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7월 13일부터 10월 16일까지 100일 프로젝트로 '당신이 기다리는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어주세요 600'(당기다 600)을 진행합니다. 인권활동과 다큐멘터리 제작을 이어가기 위해 안정적인 활동비를 확보하고 아픈 활동가와 지친 활동가에게 안정적인 쉼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편집자말]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와 연분홍치마의 김일란 활동가가 함께 찍은 사진

문화연대 신유아 활동가와 연분홍치마의 김일란 활동가가 함께 찍은 사진 ⓒ 연분홍치마


"너희들은 왜 자꾸 아픈 거야!"

하도 속이 상하니까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툭툭 튀어나온다. 활동가들의 투병 소식들이 자꾸자꾸 들려오고 심지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이다. 왜 자꾸만 아프고 왜 자꾸만 우리 곁을 떠나는지 속이 상하다 못해 마음이 찌그러진다. 활동가들은 자신을 돌보는데 너무 소홀하다. 누군가를 연대하고 그들의 아픔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문화예술 활동가들의 모습을 보면 더 안타깝기만 하다. 이들의 삶은 누가 연대를 해주는가. 누가 이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주고 누가 이들을 위해 싸워주고 있나. 이타적이라고 말하겠지만 세상은 서로가 어깨를 맞대야 한다. 일방적인 희생으로 움직이는 세상은 없다.

눈 감고 귀 막고 입 닫아 버리면 그만인 세상이다. 자신만 돌보고 살기에도 버거운 세상이다. 이 버거운 세상을 함께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이들의 삶도 돌아보아야 한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미안해하지 말고 당당하게 말하자. 함께 살아야 하므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연대를 당당하게 요청하자. 그리고 우리 모두 이들의 당당한 요청에 망설이지 말자.

바보 같은 나의 친구들을 위해 글을 써야겠다. 세상에 알리고 당당하게 요청해야겠다. 기꺼운 화답을 기대해보면서 말이다.

용산 참사 이후 개봉된 <두개의 문> 영화 개봉 그리고 감독과의 대화, 유가족 철거민과의 대화 등 하루하루가 바쁜 날들이었다. 고생한 보람이라 생각했고, 용산 참사를 다시 한번 기억하고 진실이 규명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호응하고 용산참사를 기억하는 시간이었다. <두개의 문>을 만든 사람들은 김일란 감독과 '연분홍치마'의 친구들이다. '연분홍치마'를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연분홍 치마'는 다큐멘터리제작을 위해 모인 친구들이 만든 단체다.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동을 해왔는데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투쟁의 현장을 찾아가 조용히 카메라를 건네며 있는 듯 없는 듯 활동하는 이들은 자신을 챙기는 일을 잘 못 한다.

용산 참사 뿐 아니라 쌍용자동차 노조 투쟁, 한진중공업 희망 버스, 콜트/콜텍 해고노동자들의 투쟁, 강정마을 해군기지 투쟁 그리고 성 소수자들을 위한 다양한 다큐멘터리들을 제작하고 있다. 가장 열악한 곳에서 투쟁하는 이들 곁에는 늘 '연분홍치마'가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찍는 친구들은 현장에서 투쟁 당사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경찰과 대치 중일 때나 싸움이 생겼을 때 카메라가 다가오면 저들은 주춤한다. 급박한 상황에서 세상에 소식을 알리는 역할도 하고, 투쟁의 과정들을 기록하여 현장을 찾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세상 가장 힘든 현장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과 소통시켜주는 중요한 작업이다.

'연분홍 치마'는 최근에 사무실을 옮겼다. 습습하고 어두운 지하 공간에서 몇 년, 천장이 낮아 옷장 하나 놓을 수 없는 옥탑 공간에서 또 몇 년, 그렇게 셋방살이에 활동비는커녕 월세조차 내기 힘든 상황에서도 그들은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드디어 볕이 잘 드는 사무실로 옮기고 뭐라도 해 보겠다며 마음을 다잡은 지 채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활동가들이 하나둘 아프고, 은행이자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연분홍치마'는 왜 회원가입에 소극적인 것일까. 바보들.

<두개의 문>이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즈음 질문한 적이 있었다.

"왜 회원가입 안 받아? 연분홍도 먹고 살아야지!"
"용산 참사를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연분홍 후원을 이야기해…."

그랬다. 연분홍치마 다큐멘터리감독들은 촬영을 하고, 몇 날 밤을 편집하고, 다시 현장으로 가서 알려지지 않은 현장의 이야기들을 듣는다. 그들 깊숙한 곳에 함께하다 보니 자신을 스스로 챙긴다는 것에 부담스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래서 함께 활동하는 많은 사람이 이번에는 이들을 챙겨보기로 했다.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친구들을 위해 이렇게라도 함께 해보려 한다. 이들에게 갖고 있던 부채감을 덜어 보겠다는 내 욕심이기도 하다. 아프지 말고 끝까지 함께 살아보자!

'당신이 기다리는 다큐멘터리의 제작자'가 되고 싶다면
후원가입링크: https://goo.gl/xyJ9BD
('후원받는 단체' 이름에 '연분홍치마'라고 기재해주세요)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6-701-255845 (연분홍치마)
문의전화: 02-337-6541


덧붙이는 글 <연분홍치마와 신유아 활동가의 인연>

여성주의 문화운동을 고민하며 활동을 시작한 연분홍치마는 문화운동 단체인 문화연대의 신유아 활동가와 오래도록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신유아 활동가와는 여러 현장에서 함께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해왔습니다. 특히 2009년 믿을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났던 용산참사의 현장기록을 제안해주셨습니다. 용산참사 현장에서의 활동이 없었다면 아마도 <두개의 문>이 지금의 모습이 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유아 활동가는 문화운동으로서의 다큐멘터리 제작과 배급을 고민하는 연분홍치마의 든든한 친구이자 동지입니다.
연분홍치마 당기다600 신유아 문화연대 미디어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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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는 여성주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연대하며 다큐멘터리를 제작합니다. 마마상, 3XFTM,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종로의 기적, 두 개의 문, 노라노, 공동정범, 안녕히어로, 플레이온, 무브@8PM, 너에게 가는 길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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