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이 보름 넘게 진행되던 LG와의 평행이론을 깨고 4위와의 승차를 없애는데 성공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는 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장단 15안타를 터트리며 9-1로 대승을 거뒀다. 넥센의 선발 최원태는 7이닝 5피안타(1피홈런)1사사구6탈삼진1실점 호투로 넥센 선발 투수 중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았다.

선발 전원안타를 기록하며 타선이 골고루 폭발한 넥센은 캡틴 서건창이 3안타 경기를 만들며 타선을 이끌었고 5번1루수로 출전한 채태인도 2안타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날 장정석 감독을 가장 뿌듯하게 만든 선수는 2군으로 내려간 박동원 대신 주전 마스크를 쓰며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포함해 3안타3타점2득점을 기록한 2년 차 포수 주효상이었다.

프로의 높은 벽 실감했던 초고교급 포수 유망주

경기도 용인에서 태어난 주효상은 강남중 2학년 시절부터 4번타자로 활약했을 정도로 타격에서 남다른 재능을 과시했다. 서울고 진학 후에는 1학년 때부터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청룡기 2회전에서 동산고 에이스 이건욱(SK 와이번스)을 상대로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잠실 야구장에서는 고교 야구 경기가 거의 열리지 않는 데다가 가끔 고교 야구 경기가 열리더라도 홈런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포수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주효상은 2014년 최원태, 남경호(두산 베어스), 박윤철 등 쟁쟁한 투수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서울고를 전국대회 2관왕으로 이끌었다. 뛰어난 운동신경에 준수한 타격 , 여기에 포수 수비도 나날이 발전하던 주효상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넥센에 1차 지명을 받았다.

현존하는 최고의 포수라 할 수 있는 양의지(두산)와 강민호(롯데 자이언츠)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전급 포수들은 프로 입단 후 짧게는 2년, 길게는 4~5년 이상의 적응 및 성장 기간을 거치기 마련이다. 올해야 비로소 한화 이글스의 주전 포수가 된 최재훈도 내년이면 서른이 되는 프로 10년 차의 중견 선수다. 그만큼 좋은 포수 한 명을 키워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서울고 시절 일찌감치 초고교급 포수로 이름을 날리던 주효상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해도 프로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주효상이 당장 1군에서 통할 리 만무했다. 작년 6월14일 롯데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주효상은 엔트리가 확대된 9월에 다시 1군에 올라와 총12경기를 소화했지만 공수에서 모두 만족스런 결과를 내지 못했다. 주효상은 프로입단 첫 해 18타수4안타(타율 .222) 무홈런3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주효상의 프로 첫 시즌에 수확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입단 첫 해에 꿈에 그리던 1군 무대를 밟았고 비록 경기 출전 기회는 없었지만 LG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엔트리에 포함됐다. 시즌이 끝난 후에는 제1회 WBSC U-23 야구월드컵에도 출전해 성장에 큰 자산이 될 국제 대회 경험을 쌓기도 했다.

주전 박동원 1군 말소 후 첫 경기에서 3안타3타점 대폭발

넥센은 작년 시즌 14홈런70타점을 기록한 주전 포수 박동원을 제외하면 믿음직한 백업 포수가 없는 것이 고질적인 약점이다. 그나마 2012년에 입단한 김재현이 작년 시즌 백업 포수로 활약하며 56경기에 출전했지만 홈런 없이 타율 .181 8타점에 그치며 박동원의 짐을 덜어주지 못했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1차 지명 출신의 유망주 주효상에게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 미래를 위한 좋은 선택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을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작년 시즌 12경기 출전에 그쳤던 주효상은 올 시즌 8월12일까지 40경기에 출전하며 박동원의 뒤를 받치는 백업포수로 활약했다. 주효상은 1군 경험치가 쌓이면서 수비에선 점점 안정을 찾았지만 고교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았던 타격에서 오히려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말았다. 12일까지 주효상의 타격 성적은 타율 .176 3타점 5득점. 특히 올 시즌 당한 56개의 아웃카운트 중 무려 60.7%에 해당하는 34개의 삼진을 당했다.

13일 넥센에서는 포수 엔트리에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는 주효상이 아닌 붙박이 주전포수 박동원이었다. 박동원은 12일 한화전 4회 정경운의 스퀴즈 번트 상황에서 더블아웃을 욕심 내다가 타자주자까지 홈으로 불러 들이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장정석 감독은 이에 대한 문책으로 '대체불가 주전포수' 박동원을 2군으로 내리고 또 다른 백업포수 김재현을 콜업했다.

박동원이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주효상은 13일 한화전에서 9번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주효상은 자신의 시즌 41번째 경기에서 4타수3안타3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경기를 만들어냈다. 7회 심수창으로부터 뽑아낸 쐐기의 3점 홈런은 주효상의 프로 데뷔 첫 홈런이었다. 주효상은 하루 만에 .176였던 시즌 타율을 .208로 끌어 올리며 1할 타자에서 벗어났다.

박동원은 몸에 이상이 생겨 2군에 내려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열흘을 채우면 다시 1군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넥센은 박동원이 없는 기간 동안 치열한 중위권 다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주효상이라는 안방의 새로운 히든카드가 등장했기 때문에 영웅들은 주전 포수가 없는 한 여름의 순위싸움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완전하지 않기에 더 매력적인 만19세의 포수 유망주 주효상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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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넥센 히어로즈 주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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