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최근 몇 년 사이 음원 순위를 살펴보면 드라마 사운드트랙으로 제작된 곡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걸 알 수 있다. <응답하라> <태양의 후예> <도깨비> 속 신곡들은 드라마의 인기 못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1950~196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라디오 드라마부터, 1970~1980년대 이후 등장한 지금 형태의 TV 드라마 등도 이른바 '주제곡'들이 많은 사랑을 얻었지만, 이 당시엔 기존 발표된 곡을 사용한다는 식의 주먹구구식 기획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사운드트랙처럼 체계적인 기획을 갖고 음반으로 제작된 건 제법 오랜 시간이 흐른 1990년대부터였다.

체계적인 드라마 O.S.T. 제작의 효시 <여명의 눈동자>

 1991년  방영된 MBC `여명의 눈동자` 사운드트랙.  연주곡으로만 채워졌지만 당시 20만장 이상의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인기작이었다.

1991년 방영된 MBC `여명의 눈동자` 사운드트랙. 연주곡으로만 채워졌지만 당시 20만장 이상의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인기작이었다.ⓒ RIAK


1991년부터 1992년에 걸쳐 방영된 MBC 대하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에선 애절한 멜로디의 연주곡이 대거 사용되었고 이를 모아 발매한 사운드트랙 음반(최경식 작곡)은 그 흔한 보컬 곡 하나 없이도 당시 2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인기작이었다. 그 이후로도 각종 드라마 속에는 다양한 연주곡이 제작되었지만 '여옥의 테마' 만큼의 유명세를 치른 곡은 찾기 어렵다.

비록 `여옥의 테마`와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의 <드레스드 투 킬> 삽입곡 `The Shower`와의 표절 시비는 옥의 티였지만 이후 최경식은 1995년 SBS <모래시계>로 또 한 번 대박을 기록한다. (여기선 러시아 곡 `백학`이 사용되어 웬만한 가요 이상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청춘 드라마 전성시대

 1990년대 농구대잔치의 열기를 드라마로 이어온 MBC `마지막 승부` 사운드트랙.  김민교가 부른 동명 곡은 그해 최고의 인기곡 중 하나였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의 열기를 드라마로 이어온 MBC `마지막 승부` 사운드트랙. 김민교가 부른 동명 곡은 그해 최고의 인기곡 중 하나였다.ⓒ 오감엔터테인먼트


SBS 개국으로 방송 3사 체제를 맞이한 1990년대는 20대를 겨냥한 이른바 '트렌디 드라마'가 전성기를 이뤘다. 이들을 겨냥한 화려한 영상미의 작품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주제곡, 삽입곡들도 동반 인기를 얻었다.

<걸어서 하늘까지> <질투> <마지막 승부> <폴리스> <느낌> 등의 드라마는 그 시절 청춘들의 이야기와는 다소 동떨어지긴 했지만, 극 중 다양한 음악들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욕구를 대리만족시켰던 작품들로 손꼽을 만하다. 한동안 인기 드라마라면 으레 사운드트랙 음반 발매가 병행된 것도 이들 작품의 공이 컸다.

외국 팝 음악을 삽입했던 1990년대 

 핀란드의 스피드 메탈 밴드 스트래토바리우스의 1996년작 Episode 표지.  이 음반에 담긴 유일한 발라드이자 드라마 `첫사랑`에 수록된 Forever 때문에 '속아서' 이 음반을 구매한 이들이 많았었다.

핀란드의 스피드 메탈 밴드 스트래토바리우스의 1996년작 Episode 표지. 이 음반에 담긴 유일한 발라드이자 드라마 `첫사랑`에 수록된 Forever 때문에 '속아서' 이 음반을 구매한 이들이 많았었다.ⓒ Noise


특히 1990년대 드라마 속 음악에는 종종 해외 팝 음악이 삽입되어 사운드트랙 수록 여부와 상관없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기도 했다.

SBS <두려움 없는 사랑>에 등장한 'The Water is Wide' (칼라 보노프), MBC <그대 그리고 나>의 'Beyond The Blue Horizon'(루 크리스티)과 <애인>의 'I.O.U' (캐리 앤 론), 시청률 60% 이상의 초대박 인기작 KBS 2TV <첫사랑>에 나온 'Forever' (스트라토바리우스) 등은 해외 각종 순위와는 상관없이 오직 드라마의 힘 만으로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곡들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엔 강화된 저작권법 및 고액의 곡 사용료 문제 등으로 인해 외국곡 사용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2000년대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드라마 O.S.T. 시장

 한국형 블록버스트롤 표방한 KBS 드라마 아이리스.  드라마 OST 싱글 쪼개기 식의 발매가 이 작품 부터 보편화되었다.

한국형 블록버스트롤 표방한 KBS 드라마 아이리스. 드라마 OST 싱글 쪼개기 식의 발매가 이 작품 부터 보편화되었다.ⓒ CJ E&M MUSIC


MP3, 음원 사이트 개설 등 기존 CD를 대신한 디지털 시대가 찾아온 2000년대. 드라마 O.S.T. 시장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단순히 기존 곡 및 창작곡 사용을 넘어 시리즈 형태의 음반 발매 등 다양한 기획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2008년 방영된 MBC <베토벤 바이러스>는 가요 버전 사운드트랙과는 별도로 총 2장의 클래식 모음집을 함께 발매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극의 특성상 클래식 음악이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드라마와 관련 있는 고전 음악을 따로 모은 이 음반은 한동안 불황을 겪던 클래식 음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표방했던 KBS 2TV <아이리스>(2009)는 지금은 보편화된 여러 곡의 개별 디지털 싱글 선공개→ 방영 종료 후 음반 발매 방식을 도입한 첫 번째 사례로 언급할 만하다.

백지영-신승훈-김태우-빅뱅 등 쟁쟁한 스타 가수들을 총동원해 제작한 수록곡들을 하나하나 드라마가 방영되는 기간 순차적으로 음원 사이트에 공개, 인기를 얻었다.

케이블 채널 드라마 OST, 공중파를 넘어서다

 지난 2015년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88 사운드트랙.  일반판과 함께 감독판이란 이름의 특별판 총 2종류로 출시.

지난 2015년 방영된 tvN 응답하라 1988 사운드트랙. 일반판과 함께 감독판이란 이름의 특별판 총 2종류로 출시.ⓒ CJ E&M MUSIC


정확히 말하면 CJ E&M가 제작한 드라마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2012년 <응답하라 1997>을 시작으로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에 사용된 신곡들은 방영 기간 및 종영 이후 한동안 각종 음원 순위의 상위권을 장악하는 맹위를 떨쳤다.

올 상반기엔 <도깨비> 주요 삽입곡들이 쟁쟁한 가수들의 신작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밖에 <미생>(2014), <시그널>(2016) 등 호평을 받은 작품들 역시 인상적인 O.S.T로도 영상 못잖은 감흥을 음악팬들에게 선사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공중파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케이블 드라마'로 봐도 무방하다.

천차만별 가창료...부익부 빈익빈


 `드라마 OST의 여왕`으로 불리우는 백지영.  드라마 OST 업계에서 선호하는 가창자 중 한명이다.

`드라마 OST의 여왕`으로 불리우는 백지영. 드라마 OST 업계에서 선호하는 가창자 중 한명이다.ⓒ 뮤직웍스


이미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소개된 대로 드라마에 사용되는 노래를 부른 가수들에게 지불되는, 이른바 '가창료'는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다. 

유명 인기가수라면 곡당 1000~2000만 원 이상을 받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 억대 소문까지 나오는 반면, 무명 가수들은 이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받고 참여하는 게 다반사다.

이 과정에서 극히 일부지만 모 드라마 O.S.T. 제작자의 경우엔 유명 한류 스타 출연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명급 음악인들에게 무보수에 가까운 조건을 제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과거엔 김형석, 윤일상 등 기존 가요 작곡가들도 드라마 음악 작업을 병행했지만, 최근엔 O.S.T.에만 전념하는 제작진 및 작곡팀들이 많아진 편이다. 실제로 최근 발매되는 드라마용 디지털 싱글들을 살펴보면 기존 가요 시장에선 대중들에겐 낯선 작곡가들의 이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음원 제작사들 또한 CJ E&M이나 뮤직앤뉴 같은 메이저 업체들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엔 드라마 위주로 특화된 업체들이 많은 편이다. 특히 중장년층 대상 일일 드라마처럼 음원 순위에선 보기 어려운 분야에선 틈새시장을 노린 중소업체들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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