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범자들> 포스터

영화 <공범자들> 포스터 ⓒ 엣나인


약자들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언론인을 꿈꿨다. 어릴 적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의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분들을 보며, 아무리 다 같이 힘을 합한다 해도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이 부족하면 외롭고 힘든 싸움이 된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고 언론인이 될 준비를 하던 필자에게 언론의 모습은 낯설었다.  
언론은 약자들의 편에 서 주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노동문제에 등 돌린 언론이었다. 노동자들의 시위나 파업 기사를 보면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보다는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모습만을 기사에 실었다. 기사 어디에도 시위와 파업이 그들에게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말은 쓰여 있지 않았다.

두 번째는 세월호이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언론은 세월호 유가족들에 침묵했다. 언론은 유가족들에 관한 자극적인 보도는 계속하면서 유가족들을 욕 먹이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등에는 입을 다물었다. 그동안 세월호 특조위는 별다른 힘을 내지 못하고 정리해야 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방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당시 <한국일보> 기사에서 봤던 유가족분의 인터뷰는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거짓말하거나 절반의 진실만 말하거나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보다 우리(세월호 유가족)를 분노하게 하는 건 바로 언론의 침묵입니다."

그래서 싫어했다. 권력에 부역하였든 어쨌든 본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야 할 이들에 침묵하고 방관하는 모습이. 그러나 이 영화는 언론인들도 내부에서 싸우고 있었음을 보여줬다. 침묵하지 않으려 했음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었음을. 그리고 총알은 보고 있는 나에게로 돌아왔다.

"그래, 언론이 약자에 침묵 할 때 넌 분노했지. 그런데 언론이 권력과 싸우고 있을 때, 너는?"

나는, 우리는, 언제 그렇게 언론의 보도에 끈질기게 관심 가져봤을까?

 영화 <공범자들> 스틸 사진

영화 <공범자들> 스틸 사진 ⓒ 뉴스타파


영화 내내 그들이 외쳤던 것처럼 국민이 주인이다. 어떤 기사가 많이 나오고 묻혀 질지는 우리의 관심 정도에 따른다. 이번 국정 농단 사건도 처음엔 미르·K재단으로 시작했다. 그마저 덮으려 안간힘을 쓰던 이들이 있었지만, 국민의 관심이 폭발하고 진실을 요구하는 이들이 많아지니 결국 박근혜 정권 하에 있던 방송들도 이를 집중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었다.

공영방송 기자들과 PD들, 아나운서 외 많은 사람들의 투쟁도, 파업도 국민이 전폭적 관심과 지지를 보냈더라면 어땠을까? 우리는 우리가 진정한 공영방송의 주인임을 제대로 외쳤을까?

"김장겸은 물러나라!"라는 한 사람이 시작한 외침이 MBC 로비 전체에 울려 퍼지는 순간, 작은 촛불이 모여 백만 개의 환한 빛을 만들어 내는 순간을 떠올렸다. 촛불의 힘처럼, 어둠이 드리운 곳에 빛을 비춰줄 수 있다면 좋겠다. 아무리 그 안에서 죽을 듯 투쟁해도 결국 국민의 관심이 없다면 외롭고 힘든 싸움이 된다는 걸 우리는 많이 봐왔으니까. <공범자들>은 언론에 모든 책임을 돌리던 필자에게 매우 무거운 돌 하나 쥐여준 영화다.

이들이 치열하게 언론의 자유를 위해 싸울 때 우리는 무엇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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