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선아가 지난 20일 열린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에서 '처절하게 가난한' 박복자 역할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배우 김선아가 지난 20일 열린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김선아는 <품위있는 그녀>에서 '처절하게 가난한' 박복자 역할을 맡아 연기하고 있다. ⓒ JTBC


품위 있는 그녀

이 드라마는 한 여인(박복자)의 죽어가는 의식(죽음의 유예) 속에서 삶의 회한을 보여 주고 있는 처참한 서사가 중심이다. 이 서사는 이 세상의 질퍽한 뒤안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어 매회 볼 때마다 불편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 삶의 본모습인 것을. 그래서 놓지 못하고 보고 있다.

"내가 죽었다"

결국 이 대사는 박복자가 의식이 완전 흐려지면서 나온 말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박복자를 누가 죽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즉 범인이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비참하게 죽게 되었느냐가 중요하다.
누구든 범인일 수 있고, 누구든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 왜냐면 박복자의 욕망 자체가 파멸과 죽음을 전제로 하는 위태로운 선택이었기 때문에, 이미 그녀의 죽음은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전 박복자가 아니어유. 이젠 박지영이에요."

라고 이름을 바꿔 부르는 순간부터, 간병인으로서 나름 순박한 소망과 양심이 있었던 박복자의 삶은 없어지고. 박지영으로 개명한 이후부터는 독이 든 성배를 든, 영혼을 팔아 버린 악마처럼, 피폐한 삶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품위는 없었으나 양심은 있는' 의리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끝까지 나쁜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당신은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라서 나쁜 짓을 하면 행복할 수가 없어요"

우아진(김희선 분)의 말처럼 박복자는 나쁜 짓을 하면 할수록 더 초라해지고 더 불행해지는 것이었다. 왜냐면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뭐든지 멀리, 그리고 밖에서 보는 것이 좋죠"

자신이 가지지 않은 것은 더 커 보이고 좋아 보이고 갖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겠다고,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져보겠다고 욕심을 부리고 그 안으로 발을 디디면. 마치 늪처럼 허우적거리며 빠져나올 수 없게 되는 것이 욕망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밖에서 볼 때나 좋고 아름다운 것일 수 있는 것이다.

이상적인 품위, 그 품위 흉내 내는 사람들

이 작품에는 우아진의 품위, 우아진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박복자, 그리고 품위를 가장한 사람들, 그렇게 세 부류의 여자들이 나온다.

작가는 우아진을 통해서 '품위'라는 것이 어떻게 어떤 과정으로 형성되는지를 지극히 이상적으로 보여 준다.

그리고 박복자를 통해서. 그런 '품위'를 갖기 위해서 어떤 것은 하지 말았어야 하고, 어떤 것을 제대로 배워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배움과 가르침에는 희생과 대가가 따르는 법. 그런데 박복자가 잘못 선택했던 방법 때문에 그녀는 사방팔방에 모두 적을 만들어 두었고.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그리고 그렇게 처참하게 죽음을 당한다.

"거기서 멈춰."

멈췄어야 했다. 인간은 누구나 욕망을 품고 산다. 그러나 아니다 싶으면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흉내 낸다고 모든 것이 제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품위', '인품' 이런 세련된 성정의 것들은 더더욱 말이다.

옷차림, 말투, 표정, 교양 등을 쌓는다고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돈만 많이 가졌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아둔한 인간이 어찌 또 그것을 쉽게 깨우치리. 그러니 비싼 대가를 치를 수밖에. 그야말로 "내가 죽었다"라는 처참한 죽음을 통한 깨우침 정도라야 멈춰지는지도 모르겠다.

김선아

배우 김선아는 이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에서 '박복자'라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신들린 연기를 펼치고 있다.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했나,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삶의 희로애락과 분노, 연민, 독기 등 모든 감정의 섬세함을 눈빛으로 표출해 내고 있다. 심지어는 마지막 호텔을 떠나는 그녀의 검은 뒷모습마저... 아... 이게 마지막이겠지... 라는 슬픈 연기를 보여 주고 있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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