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나 그란데 아리아나 그란데

ⓒ 현대카드


[기사 수정: 17일 오전 10시 21분]

첫인상은 오래 간다는 말이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가 한국 팬들에게 준 첫인상은 어떤 모양으로 남을까.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첫 내한공연을 펼쳤다. '2017 Dangerous Woman'이란 타이틀의 투어공연의 일환으로 <현대카드 컬처 프로젝트 25 아리아나 그란데>가 마련된 것.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한 팝스타이기도 하고, 그의 노래 'BANG BANG', 'PROBLEM' 등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터라 그란데의 내한을 기다려온 팬이 많았다. 이를 증명하듯 비가 내리는 중에도 공연장 주위에는 일찍부터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람객이 많았다. 대체로 상기된 표정으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무성의 태도? 논란 그리고 논란

아리아나 그란데 아리아나 그란데

ⓒ 현대카드


이날 공연은 입장 시간이 유독 길었다. 지난 5월 22일 영국 맨체스터 공연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참사를 이유로 보안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공항수준의 물품 검사와 스캔이 이뤄졌으며 페트병, 장우산 등 반입이 금지됐고, 내용물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재질의 가방은 물품보관소에 맡겨야했다. 간단한 물품을 넣은 비닐가방과 접이식 우산만 반입 가능했다. 비가 내리는 중에도 2만 여 관객은 검색에 질서 있게 응하는 모습이었다.

보안 준비는 이렇듯 철저했지만, 반면 공연 준비는 부족한 게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됐다. 그란데는 공연 시작 3시간 전에 입국했고 촉박한 시간 탓에 예정된 리허설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 10일, 12일, 13일 일본에서 공연 후 15일 오후 5시 김포공항을 통해 들어왔다. 일각에선 본래 14일 입국 예정이었으나 공항 촬영을 거부한 아티스트의 사정과 촬영을 원하는 일부 기자들의 마찰이 겹치며 늦어졌다는 말도 돌았다. 그러나 16일 오후 현대카드 홍보팀 관계자와 <오마이스타>의 통화에 따르면 "원래 15일 입국 예정"이었고 "다만 5시보다 더 이른 시간 도착예정이었으나 기상악화로 비행기 착륙이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공연 이틀 전 입국해 리허설을 한 일본 공연과 비교를 피할 수 없어보인다. 17일 태국 공연을 위해 한국 공연 후 곧바로 출국한 점도 태도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그란데의 늦은 입국은 여러 혜택이 포함된 65만 원의 VIP 티켓 구매자들에게 피해를 줬다. 리허설이 취소되고, 선입장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이 티켓을 구매한 관객들 중 일부는 환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연 전 아리아나 그란데와 무대 뒤에서 사진을 찍는 등 특별한 혜택을 누려야 했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통화에서 "'밋앤그릿(Meet and Greet)' 혜택이 주어지는 VIP티켓은 'VIP네이션'이란 외국의 그란데 측 판권회사가 판 것이고 국내고객대상으로 국내에서 판매가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공연 후 잠깐 그란데를 만난 관객도 있고, 상황이 개개인 별로 모두 달라서 오늘 중으로 'VIP네이션'과 (직접 연계는 없지만) 국내 공연기획을 진행한 기획사(AIM)가 협의 후 VIP구매 고객 개별에 연락드려 그에 맞는 환불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수 매체에서 언급된 VIP 티켓의 '리허설 관람' 혜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보도는 오보로 보인다. 사전 고지된 VIP 혜택 중 '리허설 관람'은 애초부터 명시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현대카드 측은 "3~4곡 정도 사전 리허설 하는 장면을 관람하게 해주겠다는 얘기 아니었겠냐"라며 "(현대카드) 소관이 아니라 정확한 건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도 전해들은 게 전부"라고 답했다.

아리아나 그란데 아리아나 그란데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공연 전 노래 연습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 아리아나 그란데 아리아나 그란데가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공연 전 노래 연습을 하는 영상을 올렸다. ⓒ @arianagrande


그란데는 이날 공연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연장 근처 화장실에서 노래 부르는 동영상을 직접 찍어 올렸다. 인스타그램 포스팅에는 위치가 '구로 성심병원'으로 태그되었지만, 실제로는 고척돔 내 화장실로 알려졌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 '이게 리허설이냐'며 그의 무성의해 보이는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는 "보통 해외 아티스트들은 투어공연을 돌 때 같은 레퍼토리로 진행하기 때문에 사운드 체크와 3~4곡 부르는 정도는 하지만 '풀 리허설'까지는 하지 않는 편이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며칠 여유 있게 사전 입국한 일본이나 태국 일정과 비교했을 때, 팬들의 '무성의 리허설'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원래 예정됐던 언론 배포용 공연 촬영도 갑자기 취소됐다. 현대카드 측은 "공연의 현장 사진은 아티스트 측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제공되지 않습니다. 사유는 보안상의 이슈로 모든 전문 카메라 장비의 반입이 불허되었기 때문입니다. 위와 같은 내용은 일본 등 다른 국가 공연과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이라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각 언론사에는 메일을 통해 과거 다른 공연의 사진이 일괄로 제공됐다. 그나마도 그다지 화질이 좋지 않았다(가로 사진 590픽셀).

화려한 가창력 돋보였던 무대

아리아나 그란데 아리아나 그란데

ⓒ 현대카드


공연 자체는 완벽했다. 그란데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포니테일을 하고 무대에 올라 20여 곡을 연달아 불렀다. 흔들림 없는 안정적인 라이브가 돋보였다. 특히 'BANG BANG'과 'PROBLEM'에선 고음을 시원하게 터뜨리며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그란데는 특유의 여유와 새침한 듯 카리스마 있는 표정으로 무대를 이끌었다. '걸크러시'라고 흔히 표현하는 힘 있고 강인한 여성의 면모가 두드러졌고 동시에 사랑스러운 분위기도 뽐냈다.

'BE ALRIGHT'로 공연의 문을 연 그란데는 'SIDE TO SIDE'를 부를 땐 짐(GYM) 콘셉트로 사이클을 하면서 노래하는 퍼포먼스를 하는가 하면, 열창이 필요한 부분에선 무릎을 꿇고 노래했다. 또 어떤 곡에선 스탠딩마이크를 사용하는 등 무대에 변화를 줬다. 

그란데는 'GREEDY', 'FOCUS', 'LOVE ME HARDER', 'SOMETIMES'. 'LET ME LOVE YOU' 등 히트곡을 연이어 선보였다. 스탠딩석과 2·3층 지정석을 채운 2만 여 관객은 'I DON'T CARE'를 부를 땐 휴대폰 불빛을 흔들며 분위기를 감성적으로 북돋웠고, 신나는 곡에선 스탠딩석의 관객들은 몸을 흔들며 자유롭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공연 말미, 'SOME WHERE OVER THE RAINBOW'를 부를 땐 그란데의 상징인 토끼귀 모양이 얹힌 맨체스터 공연 테러 추모 리본이 무대 화면을 채웠다.

짧은 멘트·소통 아쉬워... 한국'만' 소통 부족은 아냐

아리아나 그란데 아리아나 그란데

ⓒ 현대카드


언어가 다르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소통이 별로 없었다는 게 그란데 내한공연의 첫인상이었다. 20여 곡을 부르는 사이사이 "How are you feeling tonight?" 하고 서너 번 물었고, 많이 와줘서 감사하다는 말, 서울이 아름답다는 말 등을 했지만 모두 짧은 멘트에 그쳤다. 그 이상의 대화와 소통이 관객과 뮤지션 사이에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노래로만 꽉 채운 공연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겠지만, 그란데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기대한 일부 관객에게는 다소 서운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별도의 언론 인터뷰 등 스케줄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연장에서의 소통이 전부였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다른 해외 공연에서도 아리아나 그란데가 관객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앙코르 요청에 응답하지 않은 부분이나, 1시간 30여 분의 공연 시간 등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이도 있지만, 이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기존 다른 공연들도 마찬가지라는 게 팬들의 주장이다. 한국'만' 차별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요지. 크게 문제 될 부분이 아닐 수도 있지만, 상기한 다른 논란들과 맞물리면서 의혹의 눈초리가 커진 모양새이다.

공연을 마치고 그란데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울은 아름다웠다. 관객들의 멋진 에너지에 감사한 밤이다(Seoul, you were magical. Thank you for your beautiful, loving energy tonight)"고 글을 남겼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2017 Dangerous Woman' 투어를 이어간다.

아리아나그란데 내한공연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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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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