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맨스 넘칠듯한 '브이아이피' 16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브이아이피> 시사회에서 배우 박희순, 김명민, 장동건, 이종석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자, 복수하려는 자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드라마다. 24일 개봉.

▲ '브이아이피' 영화 <브이아이피> 시사회가 16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배우 박희순, 김명민, 장동건, 이종석이 촬영에 임하고 있다.(좌측부터) ⓒ 이정민


기획 귀순과 국정원을 다룬다고 했을 때 영화계에선 '과연 제작이 가능할까'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영화 <브이아이피>가 한창 기획되던 때가 보수정권 하였고, 게다가 댓글부대 동원 등 국내 감시 및 여론 조작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국가정보원에 대한 비판적 자세라니. 여기에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참여한다고 하자 기대감이 더욱 커질 만했다.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브이아이피>가 16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공개 됐다. 공개된 예고편을 제외하면 이 작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크게 알려진 게 없었다. 알음알음 구해서 본 시나리오를 봐도 정확히 사건과 캐릭터가 어떻게 등장할지 함부로 예측하기 어려웠다. 국정원의 헛발질, 경찰의 무능함을 꼬집겠거니 류의 짐작만 가능한 정도였다.

대한민국 정보기관의 현주소

 영화 <브이아이피> 관련 사진.

영화 <브이아이피>의 한 장면. 경찰과 국정원 직원이 서로 대립하는 모습.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브이아이피>를 두르고 있는 외피는 액션과 수사물의 혼합이다. 보통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 범인과 경찰 혹은 검찰의 대립을 주 골격으로 했던 기성 영화와 다른 건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이 전면에 나왔다는 사실. 총 5개의 분절된 챕터를 통해 영화는 한국으로 '기획 귀순'한 북한 고위간부의 아들 김광일(이종석)을 쫓는 각 공권력 집단의 수 싸움을 그렸다.

수사물 성격이 있다지만 영화에 관객으로 하여금 단서를 흘리면서 범인을 찾게 하거나 가려진 사실로 긴장감을 주는 추리적 요소는 거의 없다. 오히려 김광일이 벌인 극악한 살인을 공개해놓고 그를 잡아넣으려는 형사 채이도(김명민)와 또 다른 목적으로 그를 낚아채야 하는 국정원 직원 박재혁(장동건)의 미묘한 신경전에 집중했다. 여기에 북한에서부터 김광일을 제거하려고 쫓아온 리대범(박희순)을 넣어 사건의 입체감을 더하려 한 시도가 보인다.

굳이 가까운 장르를 따지자면 느와르다. 연출을 맡은 박훈정 감독의 장기다. 이미 작가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고, 영화 <신세계>로 이야기와 연출력까지도 상업적으로 인정받은 그다. <브이아이피>는 박 감독이 그려왔던 강한 남성성의 세계를 국정원 직원과 경찰관 등으로 분산시켜 놓은 느낌이다.

영화가 배경으로 깔아놓은 설정 자체는 매우 현실적이다. 이를 테면 김광일의 귀순을 놓고 그 배경조차 파악 못 한 국정원 직원에게 미국 CIA 요원(피터 스토메어)이 "어떻게 그런 정보조차 모르고 있었냐"며 핀잔을 주는 장면은 사실 다수 국민이 품고 있는 우리 정보기관의 현주소에 대한 인식과 일치한다. 특히 경찰의 일거수일투족을 CCTV와 컴퓨터 해킹 등으로 감시하는 국정원 직원들의 모습은 대외가 아닌 '대내 공작'에 집중했던 실제 국정원의 활동을 상징하는 것 같아 일견 통쾌하기도 하다.

 영화 <브이아이피> 관련 사진.

영화 속 경찰은 국정원의 공작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빈약했던 알맹이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 박훈정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브이아이피> 시사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자, 복수하려는 자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드라마다. 24일 개봉.

▲ '브이아이피' 박훈정 감독 ⓒ 이정민


"기획 귀순을 다룬 영화들이 그간 없었지만 우리 근현대사에선 많이 있던 일이다. 영화로 만들기 위해 단순한 기획 귀순이 아닌 특정 목적에 의해 진행된 것, 그리고 귀순 당사자가 일반적 인물이 아닌 괴물이라는 설정을 넣었다. 그 괴물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우리 사회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할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그려보고자 했다." (박훈정 감독)

감독의 말에서 예상할 수 있듯 필연적으로 영화는 우리나라 공권력의 무능함을 묘사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왜 이들이 무능력 하고 각 캐릭터들이 어떤 이유로 부딪히고 불화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과감하게 생략했다. 한 인물을 두고 험하게 싸우고 대립하는 것에 집중하는데 자칫 이것은 이야기의 개연성에 심각한 빈틈으로 보일 위험이 있는 선택이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미덕을 발휘한 건 좋았지만 기능적으로 소비된 캐릭터들의 사연과 감정선을 보다 담아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리하면 영화적 설정은 신선하지만 영화가 묘사한 방식은 사실 우리가 종종 봐왔던 사회 고발성 영화 혹은 범죄물의 답습 정도였다. 김광일이 저지르는 범행이 매우 적나라하게 묘사돼 일부 관객들에겐 거부감이 느껴지게 할 여지가 있다. 영화적으로 필요한 묘사였는지 반문해 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이종석, 여심사로잡는 '브이아이피'급 미소 배우 이종석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영화 <브이아이피> 시사회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자, 복수하려는 자 등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드라마다. 24일 개봉.

▲ 이종석의 풍부한 표정 ⓒ 이정민


배우들의 면면은 신선하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장동건은 초반과 후반부 사이 급변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의 무게감을 잘 잡았고, 김명민 또한 독종 형사로 충분히 캐릭터를 살려냈다. 사이코패스 범죄자를 맡은 이종석도 본인이 무엇을 잘 하는지를 잘 파악해서 연기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시사 직후 김명민이 이종석에게 "잘했어. 넌 최고의 살인마였어"라고 치켜세운 것도 그가 표현한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편 <브이아이피>는 제 74회 베니스영화제 측의 공식 초청을 받았으나 국내 개봉 일정을 미룰 수 없어 최종적으로 진출이 무산됐다. 이에 대해 박훈정 감독은 베니스에 꼭 가고 싶었는데 (개봉일을 이미 확정한 상태여서) 관객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한 줄 평 : 설득력 있는 외피, 알맹이가 아쉬웠지만 시작이 절반!
평점 : ★★★(3/5)

영화 <브이아이피> 관련 정보
연출 : 박훈정 감독
출연 :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박성웅, 조우진, 유재명
제작 : 영화사 금월
공동제작 : 페퍼민트 컴퍼니
제공 : 워너브러더스 픽쳐스
크랭크인 : 2016년 10월 22일
크랭크업 : 2017년 1월 20일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 128분
개봉 : 2017년 8월 24일


브이아이피 장동건 이종석 김명민 박희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