애초에 범죄자가 되지도 않았을 거다. 전자발찌 차고 있는 동안에는 치료든 상담이든, 생활 관리가 필요하고, 이들을 케어할 보호관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자발찌 끊고 달아나거나, 찬 채로 성폭행을 저지른다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지금은 개정돼 보호관찰관이 따라다닌다."

- 보호관찰관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유가 뭔가.
"전자발찌를 차게 되면 공중탕 못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일들이 많다. 이런 불만들이 쌓이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거다. 누군가는 이들을 관찰하면서 도와줘야 하는데,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호관찰관이다. 초기에는 보호관찰관들이 목욕탕도 따라다니면서, 베이비시터처럼 케어했다. 보호관찰관들이 이런저런 불편을 지원해주고 지지해주면서, 재범률이 1/6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당히 성공한 제도 중 하나다.

웃긴 건, 그나마 가석방하면 남은 형기 동안 보호관찰 할 수 있지만, 만기 출소한 사람에 대해서는 손 쓸 방법이 없다는 거다. 전과 22범이었던 '트렁크 살인 사건' 범인인 김일곤의 경우, 교도소 안에서도 계속 말썽을 피워 징벌을 받았다. 교도관들이 모두 '출소한 뒤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지만, 만기 출소를 했기 때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결국 나가서 애꿎은 주부를 납치해 죽였다. 뻔히 예고된 것과 다름없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강력 범죄 피해자 85%가 여자... 누군가는 떠들어야 한다

- 우리나라도 우범자 관리제도가 있지 않나.
"우리의 우범자 관리제도는 첩보 수준이다. 경찰이 전과자 대면접촉을 못 한다. 만나서 잘 사냐 어쩌냐 물어볼 수 없다. 만기출소자는 범죄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첩보만 수집할 수밖에 없다. 대면 접촉은커녕, 전화해서 잘 사냐고 묻기만 해도 인권위원회에 인권 침해당했다고 달려간다. 평생 남의 인권 침해하고 산 범죄자들이, 자기 인권 침해당하는 데는 무지하게 민감하다."

- 심정적으로는 공감이 가지만, 한 번 범죄를 저질렀다고 계속 감시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문제이지 않을까?
"전과가 누적되고, 재범 위험이 높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고위험도 범죄자는 수감 당시 대부분 파악된다. 영미법 국가는 이런 고위험도 범죄자들을 쉽게 사회로 내보내지 않는다. 형기가 끝났다 해도, 위험하다 싶으면 선고 내용을 바꿔 출소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형법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선고 당시 내려진 법원의 전지전능한 명령을 집행할 뿐이다. 교도소 안에서 자해하고, 교도관한테 달려들고, 오물 뿌리고... 이 사람이 출소를 앞두고 갑자기 시한폭탄처럼 변해도 방법이 없고, 만기출소하면 관리할 법적 근거도 없다."

- 어려운 문제다.
"인권이라는 절대적 가치에만 얽매이면, 결국 취약한 구성원들의 인권이 침해당할 수밖에 없다. 강력 범죄 피해자의 85%가 여자다. 범죄자 인권에 대해서는 침해하지 마라, 대면접촉 하지 마라 하지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인권은 누가 책임질 건가. 이들도 모두 세금 낸 시민들인데, 왜 이들의 위험을 대비해 주지 않나. 누군가는 이들을 위해 떠들어줘야 한다."

- 그 대안이 보호관찰제도인가.
"보호관찰 대상이 성범죄자뿐 아니라 살인범 등 강력범죄자로까지 확대됐다. 성공한 제도라는 증거다. 여기에는 보호관찰관들의 엄청난 희생이 있었다. 하지만 환경이 너무나도 열악하다. 보호관찰관 1명이 평균 200명 정도의 범죄자들을 담당하는데, 선진국의 경우 평균 20명 정도 담당한다. 이만큼 유지되는 게 기적일 정도다.

우리나라는 형기도 얼마 안 되지 않나. 금방 범죄자들이 다시 사회로 쏟아져 나온다. 사회 가장 경계에 있는 방어막인데, 그 중요도를 모른다. 예산도 안 주고, 뽑아주지도 않는다. 잘 모르니 경찰만 잔뜩 뽑는다. 그래서 표창원 의원과 함께 우범자 관리 입법과 보호관찰관 처우 개선, 인력 확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의 자문을 맡고 있는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가 26일 오후 서울 충정로 경기대학교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알>의 출연자이자 범죄학자인 이수정 교수. 그가 생각하는 <그알>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일까? ⓒ 이정민


사회 변화시키는 <그알>의 인연

- 표창원 의원과도 <그알>로 맺은 인연이다. 박준영 변호사와도 그렇고, <그알>로 맺은 인연들이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동지의식 같은 게 있다. 감정이 필요하다는 박준영 변호사 말에, 무작정 기차 타고 전주 가서 도와준 적도 있다. 표창원 선생이나 박준영 변호사나, 피차 돈 때문에 <그알>하는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않나. 그럼에도 다들 주어진 과업을 별다른 의심 없이 순응하고 받아들였다. 셋 다 비교적 순진한 것 같다. (웃음)"

- 출연자이기 이전에 범죄학자로서, 우리 사회에서 <그알>의 의미는 뭐라고 생각하나.
"<그알>이 다루는 사건들은 잊히거나 미궁에 빠진 사건들이다. 방송을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만으로도 <그알>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건, 경찰에서 증인요청하면 도망 다니고 거절하던 사람들이, <그알>이 카메라를 들이대면 별별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다는 거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 있으니, 사람들도 <그알>의 공익성을 믿고, 선의를 가지고 협조하는 것 아니겠나. 그게 방송의 파워고, <그알>의 미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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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이수정 범죄심리학자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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